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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色다른 인터뷰②] 강한나가 말하는 '순수의 시대' 그리고 세 남자

기사입력 2015.03.22 12:18 / 기사수정 2015.03.22 12:18

박소현 기자


[엑스포츠뉴스=박소현 기자] 영화 '순수의 시대' 가희는 순수한 자신의 복수심과 순수하게 자신을 향하는 애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입체적 캐릭터다.

신예 강한나의 영화 첫 주연작인 '순수의 시대'에서 그는 연기로는 일가견 있는 충무로의 대선배 두 사람과 '대세'로 떠오른 학교 후배와 호흡을 맞췄다. 영화 속 가희는 복수의 근원이 된 진(강하늘 분)부터 복수를 위해 이방원(장혁)을 만나고, 그러면서도 민재(신하균)에 대한 순수한 사람의 마음을 포기하지 못한다.

최근 서울의 한 카페에서 이뤄진 강한나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만난 세 남자배우에 대해 솔직한 마음들을 고백했다.   

"제게 언젠가 후배가 생긴다면 저도 신하균, 장혁 선배와 같은 연기자가 되고 싶다고 생각했어요. 무엇하나 안 배울 게 없는 좋은 분들이셨어요. 두 분의 모습을 잊지 않아야겠다 싶었죠. 선배들이 잘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니 절로 느껴지는 것들이 있었어요. 굳이 이렇다, 저렇다 말해주지 않아도 두 분이 몸소 보여주는 모습들이 제겐 큰 귀감이 되었어요. 나 자신이 스스로 잘하는 것, 그게 귀감이 되는 거구나 생각했어요"



강한나와 가장 큰 감정선을 형성하는 캐릭터는 신하균이 맡은 김민재다. 조선 최고의 무장인 그는 조선 최고의 실세 정도전의 비호 아래 성장하면서 마음에 큰 사랑을 품어본 적이 없었지만 가희를 만나 어머니의 모습을 쫓고, 사랑에 빠지게 됐다. 그래서인지 강한나 또한 상대역인 신하균 캐릭터를 바라보는 관점이 조금은 달랐다. 세간에 화제가 되었던 신하균의 '신경질적인' 근육이 그랬다.

"많은 곳에서 신하균 선배의 몸이 신경질적인 근육이라고 표현되었지만 저는 아주 처연한 몸이라고 생각해요. 보여주기 위해 멋있게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민재라는 캐릭터가 살아남기 위해 만들어진 몸이에요. 몸을 보면 상처도 많고, 들짐승이나 다름없어요. 강인하지만 슬퍼 보일 수 밖에 없어요. 안쓰럽지 않나요?"

자신의 상대역 민재가 아닌 배우 신하균과의 만남도 그랬다. 촬영이 힘들지 않았냐는 질문에 자신은 편하게 먹으며 촬영에 임했지만 정작 신하균은 혹독한 식이요법을 해야했고, 상처를 입어다치는 등 더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다른 사람들을 먼저 생각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강한나에 대해 신하균 또한 칭찬을 아끼지 않으며 만족스러워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신하균 선배는 정말 수많은 장점을 갖고 계세요. 특히 촬영장에서 모든 것을 던져서 하얗게 태우며 작품에 임하는 선배님의 모습은 본받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아주 유쾌한 분이시기도 해요. 촬영장에서 본인이 기르는 고양이 이야기도 즐겨 해주시곤 했죠. 많은 분이 아직 신하균 선배의 그런 면모나 매력을 잘 모르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현장에서  선배 덕분에 정말 화기애애했습니다."



가희가 복수할 수 있도록 돕는 사람은 이방원이다. 물론 이는 그의 정치적 필요에 의한 것이기도 하다. 장혁은 오랜 시간 사극을 해온 경험을 바탕으로 책략가 이방원의 모습을 보이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그 모습은 후배인 강한나의 눈에도 보였다.

"장혁 선배는 배려를 정말 많이 해주는 사람이에요. 공부도 많이 하는 타입이셨구요. 인물, 역사에 대해 깊이 있는 공부를 하세요. 자료를 많이 찾아 읽고 공부한 선배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그 시대 역사에 대한 생각도 많이 해볼 수 있었어요. 배우로서 십여 년의 경력을 갖고 있지만, 끊임없이 공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저도 끊임없이 공부하는 자세를 잃지 말아야겠다 싶었습니다."

