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박쥐 군단' 발렌시아가 레알 마드리드의 한해 농사에 재를 제대로 뿌렸다.
발렌시아는 10일(한국시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4-2015 프리메라리가 36라운드에서 레알과 2-2 무승부를 거뒀다. 이번 결과로 레알은 리그 우승 경쟁에서 밀렸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 레알 소시에다드를 누른 선두 FC바르셀로나(승점90)와 승점 4점차로 벌어졌다. 이에 따라 남은 2경기에서 레알로서는 바르셀로나가 모두 패해야 우승할 수 있는, 어려운 처지에 놓였다.
한 시즌동안 공들였던 농사가 흉작이 되는 순간이었다. 시즌 초반과 지난 2014년 말까지만 해도 압도적인 상승세로 리그 선두를 달리던 레알은 어느덧 바르셀로나에게 추월을 당하면서 결국 우승을 막판에 놓칠 가능성이 높아졌다.
공교롭게도 중요했던 고비처마다 그들을 막아세운 것이 발렌시아였다. 발렌시아의 박쥐들은 올해 레알을 두 번 울렸다. 지난 1월에 있었던 승리가 첫번째였다. 레알의 연승 세계신기록 도전을 막아세우면서 스스로 레알의 운명을 가르는 분기점이 됐다. 지난해 하반기부터 올해 초까지 레알 마드리드는 공식경기 22연승을 내달리며 매서운 기세를 보였지만 세계신기록인 24연승을 2경기 앞두고 발렌시아 원정에서 패해 대기록은 물건너갔다.
수확을 해야 되는 5월에 박쥐들이 다시 레알을 찾아왔다. 당시를 회상한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은 이번 발렌시아전에 신중을 기했다. 자칫 또 한번 이들에게 미끄러질 수 있다는 불안한 전망과 함께 "챔피언스리그에 대비한 로테이션은 없다"며 총공세를 선언했다. 반드시 이기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인 것이었다. 이를 반영해 선발라인업도 빈틈을 두지 않았다. 내세울 수 있는 자원은 모두 기용해 발렌시아를 상대했다.
하지만 이번에도 발렌시아는 레알을 상대로 강한 모습을 보여줬다. 전반전에만 두 골을 터트리며 앞서갔고 단단한 수비와 골대의 행운은 레알의 애간장을 태우게 만들었다. 발렌시아의 골문을 지킨 디에고 알베스의 선방쇼도 눈부셨다. 레알이 골대를 4번이나 맞추기는 했지만 알베스가 전반 말미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페널티킥을 막아낸 것을 비롯해 후반 막바지에 온 몸을 날리는 활약을 펼쳤기에 2-2 무승부가 가능했다.
문제는 이제부터다. 발렌시아를 상대로 거둔 무승부의 영향이 남은 일정에서 레알을 괴롭힐 지가 관건이다. 1월에도 발렌시아에게 패한 뒤에 극심한 부진에 시달렸던 기억이 있어서 레알의 걱정은 더욱 크다. 이날 경기에서 토니 크루스는 부상을 입어 당장 중원에 공백도 생겼다. 오는 14일에는 유벤투스와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2차전에서 결판을 내야 되는 상황에서 레알이 무승부의 여파를 얼마나 극복할 지 주목된다.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발렌시아 ⓒAFPBBNews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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