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애가 타는 순간 잠자던 사자 손흥민(23. 레버쿠젠)이 기지개를 켠다. 최근 행보를 보면 그의 해결사 본능은 더욱 돋보인다.
손흥민은 2015 호주아시안컵에서 3골을 넣으며 한국의 준우승에 기여했다. 쿠웨이트전에 감기 증세로 결장하는 등 조별리그에서 손흥민의 컨디션은 그리 좋지 않았다. 손흥민은 패배가 곧 탈락을 의미하는 토너먼트에서부터 가치를 입증했다.
8강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별다른 기회를 창출하지 못했던 손흥민은 결정적인 순간에 환희를 안겼다. 손흥민은 연장전에 2골을 넣으며 한국의 2-0 승리를 이끌었다. 손흥민은 쐐기골을 넣은 후 근육 경련을 호소했고, 치열한 승부의 마침표를 직접 찍으며 득점왕 경쟁에 가세했다.
4강 이라크전에서 날카로운 중거리 슈팅으로 상대를 위협한 손흥민은 결승전에서 호주 격파의 선봉장으로 낙점되며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호주 언론은 손흥민을 경계하면서 철통 봉쇄를 강조했다. 호주 수비수들의 집중 견제에도 기회를 엿본 손흥민은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볐다. 두 차례 찬스 무산에 더욱 승부욕을 발휘한 손흥민은 후반 46분 동점골로 화답하며 활짝 웃었다.
아시안컵 후 손흥민은 짧은 시간 휴식을 취한 뒤 다시 독일로 향했다. 강행군으로 체력이 많이 소진된 손흥민은 출국 직전 "레버쿠젠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후반기 출사표를 던졌다.
손흥민은 복귀 첫 경기인 베르더 브레멘전에서 후반전 시작과 함께 교체 투입돼 45분을 소화했다. 레버쿠젠의 답답한 공격력에 고개를 저은 로저 슈미트 감독은 분위기 전환 카드로 손흥민을 지목했다. 손흥민이 중앙과 오른쪽을 오가며 패스를 뿌리자, 레버쿠젠의 공세는 활기를 띄었다.
예열을 마친 손흥민은 후반기에서 바이에른 뮌헨을 대파하며 기세를 올리고 있는 볼프스부르크를 만났다. 아시안컵 결승전에서 기분 좋은 스릴을 맛 봤던 손흥민은 큰 무대에 강했다. 손흥민은 14일(한국시간) 열린 볼프스부르크와의 홈경기에서 해트트릭을 기록, 개인 통산 한 시즌 최다골(종전 12골) 기록을 경신했다.
레버쿠젠은 전반전을 0-3으로 마치며 수세에 몰렸다. 볼프스부르크의 무차별 공세에 웅크렸던 손흥민이 움직였다. 손흥민은 후반전에 세 골을 몰아 넣으며 패색의 기운을 걷어내며 홈팬들을 열광시켰다. 경기 종료 직전 바스 도스트에게 결승골을 내주며 4-5 패배를 받아들였지만 손흥민은 독일 빌트지로부터 최고 평점 1을 받으며 활약을 인정 받았다.
그럼에도 손흥민은 불만족스럽다. 레버쿠젠의 패배를 막지 못했기 때문. 손흥민은 경기 직후 분데스리가 홈페이지를 통해 "정말 애석하다. 레버쿠젠은 후반에 정말 잘 싸웠지만 이날 패배가 더욱 쓰라리게 다가온다"며 아쉬워했다. 손흥민은 체력이 온전치 않지만 필요한 순간 득점포로 화답하고 있다. 분이 가시지 않는 승부욕과 자신을 갈고 닦는 반성하는 자세는 그를 더욱 믿음직스럽게 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손흥민 ⓒ 레버쿠젠 공식 홈페이지 캡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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