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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안치홍의 감사 인사 "팬들 함성, 울 뻔 했다" ②

기사입력 2014.11.26 01:45 / 기사수정 2014.11.26 02:46

나유리 기자

안치홍(오른쪽) ⓒ 엑스포츠뉴스DB
안치홍(오른쪽)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안치홍(25)은 스스로도 "생각이 지나치게 많아서 독이 된다"고 이야기 한다. 그만큼 프로야구 선수로서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진지하다. 

2009년에 KIA 타이거즈의 신인 2차 1번으로 입단한 서울고 안치홍은 첫 해부터 1군 붙박이로 뛰었다. 그해 올스타전 최연소 홈런, 최연소 MVP 기록을 갈아치웠고 한국시리즈 7차전에서 KIA 'V10'의 포석을 까는 홈런을 터트리기도 했다. 이 홈런 역시 한국시리즈 최연소 기록이다. 

그리고 2013년에는 정말 벗어나고 싶었지만 좀처럼 헤어나오지 못한 슬럼프에서 허덕였다. 지치지 않고 상승 곡선을 그리던 안치홍의 야구 그래프가 처음으로 꺾였다. 프로 선수의 성적이 직결되는 연봉도 처음으로 삭감됐다.


-야구를 언제 시작했는지?

"그때도 구리에서 살았는데, 초등학교 4학년때 리틀야구단을 갔고 5학년때부터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학교 교내 방송으로 '야구 하고 싶은 사람 있으면 내려오라'고 하길래 그냥 하고 싶어서 무작정 갔다. 나 말고 5명 정도 더 갔다. 그런데 리틀야구단도 아무나 받아주지 않는다(웃음). 테스트를 했는데 나 포함 3명이 합격했고, 훈련이 시작된 이후에는 나머지 친구들이 너무 힘들다고 그만뒀다. 결국 나 혼자 남았다. 어릴때부터 힘들고 아파도 내색하지 않고 참는 성격이라 그냥 훈련을 했다."

-윤석민(볼티모어)도 구리리틀야구단 출신인데.

"당연히 그때부터 알았다. 석민이형 별명이 '베트콩'이었는데 정말 좋은 형이었다. 친하기 때문에 프로에 와서도 석민이형 등판날에는 더 잘하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물론 그러다가 정말 말도 안되는 실수, 예를 들면 수비할때 공을 떨어트리는 실책을 하는 경우도 있다. 형이 괜찮다고 할 수록 더 미안하다."

-6년을 돌아보면 어떤가. 정말 빨리 흘러간 것 같기도 하고, 많은 일이 있었는데. 

"물론 2009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해서 좋았는데 1년, 1년씩 해보니까 프로에서 우승을 한번도 못해본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정말 행운이었다는 생각도 든다. 또 그때 가장 재미있게 야구를 한 것 같다. 여러모로 기억에 남는 시즌이다."

-가장 아쉬운건 2013년인가.

"작년이 가장 아쉬웠다."

-올 시즌 스프링캠프때 "잃어버린 밸런스를 찾고 싶다"고 했었는데 정말 실천했다. 향상된 계기는?

"열심히 하기도 했고, 별다른 기술적·신체적 차이가 있지는 않다. 그냥 뭔가 해야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으니까. 슬럼프는 큰 아픔이다. 아픔을 겪고 나니까 사람이 조금 더 적극적으로 변하고, 과감해지는 것 같다. 그게 도움이 됐다."

-올해 성적은 어느정도 만족하나. 20-20에 대한 아쉬움은 없는지?

"좋은 성적이 났구나 싶을 뿐이지 만족하고 아니고는 없다. 20-20은 조금 아쉽다. 그런데 솔직히 시즌 막바지에 경기에 집중을 하지 못했다. 아쉽긴 아쉬워서…. 다음에 또 기회가 있겠지."

-원래 생각이 많은 편인가.

"그렇다. 정말 심하게 많은 편이다. 그게 항상 독이 된다. 경기할 때도, 타석에서도 생각이 많다. 한 경기 못하면 몇 경기씩 지장이 있고 그랬다. 올해는 최대한 지장받지 않으려고 했다. 단순하게 하려고도 했고. 그게 도움이 됐다."

-KIA 입단 전까지 광주에는 전혀 연고가 없었는지?

"고등학교 2학년때 전국체전 경기 하러 와서 우승했던 것 빼면 전혀 없었다."

-전국체전 우승 멤버였던 고등학생 안치홍과 25살의 안치홍이 보는 야구는 여전히 어렵나.

