기사입력 2007.05.11 11:10 / 기사수정 2007.05.11 11:10
[엑스포츠뉴스=김경주 기자] 인터뷰 약속시간인 1시 30분이 조금 넘은 시간. 약속장소인 인천 유나이티드 구단 사무실에 김상록(28)이 모습을 드러냈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나타난 그는 한눈에 보기에도 작은 몸집으로 어찌 저리 작은 선수가 그라운드를 그렇게 종횡무진 누빌 수 있나, 의구심이 들 지경이었다.
김상록은 K리그의 대표적인 져니맨이다. 2001년 전체 드래프트 1순위로 포항에 입단했지만 광주 상무를 거쳐, 제주 그리고 지금은 인천에서 뛰고 있다. 잦은 이적에 대해 처음으로 물었다.
"제주에서도 적응은 잘했어요. 잘했는데, 아무래도 결혼을 하게 되었고, 아내의 직업도 있고…그리고 본가가 경기도 광명이에요. 본가와 가까운 곳에서 선수 생활을 계속 하고 싶었죠. 인천에서도 저를 많이 원했고 여러 가지가 맞물려서 심사숙고한 끝에 1년 만에 인천으로 이적하게 됐습니다."
프로 7년차, 꽤 잦은 이사를 한 그에게 지금까지 겪어온 팀에 대한 평을 부탁했다. 의외로 그는 군 생활을 했던 광주를 가장 애착이 가는 팀으로 꼽았다.
"포항은 제가 대학 졸업하고 처음으로 갔던 팀인데 명문팀이고 위에 좋은 선수 분들이 많아서 많이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 경남 FC에서 코치로 계신 하석주 선수도 그렇고, 김병지 선수도 그렇고…. 좋은 선배들이 많아서 많이 배웠던 팀이죠.
광주는 군 복무 때문에 갔던 팀이긴 한데 제 개인적으로는 가장 정이 가는 팀이에요. 제일 많은 것들은 배울 수 있었던 팀인 것 같아요. 광주에서 제대하고 돌아간 포항에서 적응을 제대로 못하는 바람에 이적하게 된 팀이 제주인데 생각보다 적응은 쉬웠던 편이었어요. 그런데 인천에 오게 되었고, 인천은 일단 분위기가 좋아요. 편하고. 선수 생활했던 팀 중에 가장 편한 팀인 것 같아요."
우리는 종종 군 생활을 거치면서 실력이 일취월장해서 돌아오는 선수들을 만나곤 한다. 물론, 김상록도 그런 평을 듣는 선수 가운데 한 명.
"광주가 제 축구 인생에 있어서 큰 도움이 됐어요. 제 개인적인 실력의 향상보다는 사람들과 유대감으로 뭉치는 법을 알게 해줬죠."
고려대 시절부터 테크니션으로 이름이 높았던 김상록. 지난 시즌 제주에서 기록한 6골 3도움이 프로 입단 후 가장 좋은 성적이었다. 시선을 끌기에는 부족한 성적이었지만 올 시즌 그는 달랐다. 시즌 시작과 동시에 차근차근 쌓아가던 공격포인트는 어느새 5골 4도움. 이대로만 간다면 2007년은 지금까지 그의 프로축구인생에서 최고의 해가 되리라. 현재 인천의 주득점원인 데얀의 골 중 두 골이 김상록의 발끝에서 시작되었다. 그러나 김상록은 특이하게도 자신의 반대편에 서 있는 전재호와의 호흡을 최고로 꼽는다.
현재 인천은 리그 7위로 중위권에 머무르고 있지만 3위 경남과의 승점 차이는 불과 2점인 만큼, 단 한 경기에서만이라도 승리를 거둔다면 충분히 선두권으로 치고 나갈 수 있는 승점 차다. 김상록도 이 점을 잊지 않고 있다.
"개인기록은 그렇게 신경 쓰지 않고 있어요. 팀이 승리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 김상록이 골을 넣자, 팀 동료들이 축하해주고 있다. ⓒ엑스포츠뉴스 강창우
- 인천이 소리 없이 강한 팀이라고 많이 하잖아요?
원래 강한 팀인데 기사에는 꼭 소리 없이 강하다고 많이 나오더라고요. 원래 강한 팀이에요. 사실, 이번 주말 수원전이 가장 고비가 될 것 같아요. 제일 중요한 경기이고요. 이 경기에서 이기면 3위까지 치고 올라갈 수 있으니까요. 준비 많이 하고 있어요.
- 인천의 올 시즌 목표를 '재미있는 축구'로 잡았는데, 그 목표는 이뤄가고 있는 것 같은가요?
만족하고 있어요. 충분히 재미있는 축구를 하고 있다고 봐요. 지금 인천이 리그에서 골을 제일 많이 넣지 않았나요? (* 득점 선두는 17골의 성남)
그런데 골은 많이 넣는데, 그만큼 실점이 많이 나는 편이라 수비가 조금만 더 탄탄해지면 더 재밌는 축구를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 인천은 12경기에서 12골을 내줬다.)
포항에서 뛰고 있는 철인 김기동을 닮고 싶다는 그는 올 시즌의 목표를 당당히 우승이라고 밝혔다.
"솔직히 저는 우승하고 싶은데, 팀의 목표가 6강 플레이오프가 목표라고 하니까요. 일단은 팀 목표에 맞춰서 하다 보면 더 멀리까지 갈 수 있겠죠"
그라운드 안에서 종횡무진 하던 모습과는 달리 인터뷰 내내 조용하고 사근사근한 말투로 인터뷰에 응했던 김상록에게 선수 개인으로서, 최종의 목표를 마지막 질문으로 건넸다. 앞서와 마찬가지로 만면에 미소를 머금으며 그러나 강하게 대답했다.
"서른여섯까지 부상 없이 선수 생활을 계속하는 게 제 개인적인 목표입니다."
79년생, 이뤄낸 꿈만큼이나 이뤄가고 싶은 꿈이 많은 '피터팬' 김상록. 인천의 날개를 달고, 그의 모든 소망이 하늘을 날 수 있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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