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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 17's EPL Talk!] 가레스 베일, 그가 궁금하다!

기사입력 2006.12.24 19:11 / 기사수정 2006.12.24 19:11

박형진 기자

이제 우리에게 프리미어리그와 잉글랜드 축구는 제법 익숙합니다. 박지성, 이영표, 설기현의 활약 덕분에 이제 안방에서 편안하게 프리미어리그 경기들을 관전할 수 있고, 프리미어쉽 관련 기사도 많이 볼 수 있으니깐요. 덩달아 프리미어쉽에서 뛰는 선수가 대부분인 잉글랜드 대표팀도 우리에겐 왠지 친근한 팀이 되어버렸습니다.

하지만, 프리미어쉽의 하부 리그인 챔피언쉽은 우리에게 아직 생소합니다. 설기현 선수가 울버햄튼에서 뛸 때조차 챔피언쉽 경기를 볼 기회도 없었고, 아무래도 좀 더 화려하고 수준 높은 프리미어쉽에 비해 관심이 덜 가기 마련이니깐요. 또 국제무대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잉글랜드에 비해 웨일스,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의 선수들에 대해서는 그 '친근함'이 덜 합니다. 뭐, 전설인 긱스 선수 정도가 우리에게 좀 익숙한 웨일스 선수겠죠?

이런 얘기를 먼저 꺼내는 이유는 오늘 소개할 선수가 챔피언쉽에서 활약하는 웨일즈 선수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사우스햄튼의 가레스 베일(Gareth Bale)입니다. 최근 국내에도 이영표 선수의 소속팀인 토트넘 홋스퍼가 관심을 보인다는 소식으로 그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했는데요, 저도 그의 이적 관련 루머를 여러 번 전한 적이 있습니다. 과연 가레스 베일이 어떤 선수이기에 프리미어쉽의 내로라 하는 팀들이 그에게 막대한 이적료를 지불하면서 그를 원하고 있는지, 과연, 가레스 베일은 어떤 선수일까요?

사우스햄튼의 유망주

현재 프리미어쉽에는 사우스햄튼 출신의 걸출한 스타 선수가 제법 있습니다. 우선 사우스햄튼의 프랜차이즈 선수는 아니지만 사우스햄튼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리버풀에 입성한 피터 크라우치가 있습니다. 2미터가 넘는 장신 공격수로 유명한 크라우치는 2004/5 한 시즌 동안 사우스햄튼에서 12골을 뽑아내며 두각을 드러냈고, 리버풀은 7백만 파운드를 지불하며 4년 계약으로 그를 영입했습니다.

가레스 베일과 같은 포지션의 웨인 브리지는 사우스햄튼의 간판선수였습니다. 사우스햄튼에서 태어나 사우스햄튼 아카데미(유소년팀)에서 선수생활을 시작한 그는 1998/9시즌에 1군 경기에 데뷔했습니다(당시 사우스햄튼은 프리미어쉽 팀이었습니다!). 그는 2000/1시즌에 '올해의 사우스햄튼 선수'로 뽑힐 정도로 멋진 활약을 보여줬으며, 결국 사우스햄튼을 위해 173경기를 뛴 후 팀에 7백만 파운드의 이적료와 그램 르 쇼(Graeme Le Saux) 선수를 안겨주며 첼시로 이적합니다.

하지만, 역시 가레스 베일과 비교할 만한 사우스햄튼 선수는 바로 테오 월콧입니다. 월콧은 아주 어린 나이에 비해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온 선수입니다. 그는 14살의 나이에 한 번도 1군 경기를 뛰지 않은 상황에서 나이키의 후원을 받기도 했으며, 2005년 10월 18일 자신의 1군 데뷔 경기인 리즈 유나이티드와의 경기에서 자신의 데뷔골을 작렬하며 주목을 받습니다.

사우스햄튼을 위해 뛴 가장 어린 선수라는 기록을 세운 그는 곧 프리미어쉽 팀들의 관심거리가 되었고, 결국 웽거 감독은 그에게 기본 5백만 파운드(그의 1군 경기 및 대표팀 경기 출전에 따라 최대 천2백만 파운드까지 증액될 수 있는 옵션이 있습니다.)를 지불하며 그를 아스날로 데려옵니다. 그의 이적료는 잉글랜드 축구 역사상 16살 선수에게 지불한 가장 비싼 이적료였습니다.

