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1 2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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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웃지 않곤 못 배기는…'술과눈물과 지킬앤하이드'

기사입력 2015.05.29 11:17 / 기사수정 2015.05.29 12:05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선과 악을 중심으로 인간의 내면적 모순을 담은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를 모르는 사람은 별로 없을 것이다. 1886년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의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씨’가 발매된 뒤 각종 뮤지컬, 드라마, 영화에서 인간의 이중인격은 매력적인 소재로 자주 쓰였다. 원작을 읽지 않았거나 뮤지컬을 보지 않았던 이들에게도 스토리는 널리 알려져 있다.

제목부터 의미심장한 연극 ‘술과 눈물과 지킬앤하이드’ 역시 ‘지킬박사와 하이드씨’를 모티브로 삼았다. 일본 최고의 코미디 작가 미타니 코키의 신작인데 짐작하다시피 지킬 박사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하지만 일반적인 지킬앤하이드를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극 중 지킬 박사는 인간의 선과 악을 분리할 수 있는 신약 개발에 실패한다. 연구 발표회가 당장 내일로 다가온 시점에서 그는 자신의 악한 인격 하이드를 연기할 무명 배우 빅터를 고용한다.

지킬이 하이드로 변할(?) 때 나오는 비장한 음악과 상반되는 코믹 코드가 계속된다. 우리가 통상적으로 아는 그 지킬 박사와 하이드의 이야기가 아니다. 원작의 ‘틀’을 유지하면서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전개된다. 화려한 특수 효과, 무대 장치 따윈 없다. 잘 짜인 극본과 4인4색 캐릭터, 곳곳에 심어놓은 웃음 요소만으로도 극을 꽉 채운다.

등장인물이 신약을 먹을 때마다 상황은 꼬이고, 지킬·빅터·하이드의 엇갈리는 애정 전선이 지루할 틈 없이 이어진다. 마지막 장면까지 반전과 웃음을 놓치지 않는다.

미타니 코기는 “웃음이 없는 작품은 단 한 번도 생각해본 적 없다. 웃음은 내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가치관을 가진 작가다. 그런 작가의 작품답게 심각함을 멀리하고 시종 코믹하고 유쾌하게 진행된다.

하지만 '몸개그'만 덩그러니 남는 작품은 아니다. 극에서 하이드는 악이라기보다 욕망에 가깝고 등장인물은 인간 본연의 모습을 비춘다. 약의 힘이라도 빌려 다른 사람들의 시선과 고정된 이미지로부터 탈피하기를 꿈꾸는 우리네의 모습을 한 번쯤 생각해보게 한다.

캐릭터마다 개성이 뚜렷하다. 배우들은 각자 이를 잘 살린다. 최원영은 정확한 시간을 알기 위해 시계를 두 개나 지니고 다닐 만큼 빈틈없지만 어딘가 허술한 지킬 박사를 제 것으로 소화한다. 진지해서 더 웃기다. 진지한 얼굴로 농담을 던지거나 본의 아니게 하이드와 여자 하이드인 하이디의 흉내를 낼 때 능청스러운 연기가 빛을 발한다.

지킬의 약혼녀 이브로 분한 신의정은 물 만난 고기처럼 무대를 활보한다. 조신한 여자와 욕망에 들끓는 여자를 오가며 관객의 정신을 빼놓는다. 빅터 이시환의 코믹 열연을 빠뜨릴 수 없다. 주인공 못지 않은 존재감을 과시한다. 일그러진 표정과 자극적인 대사들을 천연덕스럽게 소화하며 극의 웃음을 책임진다.

7월5일까지 서울 종로구 동숭아트센터 동숭홀에서 공연된다. 100분. 만 13세 이상. 공연문의: 02)749-9037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술과눈물과 지킬앤하이드 ⓒ 창작컴퍼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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