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3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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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야구? 알고보면 '지옥'만큼 무섭다

기사입력 2015.02.01 07:00 / 기사수정 2015.02.01 05:39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서프라이즈(애리조나), 나유리 기자] "넥센 선수들은 좋겠어요. 자율 훈련이잖아요." 모 구단의 한 선수가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 원래 '자율'이 '지옥'만큼 무서운 법이다.

넥센 히어로즈 선수단의 스프링캠프 일과는 보통 오전 9시~9시 10분 사이 워밍업으로 시작해 점심 먹기 전 마무리 스트레칭까지 오후 1시 전후로 모두 끝이 난다. 이후부터는 자유다. 그날 그날 '엑스트라 조'로 편성되는 몇몇 선수들을 제외하고는 오후에 러닝을 해도 되고, 숙소에 들어가서 잠을 자도 된다. 저녁 식사 이후 오후 7시부터 약 1시간 정도의 야간 훈련만 소화하면 하루 일과가 마무리 된다. 

염경엽 감독은 선수들에게 훈련을 강제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맡기는 이유로 "내 역할은 선수들의 손에 과제를 쥐어주는 것이 아니다. 프로는 스스로 할 줄 알아야 한다. 나는 선수들이 스스로 해온 훈련의 결과만 두고 경기에 쓸 수 있는 선수, 없는 선수로 분류하는 것"이라고 말했었다. 한마디로 알아서 하되 결과에 대한 책임은 스스로 지라는 뜻이다. 
 
실제로 넥센 선수들은 스스로, 알아서 자율 훈련 시간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고 있다. 선수단이 스프링캠프 훈련장으로 쓰는 텍사스 레인저스 연습구장 내 웨이트장은 새벽 6시부터 운동하기 위해 나온 선수들로 북적북적하다. 자율로 주어진 나머지 시간에도 마찬가지. 많은 선수들이 '나머지 훈련'을 자청하며 열심히 구슬땀을 흘린다.

그만큼 선수들은 자율의 무서움을 알고 있다. 주장 이택근은 "저희가 다소 여유있게 쉴 수 있는 이유는 몸을 아끼고, 효과적으로 잘 휴식을 취해서 야구를 잘하기 위한 것이다. 감독님이나 코칭스태프의 믿음을 배신해서는 안된다. 우리는 무조건 성적으로 말해야 한다"며 팀내 고참으로서의 책임감과 주축 선수로서의 마음가짐을 강조했다.

이택근을 비롯한 고참 선수들의 '각성'은 어린 선수들에게도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다. 선배들이 자율적으로 열심히 훈련하고, 좋은 성적으로 결과가 나오는 것을 지켜보면서 후배들은 부지런히 따라한다. 당연히 팀 분위기도 최고다. 넥센 선수들은 하나같이 "우리만큼 분위기 좋은 팀을 보지 못했다"고 자부심을 가지고 있다.

또다른 긍정적인 효과도 있다. 수비 포지션이나 타격폼에 변화를 주는 선수들은 자신의 루틴에 맞게 무리하지 않고 페이스를 끌어올릴 수 있다. 3루수에서 유격수 전향을 준비 중인 윤석민도 고된 훈련을 소화하면서도 "다른 팀이었다면 훨씬 더 힘들었을 것"이라며 자율 훈련의 긍정적인 면을 높이 샀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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