그리고 그는 2006년 5월 30일 헝가리와의 친선 경기에 출전하면서 잉글랜드 역사상 가장 어린 나이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그라운드를 밟은 선수가 되었으며, 모두가 알다시피 논란 속에 월드컵 대표팀에 포함되어 독일땅을 밟기도 했습니다. 아무튼, 월콧은 아직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화려한 전력이 있는 사우스햄튼 출신 유망주입니다.

가레스 베일은 그런 월콧과 닮은 꼴의 유망주라고 할 수 있습니다. 베일 역시 월콧과 동갑인 17세입니다(우리로 치면 고등학교 2학년입니다!). 또한, 사우스햄튼에서 둘은 룸메이트이기도 했다죠. 웨일즈의 카디프에서 태어났고 고등학교에서 축구와 함께 하키를 한 경력도 있는 베일은 사우스햄튼 아카데미 팀에서 두각을 드러내며 2005/6 시즌의 후반 처음 1군 경기에 데뷔합니다. 밀월과의 챔피언쉽 경기에 데뷔하면서 베일은 월콧에 이어 두 번째로 어린 나이에 데뷔한 사우스햄튼 선수로 기록에 남게 됩니다.



수려한 외모의 가레스 베일 ⓒ clarets-mad.co.uk

하지만, 그의 진가는 이번 시즌, 즉 2006/7시즌부터 나타납니다. 그리고 왼쪽 윙백인 그의 진가는 수비적인 부분보다는 공격적 부분, 특히 '프리킥'에서 두드러집니다. 그는 이번 시즌 첫 경기인 더비 카운티와의 경기에서 벽을 넘겨 오른쪽 탑 코너로 빨려들어가는 멋진 프리킥 골을 터뜨리며 자신의 존재를 세상에 과시합니다.  사우스햄튼 아카데미 팀에서도 프리킥 전담 선수로 활약하며 멋진 프리킥 골들을 보여주었던 그는 자신의 장기가 성인 무대에서도 통한다는 사실을 골로서 보여준 것이죠.

그는 자신의 주무기인 왼발 인사이드로 강하게 감아차는 프리킥을 좋아합니다. 그의 프리킥은 아주 빠르면서 크게 휘어지는 성격을 가지고 있는데, 마치 왼발로 프리킥을 차는 베컴을 보는 듯한 느낌입니다. 강한 발목 힘을 이용하여 빠르게 차기 때문에 공의 낙차 또한 커서, 골키퍼는 공의 방향을 알면서도 잡을 수 없는 상황이 되지요.

그는 수비수로서는 제법 많은 5골을 현재까지 뽑아냈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중 4골이 프리킥 상황에서 나온 것이라는 것! 성인무대에서 이제 갓 20경기 정도를 뛴 선수로서는 상당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베일의 활약 덕분에 사우스햄튼은 현재 4위를 기록하며 프리미어쉽 승격을 기대할 수 있는 위치에 있습니다.

긱스의 후계자



웨일스 대표팀 유니폼의 가레스 베일 ⓒ uefa.com

웨일스 지역인 카디프 출생인 베일은 웨일스 대표팀으로서 2006년 5월 27일 데뷔합니다. 이것은 테오 월콧이 잉글랜드 대표팀에 데뷔한 날짜보다 3일 빠르며, 동시에 웨일스 선수로서는 가장 어린 나이에 대표팀 유니폼을 입은 기록입니다. (월콧도 3일 뒤에 잉글랜드 대표팀으로서 같은 기록을 세우게 되죠.) 그리고 올 10월 7일, 슬로바키아와의 유로 2008 예선 경기에서 그림과 같은 프리킥 골을 터뜨리며 '골을 넣은 가장 어린 웨일스 선수'라는 또 다른 기록을 세웁니다.

그는 현재까지 웨일스 대표팀으로서 4경기에 출전하며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 있습니다. 최근 그에게 관심을 비추는 글렌 로더 감독도 '나는 베일이 웨일스 대표팀에서 센추리 클럽(A 매치 100경기 출전)에 들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얘기할 정도로 그는 웨일스에서도 주목받는 선수입니다.

