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입력 2007.04.06 03:05 / 기사수정 2007.04.06 03:05
[엑스포츠뉴스=강창우 기자] '페널티킥' 언뜻 보면 쉬운 듯한 한 번의 슈팅기회일 뿐이다. 그러나 그 숨막히는 순간에 슈팅을 하는 선수는 경기장의 모든 시선을 한 몸에 받는다.
지난 4월 4일 수원 삼성과 광주 상무의 하우젠 컵 후반 16분. 수원 삼성의 에두가 광주의 페널티박스 왼쪽 측면을 날카롭게 파고들자 광주 이윤섭이 태클을 시도하였고 에두는 그라운드에 나뒹굴었다. 순간 경기장에 정적이 흐르고 모든 이의 시선은 유병섭 주심에게로 쏠렸다.
"삐이익" 주심은 페널티 에어리어를 가리키며 페널티킥을 선언했다. 동시에 관중석에서는 떠나갈 듯한 환호성이, 광주 서포터석에서는 야유가 쏟아져 나왔다. 파울을 범한 이윤섭과 박동석 광주 골키퍼는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었다.
수원 선수들이 기뻐하는 가운데 에두가 공을 들고 킥 위치에 들어섰다. 경기 스코어는 2-1.
수원이 1점 뒤져있는 상황이었고, 페널티킥이 성공한다면 동점과 동시에 역전까지 바라볼 수 있는 흐름을 마련할 수 있는 상황. 다시 한 번 경기장에 정적이 흘렀다. 주심의 호각소리와 함께 공은 에두의 발끝을 떠났고, 한치의 오차 없이 박동석 골키퍼의 품안으로 날아와 안겼다. 실패였다.
과학적인 성공률은 100%. 그러나 현실은 75%
페널티킥 위치에서 공이 선수의 발을 떠나 골라인을 넘어가는 순간은 0.4초. 반면 골키퍼가 공의 방향을 예측하고 움직이는데 걸리는 시간은 0,6초. 결국, 과학적인 성공률은 100%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매일 눈뜨고 잠잘 때까지 공만 차는 프로축구 선수들의 통계를 보아도 성공률은 75%에 머물고 있다. 왜일까?
수많은 이유 가운데 '공을 차는 선수의 심리적 부담감'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내용은 간단하다. 실제 경기중이라면 골키퍼와 1대 1로 맞선 11m 킥의 상황은 거의 오지 않을 정도로 좋은 기회다. 그래서 사람들은 페널티킥이 거의 100% 골로 연결된다고 생각하고, 그 부담이 그대로 키커에게 옮겨지는 것이다.
더욱이 공을 막아내는 골키퍼는 '막아내면 영웅, 못 막아도 본전'이라는 손해 볼 것 없는 입장이니 그 격차는 더욱 커지는 것이다. 농구에서 뛰어난 슈터들이 자유투를 실패하는 것도 결국은 같은 이유가 아닐까?
악마의 게임 '페널티킥'
93년 FIFA 선정 올해의 축구선수까지 오른 이탈리아의 로베르토 바조는 94 미국 월드컵에서 상대적으로 약한 전력으로 평가받던 이탈리아를 결승까지 올려놓는데 지대한 공을 세운 영웅이었다.
그런 영웅 바죠 조차 브라질과의 결승전 승부차기 실축으로 영웅에서 역적으로 추락했다. 팬들에게는 실망을 선수에게는 슬럼프를 선사한 '페널티 킥'이었다. 그러나 바조는 그 뒤 98월드컵에 출전하여 프랑스와의 8강전에 승부차기를 당당히 성공시키며 그간의 마음고생을 털어버리게 된다.
이러한 이야기는 먼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2002 월드컵, 우리나라의 16강전에서 이탈리아를 맞아 페널티킥을 실축함으로써 역적으로 몰릴 뻔한 안정환은 골든골 덕분에 팬들 앞에 당당히 어깨를 펼수 있었다.
안정환은 인터뷰에서 "실축 이후부터 결승골 순간까지 경기내내 지옥과 천국을 오가는 기분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페널티킥의 부담감이 어느 정도였을지 상상이 간다.
에두의 페널티킥의 실패, 그 뒤의 경기 흐름
수원은 지난 서울과 성남의 경기에 대패해 사기가 땅에 떨어진 상황이었다.선수, 팬 모두 '이번만은...'이라는 마음으로 광주전을 맞이했지만, 2-0으로 광주에 끌려다니는 입장이었으니 답답하고 조바심이 나는 것은 당연한 상황. 그러나 신예 하태균이 후반 13분 자신의 K리그 데뷔골을 터뜨리며 추격의 발판을 마련했고 3분 뒤 에두에게 동점기회가 찾아왔다.
승부의 중요한 분수령이 되는 순간.
그러나 믿었던 골잡이 에두가 실축하고, 광주 박동석 골키퍼는 선방으로 흔들리는 광주를 든든히 지켜냈다. 수원 선수들은 계속해서 공격에 박차를 가했지만, 페널티킥을 막아내며 한껏 사기가 오른 박동석 골키퍼와 광주의 수비진들은 선방에 선방을 거듭했다. 점점 다급해진 수원 선수들은 거친 플레이와 위험지역에서의 반칙을 유도해 보지만, 이미 페널티킥을 한번 선언한 주심은 좀처럼 휘슬을 불지 않았다.
결국, 흐름을 반전시키지 못한 수원은 2-1로 고개를 떨궜꼬 팬들과 서포터즈는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 엑스포츠뉴스 /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실시간 주요 뉴스
실시간 인기 기사
엑's 이슈
주간 인기 기사
화보
통합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