"당연하다. 물론 야구를 보는 눈은 많이 다르다. 그때는 솔직히 지금 보면 선수 같지도 않았다(웃음). 프로 1년차때만 해도 '저것이 프로의 스윙인가?' 이럴 정도였다. 기술적으로 발전해도 야구는 여전히 어렵다. 40살이 넘어도 어려운게 야구인데 지금 어려운건 당연하다."

안치홍(왼쪽) ⓒ 엑스포츠뉴스DB
안치홍(왼쪽) ⓒ 엑스포츠뉴스DB

-갑자기 생각났는데, 입단할 때 '20년 동안 타이거즈에서 뛰겠다'고 했던 영상이 아직도 돌아다닌다. 그 약속이 지금도 유효한가.

"정말 그 말 한마디가 어느샌가 인생 짤방(사진)이 되버렸다. 군복무 2년은 계산에 쳐주면 안되나(웃음)."

-안치홍에게 소속팀 KIA는 어떤 의미인가.

"솔직히 어렸을때 KIA를 좋아하긴 했다. 하지만 좋아하는 팀에 가는 기쁨보다 워낙 기강이 엄하다는 이야기를 들어서 엄청나게 걱정을 했다. 그런데 정말 집보다 야구장이 편했다. 선배님들이 너무나 잘해주셨다. 내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막내라서 그렇기도 했다. 가장 차이가 안나는 사람이 5살 많은 (나)지완이형, (이)용규형이었다. 매일매일 낮 12시전에 출근하고 싶을만큼 편했다. 작년에 못하기 전까지는…."

-작년에 처음으로 야구장에 출근하는게 불편했나?

"그때는 정말 그라운드 흙 냄새만 맡아도 토하고 싶을만큼 불편했다. 딱히 무슨 일이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냥 뭘해도 안되더라."

-다시 신인때 이야기로 돌아가서. 프로 첫 감독이었던 조범현 감독님에게 고마운 것도 있을 것 같다.

"기회를 많이 주셔서 감사하다. (서울고 인스트럭터로) 고등학교때부터 알았던 분이다. 나는 첫해 시범경기를 1경기 빼고 다 뛰었다. 그렇게 기회를 줄 수 있는 감독님이 어디 계시겠느냐. 심지어 그때 시범경기에서 7푼을 쳤다(웃음). 그리고 원래는 시즌 초반 1군에 열흘 정도 있다가 분위기만 파악한 후에 2군에 내려가는 거였는데, 용규형이 다치는 바람에 운이 따랐다. 감독님이 바로 기용을 해주셨는데 첫 타석부터 안타를 치고 다음날 3안타를 쳤다."

-운도 있지만 기회가 오면 잘 잡는 스타일인 것 같다.

"모르겠다. 그때는 그냥 막연히 재밌었다. 첫 타석에서 상대 투수가 SK 김광현 형이었다. 공을 봤는데 이상하게 공이 보여서 안타를 쳤다. 그냥 기분 탓일지도 모르지만 프로 무대에 선다는 것 자체가 재미있었다."

-야구장에 팬들이 가득한 것도 신인에게 재미를 줬을 수 있다. 그러고보면 팬이 많은 편인 KIA에서 뛰는 것 자체가 또다른 행운처럼 보인다.

"올 시즌 마지막 경기때 대타로 나갔는데 울 뻔 했다. 팬들 함성이…. 내가 들은 함성 중에 가장 큰 함성은 올해 올스타전 때였다. 너무 큰 환호성이 나온 덕분에 삼진을 당했다(웃음). 그럴 때도 관중석을 보고 손을 흔들거나 한 적이 없었다. 하지만 마지막 경기 때는 경기 끝나고 팬들에게 인사하고 들어가는 데도 계속 내 응원가만 불러주셨다. 그런데 유독 남자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그건 팔자인 것 같다."

프로 입단 이후 개인 성적만 놓고 봤을 때 최고의 한 해를 보냈지만 안치홍은 조금 지쳐있다. 때문에 군입대로 쉼표를 찍고자 한다. 쉴 틈 없이 달려왔기 때문에 경찰 야구단에서 보내는 시간은 그의 말대로 또다른 '터닝 포인트'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안치홍은 빠른 시일 안에 광주집의 살림살이를 정리할 생각이다.

"소중한 2년을 보내기 위해서" 스스로 입대를 결정한 안치홍. 그가 2년동안 선수로서, 청년으로서 얼마나 더 성장해 있을지 기대가 된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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