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현이 2014 인천아시안게임 준결승에서 승리를 확정지은 후, 심판의 최종 판정을 기다리고 있다 ⓒ AFPBBNews = News1
[엑스포츠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19세에 태릉선수촌에 입촌한 레슬링 대표팀의 막내가 어느덧 맏형이 됐다.
정지현(31, 울산남구청)이 2004년 아테네올림픽 금메달 획득 이후 10년이 지난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정지현은 30일 인천 도원체육관에서 열린 2014 인천아시안게임 레슬링 남자 그레코로만형 71kg급 결승전에서 딜쇼존 투르디에프(우즈베키스탄)을 9-0 테크니컬 폴 승을 거뒀다.
2004년 당시, 21세의 어린 선수였던 그는 그레고로만형 60kg급 정상에 등극했다. 올림픽 챔피언에 너무 일찍 등극해서일까. 이후 정지현은 국제대회에서 뚜렷한 성적을 올리지 못하며 서서히 잊혀졌다.
정지현은 2006년 66kg급으로 체급을 올렸다. 이 체급의 강자가 되지 못한 그는 또다시 71kg으로 체중을 불렸다. 아테네올림픽 때와 비교해 무려 11kg을 올린 셈이다. 체중은 불릴 수 있었지만 신장은 늘릴 방법이 없었다. 165cm인 정지현은 180cm에 가까운 상대들과 경쟁을 펼쳐야 했다.
인천아시안게임 결승전을 마친 뒤 공동취재구역(믹스드존)에서 인터뷰를 가진 정지현은 "원래 두 체급이나 아래 체급이다 보니 같은 체급(71kg) 선수에 비해 키와 덩치에서 밀렸다. 힘대힘으로 하면 되지 않을 거라고 생각했다. 스피드와 기술, 지구력으로 승부했다"며 필승의 원동력을 설명했다.
레슬링 대표팀의 맏형인 정지현은 두 자녀를 둔 가장이기도 하다. 광저우 아시안게임이 열리던 해인 2010년, 정지현은 첫 째 아이의 태명을 아금이(아시아게임 금메달)이라고 지었다. 둘째의 태명은 런던올림픽 우승을 기원해 올금이(올림픽 금메달)라고 불렀다.
정지현은 자녀의 태명을 지으며 광저우 아시안게임과 런던올림픽에서 우승할 것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러한 약속은 끝내 이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번 대회 정상에 오른 그는 올림픽 금메달은 물론 아시안게임 금메달까지 거머쥐었다. 태명이 아금이인 네 살 딸은 서현, 올금이 태명인 세 살 아들 이름은 우현이다.
정지현은 "아금이, 올금이에게 그동안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하지만 이렇게나마 이루게 돼 기쁘다"며 환하게 웃었다. 격렬한 경기로 인해 결승전을 마친 그의 눈은 부어있었다. 2년 뒤에 열리는 브라질 리우올림픽 출전 여부에 대해서는 "아직은 잘 모르겠다. 우선은 쉬고 싶다"며 말을 아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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