장혁의 학구적인 자세에 감명받은 강한나지만 그녀 또한 현장에서 연기일지를 쓰는 남다른 면모로 화제가 되기도 했었다. 쉬는 날이면 현장에서 들었던 연기 부분에 대한 조언이나 인물에 대한 이야기들 정리해 담았다. 한번 돌이켜보면서 정리를 하며 앞으로 있을 촬영을 대비했다. 영화 촬영은 시간순으로 이뤄지지 않기에 직전 신의 감정들을 기록해놨던 것들이 도움이 되었다.

강한나는 천민 출신인 가희의 삶을 이해하기 위해 일부러 논문을 찾아봤다. 당시 여성들이 어떻게 삶을 살았고, 극 중 천민이 소 한 마리 값보다 못하다는 내용같은 것들을 완벽하게 이해하기 위해서였다.



그런 가희를 능욕하고 가희의 어머니를 죽음에까지 이르게 하는 인물은 왕의 사위인 진이다. 가희를 농락하고, 가희에게 농락당하는 역할을 맡은 강하늘은 기존과는 다른 얼굴로 대중과 마주했다. 두 사람은 여러 차례 성적 긴장감이 느껴지는 장면들을 연출한다.

"강하늘과 호흡을 맞출 때는 기본적으로 신뢰가 밑바탕이 되다 보니 어려운 신을 할 때도 덜 불편하게 잘 촬영을 마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학교 다닐 때 함께 연극 작업을 하기도 했어요. 제가 2학년이라 연기를 하고 1학년이었던 강하늘은 스태프로 참여했다가 마지막 공연에선 카메오로 나서기도 했었어요. 인연인 것 같아요. 아, 강하늘은 대학생때 천사라고 불렀어요. 계속 웃고 인사하고 다녔거든요. 강하늘은 좋은 후배이자 연기자로서 배우는게 많은 사람입니다."

최근 여배우들의 예능 나들이가 잦아지고 있고, 예능을 통해 새로운 매력을 선보이는 배우들도 많다. 혹시 강한나도 영화나 드라마가 아닌 예능 프로그램 출연을 원하는 지 슬쩍 질문을 던졌지만, 그는 웃으며 손사레를 쳤다.  

"예능 프로그램이요? 사실 저도 MBC '무한도전'의 굉장한 팬이에요. '무모한 도전'시절부터 쭉 애청자죠. 다만 예능은 정말 아무나 하는게 아닌 것 같아요. 예능감이 좋고 멋진 분들이 많이 하시고 계시는데, 저는 아직 준비가 덜 된 것 같아요. 지금은 배우로서의 모습을 좀 더 보여드리고 싶어요. 연기하는 모습을 우선 대중들에게 보이고 싶은 때라고 생각합니다."



강한나의 차기작은 벌써부터 기대를 모으지만 아직 결정하지 못했다. 그녀의 소속사 판타지오는 강한나가 '순수의 시대'에 집중할 수 있도록 다른 이야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회사에 감사한 부분이에요. 제가 한 작품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해줬어요. 아직 정해진 차기작은 없어요. '미스코리아'를 찍으며 드라마의 매력도 알 수 있었고 이번 '순수의 시대'도 영화의 매력을 다시금 알려줬어요. 영화를 워낙 좋아해서 영화를 해도 좋겠지만 어떤 스토리이냐에 따라 중요할 것 같아요. 학교는 한참 뒤에 복학하게 될 것 같아요. 지금은 차기작에 관심이 더 가고, 연기 활동을 하고 싶습니다."

영화 작업을 숭고하다고 표현한 강한나는 촬영 내내 자신을 도와준 제작진들에게 감사함을 몇 번이고 되풀이해 말했다. 함께 호흡을 맞춘 멋진 세 남자배우에 대해서도 막힘이 없으면서도 진지한 답변을 꺼냈다.

배우가 연기하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강한나는 '순수의 시대'를 통해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본인도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비록 '순수의 시대'는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흥행 성적표를 받아들었지만, 강한나를 발견했다는 미덕은 분명히 남길 수 있었다.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사진=강한나ⓒ권혁재 기자]

박소현 기자 sohyunpark@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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