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0-27 14: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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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방송 '3분의 법칙'을 아시나요? [엔터인사이드]

기사입력 2015.03.17 12:24

김경민 기자

[엑스포츠뉴스=김경민 기자] 국내 음악방송은 현재 지상파 3사를 비롯해 엠넷, MBC 뮤직, SBS MTV 등 케이블 채널 등을 포함하면 일주일을 빡빡하게 채우고 있다.
 
케이블 방송사의 파급력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진 것도 사실이지만 지금도 절대 권력은 지상파 3사의 '뮤직뱅크', '쇼!음악중심', '인기가요'가 대표적이다. 그런데 날짜도 방송시간도 다른 이 지상파 3사의 음악방송에는 공통법칙이 있다. 바로 '3분의 법칙'이다.
 
▲3분의 법칙은?
 
'3분의 법칙'은 음악방송에 가수가 노출되는 시간을 말한다. MC들의 가수 소개와 음악이 나가는 시간을 포함한 시간을 의미한다. 이는 1시간 남짓한 음악방송 시간 동안 출연 가수(팀)은 무려 20여개 팀에 달한다. 여기에 MC멘트까지 더해진다면 3분을 넘는 곡은 틀기 힘들다는 것.
 
여기에 컴백하는 대형 아티스트의 경우 커플링곡을 함께 무대에서 선보인다. 이렇게 되면 일부 가수는 자신의 곡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하는 불행을 겪게 된다.
 
한 음악방송 PD는 "사전에 출연이 확정된 아티스트를 대상으로 곡에 대한 편집을 요구한다. 이 경우 3분이 기준점이 되는데, 비중이 있는 팀의 경우 3분 이상을, 아닐 경우 3분 미만이 된다"고 전했다.
 
▲3분의 '위아래'=인기와 기획사 파워의 '위아래'
 
국내에서 최고의 기획사로 불리는 SM엔터테인먼트의 가수인 엠버의 '쉐이크 댓 브라스'를 예로 들어봤다.
 
엠버는 지난 주 KBS 2TV '뮤직뱅크'에서는 3분 17초를, MBC '음악중심'에서는 3분 12초를, SBS '인기가요'에서도 3분 12초를 출연했다. '쉐이크 댓 브라스'의 원곡은 3분 13초 짜리다. 엠버는 자신의 노래를 무대에서 오롯이 보여줄 기회를 잡고 있는 셈이다.
 
반면 중소규모 기획사의 걸그룹 A팀을 봤다. A팀은 '뮤직뱅크'에서는 딱 3분을, '음악중심'에서는 2분 57초를, '인기가요'에서도 2분 57초를 받았다. 이들은 이로 인해 특정 부분을 '잘라내는' 고통을 감내했다.
 
A팀의 경우 인지도 있는 소속사에 활동기간 또한 긴 '선배격' 팀이지만 인기에서 밀리면서 엠버에 비해 덜 할당을 받은 셈이다. 신인의 경우 이는 더하다. 3분 30초가 되는 곡이 2분 30초가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파워게임이 음악방송에서는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한 대형 기획사 관계자는 "3분을 할당 받지 못해서 활동을 접어버린 팀도 있다. 제작진의 판단에 해당 팀이 출연했을 때 객석반응이나 순간 시청률이 부진하다 생각했는지, 소속사에 2분 이하로 곡을 해줄 것을 요구했는데, 그 팀이 활동을 접어버렸다. 이 경우 파워게임에서 밀린 셈이다"고 전언했다.
 
▲'3분법칙' = 짧아진 가요 '러닝타임'
 
1990년대 한국 가요의 '러닝타임'은 4분 전후였다. 90년대 초반 전설적인 히트곡인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의 경우 러닝타임이 무려 4분 6초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공전의 히트곡 '발해를 꿈꾸며'는 무려 4분 41초에 달한다. 이런 곡을 내놔도 당시 음악방송은 온전히 이들의 곡을 보여줄 수 있는 환경이 됐다.
 
하지만 수 많은 기획사들이 난립하고 20여개 팀이 출연하는 요즘 음악방송은 3분의 법칙이 철저하게 작용한다. 이로 인해 수 많은 기획사들은 어쩔 수 없이 '짧은 노래'를 만들어 내고 있다.
 
대표적인 히트곡으로 꼽히면서 좀 길다 싶은 엑소의 '으르렁' 또한 3분 27초다. 소유와 정기고의 '썸' 또한 3분 31초다.
 
무대를 중심으로 하는 퍼포먼스 그룹의 경우 이 같은 경향은 더하다. 걸스데이의 '썸띵' 같은 경우는 3분 20초다. 나인뮤지스의 '드라마' 같은 경우는 딱 3분 2초다. '썸띵'의 경우 후렴구를 잘라내는 방식으로 음악방송에 맞춰서 편곡을 진행하기도 했다.
 
▲'아티스트' 설 자리는 없어지는 현실.
 
물론 3분이라는 시간 동안 자신의 모든 것을 보여주는 가수도 존재한다. 하지만 기승전결 식의 정석을 보여주는 음악을 보여주기에는 3분은 짧다는게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한 프로듀서는 "음악 방송 출연을 전재로 한 가수의 경우 노래를 짧게 제작을 해야 하는게 현실이다. 노래를 길게 제작해서 자르기 보다는 제작 단계에서 '짧게'를 요구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과거처럼 음악이 위주가 된 '아티스트' 지향의 음악은 갈수록 설 자리가 좁아지고 있다. 조성모의 '아시나요'나 앞서 언급한 신승훈의 '보이지 않는 사랑' 등은 오케스트라와 보컬이 어우러진 대형곡들이다. 이런 경향의 곡들은 요즘 가요계에서는 화석과도 같은 존재가 되어버렸다.
 
'듣는' 음악의 시대가 아닌 '보는' 음악의 시대. 그리고 '빨리빨리'를 요구하는 요즘 세태에 매주 바뀌는 가수들은 음악마저도 바쁘게 만들어버렸다. 3분의 법칙은 이런 시대가 만들어낸 대표적인 산물인 셈이다.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김경민 기자 fend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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