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매년 유럽이적시장은 복잡하게 돌아간다. 얽히고 설킨 관계에서 때로는 묘하게 이어지는 경우도 보인다. 이번 여름이적시장을 앞두고 리버풀과 연결돼 있는 손흥민(23, 레버쿠젠)과 위르겐 클롭(48, 도르트문트) 감독도 그 중 하나다.
손흥민과 클롭 감독은 비슷한 시기에 리버풀 관련 뉴스에 오르내리고 있다. 클롭 감독이 조금 더 오래됐다. 클롭 감독은 올 시즌을 끝으로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지휘봉을 내려놓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휴식을 취할 가능성이 제기됐지만 그는 "아직 쉴 생각은 없다"는 말로 축구계에 있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에 따라 클롭의 차기 행선지에 대해 궁금증이 생겼다. 많은 둥지들이 후보군에 올랐는데 여기에는 리버풀도 포함돼 있다. 현재로서는 사령탑을 바꿀 기미가 전혀 없는 아스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등을 제외하면 리버풀이 맨체스터 시티 등과 함께 가능성이 높은 팀으로 급부상한다.
리버풀 현지 곳곳에서 쇄도하는 영입 요구도 무시할 수 없다. '리버풀 에코' 등 지역언론들은 "여전히 수뇌부들이 로저스 감독의 지도력에 신뢰를 갖고 있다"는 설명으로 잔류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지만 전문가들과 출신 레전드들은 클롭 감독의 리버풀행의 가능성을 지우지 않고 있다.
리버풀의 레전드 출신 스티브 니콜은 로저스가 아무리 좋은 감독이라도 클롭이 자유의 몸이 된 상황에서 바꾸지 않는 것은 사실상 어리석은 일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요한 것은 유럽에서도 지도력에서는 정평이 나 있는 클롭 감독이 자유로운 몸이 됐다는 것이다. 리버풀도 클롭 감독을 쫓을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독일에서도 클롭 감독의 리버풀행에 힘을 실어주는 이야기들이 나오고 있다. 엠레 찬의 리버풀행을 제기해 맞춘 바 있는 분데스리가 전문 기자 라파엘 호니그스테인은 자신의 SNS계정 등을 통해 클롭이 리버풀의 제안을 거절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봤다. 그는 "클롭의 측근들에 따르면 이미 잉글랜드행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면서 "리버풀이 가장 어울린다. 도르트문트와 유사한 부분이 많은 클럽이고 특별한 매력이 있는 팀이어서 제의를 거부하기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근에는 주요 언론들로부터 로저스 감독에 대한 리버풀의 평가가 곧 있을 것이고 클롭 감독과도 접촉한 것으로도 알려졌다.
그 사이 영국에서는 손흥민에 대해 관심을 보이고 있는 리버풀 소식이 전해져 눈길을 끌었다. 메트로와 데일리메일 등은 리버풀이 공격수를 영입하기 위해 움직이는 과정에서 손흥민도 리스트에 포함해 예의주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데일리메일에 따르면 아직 손흥민이 레버쿠젠과 2018년까지 계약이 연장돼 있기는 하지만 리버풀은 자금을 앞세워 손흥민을 데리고 오려는 계획도 있고 멤피스 데파이와 함께 다음 시즌 팀 공격을 이끌어줄 적임자로 손흥민을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은 '설'에 그치고는 있지만 실제로 성사된다면 많은 이목을 집중시킬 만한 성과가 될 것으로 보인다. 향후 축구계 10년을 좌우할 명장으로 각광 받는 클롭 감독과 최고의 기대주로 손꼽히는 손흥민의 만남이다. 둘 간의 인연 또한 깊다. 분데스리가에서 자주 마주쳤다. 그때마다 손흥민은 클롭 감독의 머리를 아프게 했다. 함부르크SV와 레버쿠젠 소속으로 도르트문트를 상대했던 손흥민은 도르트문트 골문을 여는 데 강했다.
2012-2013시즌 함부르크 유니폼을 입고 도르트문트 상대 2경기에서 4골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에도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고 2013년 12월에 도르트문트 수비라인을 파괴시키는 결승골로 팀의 1-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자신을 자꾸 흔들자 클롭 감독은 당시 경기가 끝나고 손흥민의 목덜미를 잡으며 소심한 복수를 하기도 했다. 지난 1월에는 호주 아시안컵 결승전 출전으로 도르트문트와의 후반기 개막전에 나설 수 없게 되자 도르트문트의 한스0요하임 바츠케 회장이 "손흥민이 레버쿠젠에 있지 않아 행복하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어디까지나 가능성일 뿐이지만 일어나지 말라는 법도 아직 없다. 공격 전술에 일가견이 있는 클롭 감독이라는 손흥민의 활용에도 좋은 모습을 보여줄 가능성이 높다. 압박과 스피드를 갖춘 손흥민은 클롭 감독의 축구색깔에도 잘 어울린다.
리버풀의 유럽 챔피언스리그 진출권 획득 여부가 관건이 될 전망이다. 리그 종료까지 3경기를 앞두고 리버풀은 5위로 4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승점 4점차로 쫓고 있다. 최근 막바지에 와서 득점력 기민으로 걱정을 늘어놓고 있는 맨유의 상황이 좋지 않는 등 리버풀에게 유리하게 돌아가는 부분이 있어 추월도 노려볼 만하다. 리버풀이 챔피언스리그에 극적으로 나설 수 있게 된다면 클롭과 손흥민의 만남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을까.
김형민 기자 khm193@xportsnews.com
[사진=클롭 감독과 손흥민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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