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헬멧 모시한복 등 독특한 의상으로 무대를 누볐던 크레용팝이 이번에는 8,90년대 영웅물을 연상하게 하는 복장으로 돌아왔다. 겉은 달라졌지만, 보는 이들을 웃음 짓게 하는 분위기는 그대로다. 1년 여 만에 돌아온 크레용팝은 팀의 색깔을 더욱 견고히 다듬고 있다.
크레용팝의 두 번째 미니앨범 'FM(에프엠)'은 지난달 27일 발매됐다. 'FM'을 비롯해 '하파타카' '1,2,3,4'가 실렸다. 앨범이름이자 타이틀 곡인 'FM'은 Field Manual(야전교범)이라는 뜻으로 군대에서 '교과서적으로 생활하는 병사'를 일컫는다. 크레용팝은 형식과 틀에 박힌 남자를 자신들의 매력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귀엽고 발랄하고 악동스러운 크레용팝이 아닌 여전사로 돌아왔어요. 'FM' 뮤직비디오는 영웅 콘셉트로 보시는 분들이 90년대 동심의 세계로 빠져들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제작했죠. 좋아해 주셨으면 해요."
멤버들은 새 앨범에 대해 '성숙한 댄스곡'이라고 표현했다. 그동안 크레용팝이 보여줬던 경쾌하고 밝은 모습과 달리 'FM'은 톤이 많이 내려간 것. 신사동호랭이 몬스터팩토리와 작업했다. 이들은 의견을 자유롭게 주고받으면서 신곡을 만들었다며 웃음 지었다. 그러나 모든 부분이 만족스러운 것은 아니다.
"발라드 곡이 없는 건 아쉽죠. 저희 다 노래를 잘해요.(웃음) 발라드 곡도 녹음했는데 정규 앨범 때 들어갈 것 같아요. 차근히 준비하고 이죠. 타이틀 곡 선택하면서 고민이 많았어요. '하파타카'도 후보였죠."
아담한 체구를 가진 이들이 모인 크레용팝은 이 덕분에 연령대가 높은 팬들에게도 지지를 받는다. 헬멧을 쓰고 총천연색 의상으로 '직렬 5기통' 춤을 췄던 '빠빠빠'를 시작으로 가요계에 안착했다. 크레용팝의 아저씨팬들을 가리켜 '팝저씨'라는 신조어가 생겼다.
"콘셉트도 특이하고 게릴라 공연으로 이름을 알렸죠. '빠빠빠' 영상을 보시고 활력소를 얻으신 분이 많은 듯해요. 섹시한 걸그룹 아닌 가수가 길거리에서 춤을 추는 것을 보시고 힘을 내셨다는 분이 많아요. 교수 선생님 의사 등 열심히 일하시다가 저희를 따라다면서 응원해주시는 분들이죠."
'팝저씨와' 크레용팝의 팬들은 지난 5일 서울 종로구 대학로 마로니에공원에 모여 '팝저씨 대첩'을 열었다. 각자 준비한 트레이닝복에 가면을 쓰고 'FM' 안무를 하는 플래시몹을 선보였다. 크레용팝은 "팬들이 모여서 추억을 쌓고 스트레스를 해소하시는 일탈인 것 같다"면서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이들 역시 길거리 게릴라 콘서트를 진행 중이다.
"크레용팝이 있는 한 게릴라 공연을 계속할 거예요. 마지막까지 잊지 않을 겁니다. 중국 등 해외에서도 기회가 되면 활동하고 싶죠. 저번 앨범('어이')는 급하게 준비했고, 시기가 좋지 않아 아쉽기도 해요."
지난해 4월 1일 발표된 '어이'는 '빠빠빠' 후속작으로 기대를 받았지만, 성적은 만족스럽지 못했다. 앨범 활동 중에 크레용팝은 팝가수 레이디가가 투어의 오프닝 무대에 오르기 위해 한 달 동안 한국을 떠나있었기 때문이다. 그래도 미국에서 레이디가가 무대를 지켜보면서 얻은 수확은 꽤 컸다.
"처음에는 언어적인 문제와 다시 이름을 알려야 해서 고민이 있었죠. 그래도 너무 재밌었어요. 레이디가가를 보면서 퍼포먼스를 배우고 무대에서 즐겁게 했죠. 12개 도시를 다녔고, 마지막에는 팬이 생겨 팬미팅도 했어요. 레이디가가를 보면서 언젠가는 월드투어를 하자고 다짐했죠."
이들은 레이디가가 투어에 대한 질문을 받자, 이야기 보따리를 풀어냈다. 레이디가가가 보여준 관객과의 의사소통부터 짜임새 있는 무대까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무대에 오르기 전 열심히 몸을 가꾸고 운동하는 것을 보고, 멤버들도 체력을 만들기 위해 미국에서도 쉬지 않고 운동했다.
귀엽고 앳된 콘셉트를 내세웠던 크레용팝의 멤버들은 벌써 20대 중후반의 나이가 됐다. 데뷔 때부터 10대 멤버는 없었을 만큼 각자 인디밴드 연극 등으로 착실히 기본을 쌓아왔다. 그만큼 여리한 겉모습과 다른 단단한 속내를 지녔다.
"콘셉트를 지적하는 분들도 계시지만 '나만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면 돼'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어요. 멘탈이 약하진 않아요. 자부심을 가지고 가수 생활을 하죠. 앨범을 열심히 준비했으니 진심이 전해질 것이라 믿어요."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크레용팝 ⓒ 엑스포츠뉴스DB, 크롬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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