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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뮤직] 이면주, 이제는 날개를 펴야할 때

기사입력 2005.03.23 01:56 / 기사수정 2005.03.23 01:56

편집부 기자


선수가 대기실에서부터 링에 오를 때까지 배경으로 울려퍼지는 노래는 등장하는 선수에 맞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관중의 흥을 높여주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하나의 이벤트로서 대회의 큰 비중을 차지하는 테마송. 이번 k-1에서도 많은 선수들의 테마송이 사람들의 귀를 즐겁게 해주었다. 특히 이번 대회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최홍만은 누구의 노래로 등장할 것인지 많은 기대를 모았다.

이번 K-1 경기가 있기 전 모 뮤직포탈에서는 '최홍만 선수에게 어울리는 등장음악으로 어울릴 곡을 추천하는 이벤트'를 진행하기도 했다. 서태지 마니아인 최홍만은 서태지 노래를 사용하기로 했으나 분위기와 상황에 맞춰 전 K-1걸 그룹 Kisfive의 신곡으로 선택했다. 최홍만과 결승전에서 멋진 승부를 보여준 카오클라이 선수는 서부 영화의 음악을 떠오르게하는 웅장하고 비장한 태국의 대중가요로 시선을 모았다.

이번 2005 K-1 서울대회에 모두들 골리앗 최홍만의 출전에 온갖 관심을 기울였지만 또 한명의 스타가 있었다. 한국 무에타이 헤비급 챔피언 출신이며 국대 종합격투기 첫 메이저대회 스피릿MC 초대 챔피언이었던 이면주 선수. 그는 일약 스타로 발돋움하며 국내 대회 뿐 아니라 세계 대회에서도 챔피언이 될 것이라는 사람들의 기대를 받았던 선수다.

그러나 그는 작년에 이어 또 다시 패하고 말았다. K-1 무대에서 번번히 패해며 국제 무대가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는 것을 실감나게 해준다. 첫 대결에서 패하지만 않았더라면 최홍만 선수만큼은 아니더라도 많은 관심을 받았겠지만 토너먼트 첫 게임에서 독도 문제로 일본과 민감한 분위기인 가운데 일본 선수인 호리 히라쿠에게 패했다는 것은 상당히 많은 아쉬움을 남겨준다.


내 경기보고 실망하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드리오리다

선수도 음악 따라 가는 것일까. 이면주 선수의 테마송은 바로 2003년 대중적으로높은 인기를 얻었던 마야의 '진달래 꽃'이다. 김소월의 시구를 인용한 노래가사와는 대조적이게 폭발적인 비트와 거친 음색으로 아이러닉한 조화를 이뤄냈던 노래다. 마야는 여성으로서 록을 당당히 고집하는 가수며 특유의 음색으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면주는 최홍만의 그늘에 가려지기도 했지만 일본 선수에게 참패를 당해 그의 테마송인 '진달래꽃'이 남의 얘기가 아닌 상황이 돼버렸다. '나보기가 역겨워 가실 때에는 말없이 고이 보내 드리오리다. 가시는 걸음 놓인 그 꽃을 사뿐히 즈려 밟고 가시옵소서'라는 노래 가사가 마치 도전하는 선수의 승복과 패배의 애환(?)을 설명하는 듯 하다면 과장일까. 

198cm 장신 호리 히라쿠에게 일반적인 난타를 당하며 대책없이 맞은 이면주는 코피까지 터졌다. 그러나 맞고도 다시 일어서려는 그 정신력과 근성에 사람들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마치 등장 음악에 깔린 김소월의 '한'이라도 품은 듯 절대 무릎을 꿇지 않으려는 자세, 맞고도 쓰러지지 않는 뚝심을 보여주었던 것.

웬만한 선수였다면 충분히 KO 당하고 남았을 정도였다. 그런면에서 근성과 정신력, 체력은 어느 선수도 이면주를 따라가지 못할 것이다. 승패를 떠나 그런 투지가 나올 수 있다는 것에 놀라웠을 정도. 진정한 스포츠란 최후까지 굴하지 않는 정신력이 아닐까. 

이면주는 누구보다 이번 K-1 서울 대회를 손꼽아 기다렸을 것이다. 그리고 이번 경기를 위해 엄청난 연습을 했을 것이다. 작년에 못이룬 꿈을 국제대회에서 어필할 절호의 기회였다. 스피릿MC의 챔피언이 가질 수 있는 다음 목표는 국제대회의 우승인 것은 당연지사. 그러나 일본의 시스템은 한국 선수들이 따라가기엔 너무 벽이 높다. 실력을 뒷받침해 줄 수 있는 여건이 한국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오직 격투만 하면 먹고 살 수 있는 일본과는 차원이 다르다. 운동에만 충실할 수 있는 여유로운 환경이라면 더욱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을텐데, 매번 안타까움을 느낀다. 

그리고 이면주 선수가 1라운드만 더 경기를 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 또한 계속 남는다. 많은 지적을 받았던, 발을 거의 움직이지 못했다는 것과 가드를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 그리고 이번 경기가 작년과 거의 차이가 없었다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  좀 더 체계적인 훈련과 실전경험을 쌓아나가 실력을 키운다면 뛰어난 선수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처럼 더욱 노력해서 K-1의 훌륭한 선수로 자리매김하길 바란다. 국내 무에타이 최강이 세계최강이 되길 바라며.



- 기사의 사진의 출처는 <남궁경상 기자님> 뉴스클럽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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