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지난해 12월 9일 골든글러브 시상식이 열리던 날. 동네 헬스장에서 운동중이던 강민호(30,롯데)는 이종운 감독으로부터 전화 한통을 받았다.
"민호야. 오늘 시상식에 네가 있어야 하는건데 없어서 참 섭섭하다." 2008년 생애 첫 수상 후 2011~13 3년 연속 포수 부문 골든글러브 수상자였던 강민호는 지난해 수상 후보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당시를 떠올리며 강민호는 "정신 똑바로 차리고 야구를 잘하라는 뜻으로 전화를 거신 것 같았다. 말 속에 숨은 뼈가 나에게는 좋은 충고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스프링캠프가 한창인 지난 5일 미국 애리조나 피오리아에서 만난 강민호는 한눈에 보기에도 시즌 때보다 훨씬 좋아진 몸으로 운동에 열중하고 있었다. 지난해 부진으로 웨이트의 중요성을 절감한 그는 '체형을 바꾸자'는 스스로 세운 목표를 달성했다. 강민호는 "기술 훈련은 빼고 일부러 웨이트에 많은 시간을 투자했고, 결과적으로 체형이 많이 바뀌었다. 근육량을 많이 늘리면서도 유연성을 유지했다. 동시에 파워가 많이 늘어난 것 같다"고 설명했다.
확 달라진 롯데 캠프의 분위기는 강민호에게도 좋은 영향을 미쳤다. "확실히 분위기가 좋고, 선수들이 다른 눈치를 안보고 편하게 운동에 열중할 수 있다는 자체가 좋다"는 강민호는 이번 캠프의 최고 소득으로 '튼튼해진 멘탈'을 꼽았다.
평소 예민하지 않고 둥글둥글한 성격이지만 지난 2년의 부진과 FA 계약의 부담감이 그의 머릿속을 복잡하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이번 캠프에서 멘탈을 잡은 것 같다. 마음도 편해졌다. 지난 겨울 혼자 운동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야구를 해온 것 보다 앞으로 할 날이 더 많다. 지난 2년을 헛되이 보낸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다보니 괜찮더라"며 얼굴에 미소를 띄웠다.
큰 변화도 있었다. 절친한 동갑내기 친구이자 찰떡궁합 배터리 호흡을 자랑했던 투수 장원준이 FA로 롯데를 떠나 두산으로 이적했다. 물론 공교롭게도 장원준의 소속팀인 두산이 롯데와 같은 곳에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어서 아직 작별이 실감나지는 않는다. 장원준은 이번 캠프에서 여러차례 롯데 숙소를 방문해서 함께 밥을 먹거나 이야기를 나눴고, 강민호 역시 서울에 새로 마련한 장원준의 집에 놀러가면서 변함없이 돈독한 우애를 과시했다.
그러면서 친구의 선택에 지지의 박수를 보냈다. 강민호는 "저는 다른 환경이 무서웠고, 겁이 나서 롯데에 남았다. 물론 부산이 좋은 마음도 컸다. 하지만 원준이는 다른 환경에서 야구를 해보고 싶어 용기를 낸 것이다. 그 친구의 인생이기 때문에 좋은 결정이라 생각한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장원준은 떠났지만 강민호는 또다른 동갑내기 투수인 조정훈의 복귀를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포수로서 현재 조정훈의 복귀 준비가 어느정도인 것 같느냐는 질문에 강민호는 몇초간 생각에 잠겼다가 "정훈이가 우리팀의 키플레이어"라고 답했다.
"감독님이 저를 롯데의 키플레이어로 꼽으셨지만, 제가 보기엔 저와 조정훈이 키플레이어인 것 같다"는 강민호는 "아직까지 정훈이가 100%로 공을 던지지는 않는 것 같은데 지금 페이스 정도면 굉장히 좋다"고 덧붙여 기대감을 높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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