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막장계의 대모'라고 불리는 임성한 작가는 드라마계 괴짜로 통한다. 작품마다 논란과 이슈를 몰고 다니는데, 온갖 논란에도 자기만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담는다. 비판과 질타가 이어져도 당당히 마이웨이를 걸어왔다.
15일 MBC 일일드라마 '압구정 백야'가 종영했다. 이와 함께 임 작가의 커리어도 막을 내렸다. 최근 그는 매니지먼트를 담당하는 명성당 엔터테인먼트를 통해 '압구정 백야'를 끝으로 마지막으로 집필을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압구정 백야'는 단막극을 제외한 그의 10번째 작품이자 마지막 작품이다. MBC 일일드라마 '보고 또 보고'(1998)로 스타 작가 대열에 합류한 뒤 '온달 왕자들', '인어 아가씨', '왕꽃 선녀님', '하늘이시여', '아현동 마님', '보석비빔밥', '신기생뎐', '오로라 공주', '압구정 백야'로 필모그래피를 완성했다.
작품마다 공통점이 있다. 한결같이 특유의 대사체, 노래방신, 말풍선, 음식 담화, 원혼, 상상, 토속신앙 등이 등장한다.
개연성 없는 내용으로 시청자의 입방아에 오른 적도 여러 번이다. 신 내림, 녹색 레이저 발사, 부모를 집에서 내쫓는 자식들, 동성애, 어이 없는 죽음 등의 설정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오로라 공주'에서는 10명이 넘는 배우가 극에서 사라졌다. 하차에 따른 논란을 의식해 극 중 인물의 하차 소식을 미리 알리는 우스운 상황도 있었다.
'압구정 백야'도 다르지 않았다. 조나단(김민수)이 아무런 예고 없이 조폭에게 맞아 즉사했고, 육선지(백옥담)가 네 쌍둥이를 출산하는 등 육선지 위주로 이야기가 흘러갔다. 급기야 '압구정 선지'라는 비아냥을 들었다. '오로라 공주'도 매번 어디로 튈지 모르는 전개를 이어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임 작가가 드라마의 정형화된 틀에서 벗어나 다양함을 추구하는 작가라고 평하기도 한다. 상식 밖 설정을 넣는다거나 한 에피소드를 몇 분이상 보여주는 방식 등을 판에 박힌 틀에서 벗어나려는 시도로 보는 것이다.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지만, 여느 막장드라마와는 다른 독특한 면이 있는 건 분명하다. 실제로 상식을 깨는 전개에 궁금증과 재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작품마다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전작들에 비해서는 미미했지만 은퇴작 '압구정 백야' 역시 13~16%대를 오가며 선방했다.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이나 기사의 댓글에는 여전히 수백 개의 비판 글이 올라오나, 이 또한 관심의 반영이었다.
그는 시청자를 심리를 이용할 줄 안다. 어이없는 내용과 캐릭터로 이슈와 논란을 몰고 다니지만, 막장인 줄 알면서도 보게 하는 힘이 있었다. 전개와 관련 없는, 시청자를 가르치려는 듯한 설교식의 대사도 꼭 끼워 넣는데 그 내용이 모두 틀린 것만은 아니었다. 고개를 끄떡거리게 하는 말들도 있었다.
임성한 작가는 분명 괴짜다. 욕을 먹고 도마 위에 올라도 고집은 절대 꺾지 않는다. 그의 작품은 어디로 튈지 모른다. 그러나 그런 모습으로만 임 작가를 규정할 순 없다. 괴상망측하거나 기상천외하거나. 그 중간 지점에 미묘하게 서 있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포스터 ⓒ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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