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현진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2년차 징크스는 없었다. 지난해 경험을 바탕으로 예년보다 빨리 시즌을 준비했고, 슬라이더를 더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특히 2년차 징크스를 지워낸 가장 큰 원동력은 슬라이더다.
LA 다저스는 8일(한국시간)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4차전에서 2-3으로 졌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가 7회 맷 아담스에게 역전 3점 홈런을 내주면서 2년 연속 같은 팀에게 무릎을 꿇었다. 시리즈 전적은 1승 3패. 다저스는 역대 포스트시즌에서 세인트루이스를 5차례 만나 단 한 차례만 다음 단계로 진출했다.
류현진의 2년차 시즌도 이렇게 마무리가 됐다. 메이저리그 첫 시즌부터 200이닝 가까이(192이닝) 소화했고, 한국프로야구와 달리 공 하나하나를 전력으로 던지다보니 체력 부담도 클 수밖에 없었다. 류현진은 오프 시즌 훈련량을 늘리면서 해법을 찾았다. 다저스의 개막전이 다른 팀보다 빨랐다는 점도 작용했다.
비록 두 차례 부상(어깨, 오른쪽 허벅지)으로 인해 부상자 명단에 오르면서 등판 횟수(30경기→26경기와 투구 이닝(192이닝→152이닝) 모두 줄었지만, 팀 내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은 공고해졌다. 다저스 돈 매팅리 감독이 디비전시리즈 3차전 선발로 3주 이상 공백이 있던 류현진을 밀어붙인 것 역시 이와 무관하지 않다.
류현진 ⓒ AFP BBNews
류현진의 가장 큰 변화는 역시 슬라이더 '업그레이드'다. 물론 지난 시즌에도 슬라이더를 던졌지만, 그립에 작은 변화를 주면서 타자들을 현혹했다. 스스로는 슬라이더를 던진다고 말했는데, 일부 피치f/x 자료에는 커터로 잡히기도 했다. 이 커터와 슬라이더 상에 있는 공이 지난 시즌 메이저리그 최고 수준으로 꼽히던 체인지업을 대체했다.
지난해 류현진은 꺾이는 변화구(브레이킹 볼)를 많이 구사하지 않았다. 한국 프로야구에서와 마찬가지로 직구와 체인지업을 주로 던졌다. 상대 팀에 따라 변화구를 자주 던지는 일도 있었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전체 투구수 가운데 직구-체인지업 비중이 76.2%였다. 슬라이더는 14.1%, 커브는 9.7%였다.
사실 올해도 슬라이더의 비중(15.4%)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거나 하지는 않았다. 커브의 비중이 13.7%로 더 크게 늘었다. 직구(53.0%)와 체인지업(17.9%)은 줄었다. 그럼에도 올 시즌 가장 큰 변화로 슬라이더를 꼽는 이유는 승부구와 삼진 결정구로 삼는 횟수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슬라이더를 주로 던지기 시작하면서 체인지업의 위력은 다소 떨어졌다는 평가다. 먼저 직구와 거의 비슷했던 릴리즈 포인트에 변화가 생겼다. 지난 시즌보다 체인지업을 던질 때 릴리즈 포인트가 내려갔다. 체인지업의 땅볼 유도 비율도 지난해 54.7%에서 올해 41.3%로 낮아졌고, 피안타율은 1할 6푼 4리에서 3할 1푼 8리로 껑충 뛰었다(이상 팬그래프닷컴 참조).
다저스는 2년 연속 포스트시즌에 진출했지만 월드시리즈에 오르지는 못했다. 매팅리 감독은 물론이고 네드 콜레티 단장 역시 책임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경우에 따라서는 다음 시즌 팀의 면면이 올해와는 다를 수도 있다. '고비용 저효율' 속에서 '저비용 고효율'을 실현한 류현진만큼은 여전히 전력 구상의 핵심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과연 류현진은 다음 시즌 또 어떤 변화를 시도할까.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