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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정훈, 개막전 선발 욕심 버린 이유

기사입력 2015.03.09 07:00 / 기사수정 2015.03.09 06:22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부산, 나유리 기자] 이종운 감독 '밀당'의 승리일까?

5년만의 복귀를 준비하는 조정훈(30,롯데)이 드디어 1군 실전 무대에 섰다. 조정훈은 8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의 시범경기에 팀의 두번째 투수로 5회초 등판해 2이닝 동안 4탈삼진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최구 구속은 145km. 시범경기라 비공식 기록이지만 1730일만의 사직 복귀전이었다.

이번 스프링캠프에서 밝혔던 조정훈의 목표는 3월 28일 사직 개막전 선발 투수였다. 팀의 1선발이라는 상징성까지 가질 수 있는 계획. 그렇다면 목표가 현실이 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지금까지는 매우 낮다.

롯데의 애리조나 1차 캠프에서 만났던 조정훈은 "올해 개막전 선발을 맡고 싶다. 3월 28일 사직 kt전 선발투수 조정훈. 이 이야기를 기사에 꼭 써달라. 상대 선발은 크리스 옥스프링이 나올 확률이 크니까 부담스러울 자리일 수도 있지만 하고 싶다. 이왕할거 멋지게 돌아왔다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이야기 했다. 미소를 띄긴 했지만 절대 농담은 아니었다. 오랜 공백을 딛고 복귀하는 투수의 절실함이 묻어있는 소망이었다. 그런 그가 개막전 선발 욕심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것은 이종운 감독을 향한 우회적인 '어필'이었다. 

하지만 다음날 그 이야기를 들은 이종운 감독은 씩 웃었다. "본인이 그 정도의 의욕을 보여준다는 것이 기쁘다"면서도 "개막전 선발은 힘들 것 같다. 오랫동안 쉬지 않았나. 페이스가 좋아 선발로 복귀한다고 해도 개막전부터는 힘들 것이다. 1,2선발은 외국인 투수들이다. 조정훈은 욕심내지 않고 4~5선발 정도로 생각하고 있다"고 '화답'했다. 그러면서 이 감독은 "아직 본인에게는 이야기하지 말라"는 당부까지 덧붙였다.

이종운 감독이 "안된다"고 말하는데는 충분한 이유가 있다. 일단 공백이 길었고, 두차례나 수술대에 올랐던 선수다. 무리하게 끌고 가다가 자칫 다시 부상이라도 입을 경우 이제는 선수의 생명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조정훈은 "불안한 생각은 떨쳐버리고 싶다. 다른 사람들은 내가 한번 더 수술을 하게 되면 영영 야구를 못할 수도 있다고 하는데, 아직 쓸 수 있는 인대가 남아있어 괜찮다. 수술 2번,3번도 하는데 4번은 못하겠나. 그런 걱정을 하면 야구를 못한다"며 주위를 안심시키고 있지만 코칭스태프의 걱정은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때문에 조정훈에게 기초 체력 단련 위주의 운동을 더 꼼꼼하고 세밀하게 지시했다. 

그리고 결국 '밀당'에서 이종운 감독이 이겼다. 조정훈이 코칭스태프에게 백기 아닌 백기를 들었다. 8일 첫 시범경기 등판을 마친 조정훈은 "이제 개막전 선발 욕심은 버렸다. 욕심은 있었는데, 감독님과 밀고 당기기를 하던 중 개막전 선발은 안된다고 하시더라. 선발을 하게 된다고 해도 불펜으로 1,2차례는 나가야하지 않겠느냐고 이야기하시는데 제가 졌다. 저는 힘이 없다"며 웃었다. 

물론 개막전 선발은 어디까지나 그가 꿈꾸는 '최상의 복귀전 시나리오'였을 뿐, 무조건적으로 고집을 부리던 상황은 아니었다. 조정훈도 공백기를 "힘들면 시간이 안간다. 4년이나 힘들었으니 나는 거의 정신을 놓은 사람이었다. 누군가는 시간이 약이라지만 그것도 다 회복할 수 있는 기력이 있을 때 이야기다. 요즘은 워낙 세대교체도 빠르고, 내 나이는 30살을 넘겼다. 걱정이 많았다. 안되면 끝이라는 생각에 힘들었다"고 돌아보는 만큼, 건강하고 무탈하게 마운드에 돌아가는 것이 가장 궁극적인 목표일 뿐이다. 

이종운 감독의 생각에도 변함이 없다.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끌어올려 복귀하는 것"을 여러번 강조하면서 "정훈이가 코칭스태프의 생각을 받아들여줘 다행"이라며 안도했다. 하지만 이종운 감독도 조정훈이 1군 마운드에 복귀하는 날을 벌써 기대하고 있다. "많은 관중분들이 조정훈의 유니폼을 들고 야구장에 오셔서 이름을 외쳐주고, 박수를 쳐주시면 좋을 것 같다"는 감독의 얼굴에는 설렘과 희망 그리고 약간의 걱정이 함께 묻어 있었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조정훈 ⓒ 롯데 자이언츠]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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