그는 분명 왼쪽 수비수이지만 드리블 돌파 능력, 공격 상황에서의 크로스 능력이 탁월합니다. 덕분에 그는 자신의 대표팀 선배인 긱스와 종종 비교됩니다. 대표팀과 맨유에서 많은 세트 플레이를 전담하고 있는 천부적인 왼발의 소유자 긱스가 서서히 지고 있는 전설이라면, 가레스 베일은 대표팀에서, 혹은 소속팀에서 긱스의 물러난 자리를 채워줄 수 있는 뜨고 있는 해라고 할 수 있겠죠.

가레스 베일은 어디로?

월콧의 활약이 일찌감치 프리미어쉽 팀들의 관심을 끌었듯이, 베일의 활약 역시 '제2의 루니'를 찾는 프리미어쉽 팀들의 레이더망에 걸려들었습니다. 그는 현재 아스날, 맨유, 토트넘, 그리고 뉴캐슬의 관심을 받고 있으며, 구체적인 이적금 얘기도 오고 가는 상황입니다. 우선 가장 먼저 관심을 보였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그를 영입하기 위해 7백만 파운드의 오퍼를 낸 것으로 알려졌고, 토트넘은 뒤이어 6백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제시하며 베일을 향한 경쟁에 뛰어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아스날은 원래 1월 이적 시장을 조용히 보낼 것으로 알려졌으나 레예스가 레알로 이적한다면 그 여분의 이적료로 팀의 취약 포지션인 왼쪽 윙백을 보강할 예정입니다. 아스날은 가레스 베일의 영입자금으로 4백만 파운드를 준비하고 있고, 그를 영입한다면 이번 시즌에는 베일을 사우스햄튼에 임대 보내 팀의 승격을 위해 뛸 기회를 줄 것으로 알려졌습니다(출처 : Guardian). 뉴캐슬의 글렌 로더 감독은 최근 베일의 활약을 극찬하며 영입을 희망한다고 언론을 통해 밝혔습니다.

그는 현재 7백만 파운드의 맨유의 오퍼를 거절할 것이라고 Daily Mirror지는 전하고 있고, 사우스햄튼 역시 그를 잔류시키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공언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가 크라우치, 브리지, 그리고 동료였던 월콧의 선례를 따라 프리미어쉽 빅 클럽의 유니폼을 입을 가능성이 커보입니다.

첼시가 아직 그에게 관심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재 가장 큰 손은 맨유이지만, 토트넘은 맨유를 제치고 베르바토프와 조코라를 영입한 경험이 있죠. 아스날은 비록 자금이 넉넉하지는 않지만 같은 포지션의 경쟁이 치열하지 않으며, 또한 웽거 감독이 어린 선수들을 중용한다는 사실을 감안할 때 매력적인 선택 사항입니다. 물론 사우샘프턴의 룸메이트 월콧이 있다는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매력 포인트겠죠!

과연 그가 어디로 갈지 모르겠지만, 만약 토트넘이나 맨유로 간다면 그가 경쟁이 치열한 왼쪽 윙백 대신 왼쪽 미드필더로서 뛰게 될 가능성도 큽니다. 그의 공격적 재능은 여타 미드필더에 비해서도 뒤지지 않으며, 무엇보다 그가 아직 여물지 않은 17살이기 때문이죠. 토트넘으로서는 말브랑크가 돌아오기는 했지만 여전히 빈약한 왼쪽 미드필더를 채울 자원으로, 맨유로서는 노쇠화의 기미를 보이는 긱스를 대체할 또 다른 웨일스 선수로서 베일을 보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견이지만 어쩌면 베일의 영입을 두려워해야 할 선수는 이영표가 아닌 박지성일지도 모르죠.)

과연 베일은 이번 겨울 어느 팀의 유니폼을 들고 사진을 찍게 될까요? 아니면 월콧을 보내고 그나마 위안거리가 된 베일을 또 보낼 위기의 사우스햄튼 팬들을 위해 팀에 잔류할까요? 아무쪼록 조만간 베일의 멋진 프리킥을 프리미어쉽에서 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다만, 그것이, 박지성 선수나 이영표 선수의 어두운 얼굴과 겹치지 않기를 기대하며!



박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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