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7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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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3] 이성열의 번트 실패 그리고 손주인의 판단

기사입력 2014.10.31 07:33 / 기사수정 2014.10.31 00:55

나유리 기자

이성열 ⓒ 잠실, 김한준 기자
이성열 ⓒ 잠실, 김한준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재치있는 판단이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아픈 실점이 되어 돌아왔다.

LG 트윈스와 넥센 히어로즈는 3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플레이오프 3차전을 치렀다. 양 팀 선발 투수로 코리 리오단과 오재영이 맞붙었고, 시리즈 전적 1승 1패로 동률인 상황이라 누구도 양보할 수 없는 중요한 경기였다.

승부처는 5회초였다. 이미 넥센이 2회초에 터진 강정호의 솔로 홈런으로 리드는 쥐고 있었으나 스코어는 1-0. 언제든 뒤집어질 수 있는 점수차였다. 

그런데 5회초 선두타자로 들어선 김민성이 중견수 왼쪽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냈다. 여기에 이택근까지 중전 안타를 추가했다. 이번 시리즈 첫 안타가 공격의 물꼬를 트는 중요한 역할을 할 때 나온 것이다. 뒤이어 타석에 들어선 타자는 이성열. 초구 파울, 2구째 볼을 고른 이성열은 3구째에서 기습 번트를 시도했다.

이성열의 번트 타구는 땅볼로 굴러 LG의 3루수 손주인 앞으로 향했다. 타구를 주으려고 하던 손주인은 잽싸게 판단을 바꿨다. 타구의 방향과 속도로 미뤄보아 라인 바깥으로 벗어나는 파울이 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만약 파울이 되지 않았다면 타자 주자와 선행 주자 2명이 모두 '올 세이프' 될 수 있을만큼 모험이기도 했다. 하지만 과감히 손주인이 포구하지 않았고, 이 타구는 기가 막히게 선 바깥으로 흘러나갔다. 

이때 LG 응원석에서 환호가 쏟아졌다. 손주인의 판단에 보내는 찬사였다. 이성열의 볼카운트가 1B-1S인 상황이었고, 번트가 실패해 파울이 되면서 스트라이크만 1개 더 불이 켜졌다. 이제 타자 이성열이 아닌, 투수 리오단에게 유리한 상황이 됐다.

하지만 뒤이어 벌어진 상황은 이성열에게 전혀 아쉽지 않게 됐다. 공격 전환을 시도한 이성열은 우중간을 완벽하게 가르는 2타점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점수를 1-0에서 3-0까지 달아나게끔 만드는 한 방이었다. 결국 5회에만 4점을 내준 LG는 추격 의지마저 꺾인채 무기력하게 경기를 내주고 말았다. 

경기 후 LG 양상문 감독도 당시 상황을 먼저 언급했다. "승부처였던 5회에 이성열의 번트 타구를 손주인이 잡는게 맞느냐 아니냐는 결국 결과론이다"라면서도 "리오단의 구위가 좋았기 때문에 볼카운트를 유리하게 만들면 아웃시킬 수 있을거라고 판단한 것 같다. 벤치에서 세심하게 지시하지 못한 것은 조금 아쉽다"고 씁쓸하게 입맛을 다셨다. 결국 누구도 예측할 수 없는 야구의 진리가 손주인의 순간적인 센스까지 머쓱하게 만들고 만 셈이 됐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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