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09-25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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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리타' 강혜정, 아직도 '하루 엄마'로 보이나요?

기사입력 2014.12.22 11:35 / 기사수정 2014.12.22 16:56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장 나티에의 뮤즈그림을 보며 야하다는 말을 거침없이 내뱉는 여자가 있다. 교수에게 “내가 좀 모자라거든요”라며 능청스럽게 웃는 그녀의 이름은 수잔, 예명은 리타(강혜정 공효진 분)이다. 교육의 ‘교’자도 모르는 주부이자 미용사 리타는 논리적이고 비평적인 프랭크(황재헌) 교수와 상반된 면모를 지녔다.

뮤지컬 ‘블러드 브라더스’의 극작가로 잘 알려진 윌리 러셀(Willy Russell)이 집필한 연극 ‘리타 Educating Rita’는 이처럼 대조적인 성향의 리타와 프랭크 교수가 서로를 변화시켜 가는 과정을 담는다.

리타는 뒤늦게 배움에 대한 열망을 갖고 자발적으로 평생교육원에 입학한다. 솔직하고 세상에 때 묻지 않은 매력을 지닌 그는 권태로움에 빠져 술에 찌든 프랭크 교수의 삶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는 수업보다는 창문 밖의 풍경에 관심이 많고 문학에는 문외한인 여자다. 하지만 프랭크의 수업을 들으면서 그토록 원하던 ‘지적인’ 여자의 삶에 가깝게 다가간다. 이제야 겨우 남들과 비슷해졌건만 프랭크는 리타의 변화가 오히려 탐탁지 않다.

투박하지만 열정이 넘치는 리타와 지식인이지만 삶을 비관하고 있는 프랭크는 갈등과 화해를 겪으며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 함께 성장한다. 

열린 결말을 맺는 이 작품은 그녀가 행복할지 아닐지에 대한 답을 내놓진 않는다. ‘중요한 건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알고 후회하지 않는 것’이라는 프랭크의 조언처럼 과연 ‘나다운 것’이 무엇인지 관객 스스로 생각하게 한다.



배우의 매력이 돋보일 수밖에 없는 2인극인 만큼 배우 강혜정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최근 예능을 통해 각인된 ‘하루 엄마’의 이미지를 벗어던질 정도로 푼수지만 솔직 당당한 리타 캐릭터를 생동감 있게 구현한다.

솔직하고 통쾌한 대사를 쏟아내는 그에게서는 정제되지 않은 리타의 순수함이 배어 나온다. 야생의 리타가 사회화되는 과정을 연극적인 연기와 일상적인 연기를 오가며 깔끔하게 표현해낸다. ‘프루프’ 이후 4년 만의 연극 복귀임에도 무대를 꽉 채우며 존재감을 과시한다.

건강상의 이유로 잠시 하차한 배우 전무송을 대신해 무대에 오른 황재헌 연출가와의 호흡도 잘 들어맞는다. 두 사람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연민, 존경, 질투 등 미묘한 감정들을 어색함 없이 연기한다.

리타가 자아를 발견해나갈수록 함께 변화하는 의상이나 헤어스타일도 관전포인트다. 초반 리타는 큼지막한 무늬와 화려한 색상의 패션, 촌스러운 파마머리를 선보인다. 하지만 후반에는 선망하는 ‘랄프로렌’ 옷과 지적인 느낌의 헤어스타일이 어울리는 여자로 변신한다. 강혜정은 촌스러운 스타일부터 세련된 스타일까지 자신에 맞게 소화해낸다.

각 장면이 끝날 때마다 톨스토이, 안톤 체호프, 알랭 등 유명인사의 명언이 무대 상단 스크린에 등장하는데 장면의 내용을 함축해 몰입을 높인다.

내년 2월 1일까지 DCF대명문화공장 1관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100분. 만 12세 이상 관람가. 문의: 02-3672-0900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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