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시리즈 6차전 패배 후 관중들에게 고개 숙여 인사하는 넥센 선수단 ⓒ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2014년 11월 11일을 히어로즈는 오랫동안 기억하게 될 것 같다.
염경엽 감독이 이끄는 넥센 히어로즈의 2014시즌이 막을 내렸다. 정규 시즌을 2위로 마친 후 플레이오프에서 LG를 꺾고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넥센은 시리즈 전적 2승 4패로 준우승에 머물렀다.
5차전 9회말 2아웃 이후 정말 마법처럼 모든 흐름이 바뀌었다. 1-0으로 리드를 쥐고 있던 넥센이 최형우의 끝내기 안타로 고개를 떨궜다. 8회 무사 만루 위기를 무실점으로 막았던 손승락이 패전 투수가 됐고, 넥센이 자랑하는 주전 유격수 강정호는 '클러치 실책'을 범한 미안함에 경기가 끝나자마자 자리에 주저 앉았다.
그리고 다음날에 열린 6차전에서 넥센은 단 한 번도 삼성을 압도하지 못했다. 이미 5차전 마지막에 빼앗긴 흐름이 돌아오지 않았다. 선발 오재영이 강판됐고, 뒤이어 등판한 조상우, 김대우 그리고 한현희까지 얻어 맞았다. 유한준-박병호-강정호-김민성으로 이어지는 중심타선이 침묵한데다 기록된 실책이 3개, 기록되지 않은 실책까지 포함하면 더 많았다. 한 순간에 무너지는 모습이 보였기에 더욱 안타까운 패배이기도 했다.
한국시리즈 진출을 확정지은 후 특유의 세리머니를 펼친 넥센 선수단 ⓒ 엑스포츠뉴스DB
한국시리즈 1차전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에서 넥센 선수단을 대표해 참석했던 강정호는 "처음에 이 팀에 왔을때 내가 포스트시즌에 나갈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고 이야기 했었다. 이택근도 마찬가지. 이택근은 "(LG에서 넥센에 돌아왔을때) 넥센은 정규 시즌 꼴찌팀이였다. 그때 후배들에게 '절대 쉽게 지지는 않는 팀이 되자'고 말했다. 그리고 지금은 다른팀이 모두 강팀으로 인정하는 팀이 됐다. 그게 정말 고맙다"며 새삼 달라진 '팀 히어로즈'에 감격했다.
사실이다. 현대 유니콘스가 해체된 후 2008년 우리 히어로즈로 출발한 후 히어로즈의 7년은 우여곡절의 연속이었다. 계속된 주축 선수 트레이드로 '선수 장사'라는 비난도 피하지 못했고, 페넌트레이스 7위, 6위, 7위, 8위로 4년 연속 하위권을 맴돌았다. 넥센의 1군 선수 명단은 다른 팀에서 이적해 온 혹은 방출당했었던 선수들이 메꿨다.
하지만 고난과 인내의 터널을 지나 빛이 찾아왔다. 지난해부터 강팀의 면모를 갖춘 넥센은 이제 어떤 팀도 쉽게 볼 수 없는 전력을 완성했다. 한국시리즈 6차전 패배 이후 염경엽 감독이 "정말 우승 하고 싶었다"며 눈물을 비친 것도, 정말 넥센이 우승도 노릴 수 있을만큼 강팀이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래도 지금 고개를 떨굴 필요는 없다. 지난해 넥센은 준플레이오프에서 두산에 2연승 후 3연패로 '역스윕패' 당하는 쓰라린 기억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1년 동안 그것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치밀하게 준비하고, 노력했다. 더 높은 곳을 향한 열망과 간절함도 배가 됐다.
그리고 넥센은 2013년과는 다르게 2014년을 마쳤다. 2위는 패자가 아니다. 최종 목표를 향한 강력한 경험치를 하나 더 추가했을 뿐이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