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호주 하늘을 지배한 머리는 사커루가 아닌 곽태휘(34)였다. 곽태휘가 최후방은 물론 최전방에서도 하늘을 완벽하게 제어했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끈 축구대표팀이 31일 호주 시드니의 호주스타디움에서 열린 호주와의 2015 호주아시안컵 결승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1-2로 패했다.
천당과 지옥을 모두 오갔다. 전반 44분 동안 호주를 상대로 최고의 경기력을 보여준 한국이지만 종료 직전 마시모 루옹고에게 선제골을 내주며 패색이 짙어졌다. 후반 만회골이 필요한 한국은 공격적인 면을 보일 수밖에 없었고 수비진은 그대로 막강한 호주 공격진에 노출됐다.
그래도 믿을 카드가 있었다. 조별리그부터 525분 동안 무실점을 진두지휘했던 곽태휘가 버틴 최후방은 하늘과 땅을 가리지 않고 맹렬히 다가오는 호주의 공격을 차분하게 막아냈다. 특히 곽태휘는 호주의 강점이라 불리던 공중볼을 앞선에서 차단하는 데 가장 큰 역할을 담당했다.
상대 최고의 공격수라 불리는 팀 케이힐(뉴욕 레드불스)을 전담 마크한 곽태휘는 경기 내내 점프하고 또 점프했다. 작은 키에도 헤딩에 능한 케이힐을 쉴 새 없이 따라다닌 곽태휘는 호주의 공격 루트를 직접 찍어눌렀다. 기가 눌렸는지 케이힐은 후반 교체로 그라운드를 떠나면서 누가봐도 확실한 곽태휘의 승리였다.
곽태휘의 머리는 단순히 수비진에서만 효과적이지 않았다. 0-1로 뒤진 채 후반 종료가 가까워져 오자 슈틸리케 감독은 곽태휘를 전진 배치하기로 마음을 먹었다. 높이를 갖춘 최후방 수비진을 원톱에 배치하면서 한결 단조로운 공격 전술을 실행했다.
익숙하지 않은 원톱에 배치됐지만 곽태휘의 공중장악력은 상당했다. 한국의 패스 목적지는 곽태휘였고 호주의 수비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후반 종료 직전 터진 손흥민의 극적인 동점골도 곽태휘 시프트가 만들어낸 결과였다.
곽태휘의 헌신은 연장전에 들어서면서 다시 발휘됐다. 다리에 경련을 일으켜 뛸 수 없는 장현수를 대신해 수비형 미드필더로 내려가는 모습까지 보여줬다.
비록 결과는 호주에 1-2 패배였지만 뒷문을 단단히 막고 기회가 나면 공격까지 올라와 호주의 공중을 막아낸 곽태휘의 투혼은 절대 잊지 못할 장면이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곽태휘 ⓒ AFPBBNews=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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