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순위를 지닌 KCC 허재 감독은 허웅이 아닌 김지후를 호명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고려대 김지후." 이 한마디에 드래프트장이 잠시 술렁였다. KCC 허재 감독은 드래프트에 참가한 아들 허웅 대신 김지후를 1라운드에 지명했다.
KCC는 17일 서울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14 KBL 신인 드래프트에서 1라운드 4순위를 받았다. '최대어' 이승현(고려대)은 전체 1순위로 오리온스의 지명을 받았다. 이어 2순위로 김준일(연세대)이 삼성에, 3순위로 정효근(한양대)이 전자랜드 유니폼을 입게 됐다. 여기까지 허웅의 이름은 불려지지 않았고, 허재 감독이 지명권을 행사할 차례였다. 그의 입에 모두가 주목했다.
반전 아닌 반전이 있었다. 단상에 오른 허 감독은 아들이 아닌 김지후를 선택했다. 이승현-김준일-정효근은 이미 빅3라는 평가를 받아왔다. 이후 허웅과 김지후, 이호현, 배수용 등이 1라운드 예상 지명 선수였다. 허웅이 허재 감독의 아들이라서가 아니라, 4라운드에 지명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능력을 갖춘 선수다.
허 감독이 밝힌 '허웅 패스' 첫 번째 이유는 김민구의 공백이다. 허 감독은 드래프트가 끝난 뒤 이어진 공식 인터뷰에서 "김지후가 (김)민구의 빈 자리를 메워줄 거라고 기대하고 있다"고 했다.
KCC는 음주운전 후 교통사고를 당한 김민구(13.4득점, 5.1리바운드, 4.6어시스트)가 올 시즌 자리를 비울 가능성이 크다. 결국 이 자리를 메울 슈팅가드가 필요했는데, 허웅보다는 김지후가 더 적임자라고 판단한 셈이다. 또한 김태술을 영입한 것도 이유가 될 수 있다. 김민구는 포인트가드와 슈팅가드를 병행했다. 김태술이 들어오면서 한 포지션에 집중할 선수가 필요한 KCC였다. 슈터 김지후의 클러치 능력은 이미 많은 대회를 통해 입증됐다.
여기에 '부자 관계'라는 시선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허 감독은 직접적으로 속내를 드러내지는 않았으나 '김지후와 허웅 중에 누가 더 잘 하느냐'는 질문에 "그걸 내가 어떻게 대답하겠냐"며 웃었고, 또 "부자 지간에 한 팀에서 뛰는 것도 조금 그렇지 않냐"며 "동부에서 좋은 선수가 되면 그것으로 만족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허웅 역시 지명 직후 소감을 전하며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겠다"는 말을 남겼다. 허웅의 KCC행은 자칫 양쪽 모두에게 짐이 될 우려가 있었다.
소속 팀은 다르지만 허재-허웅 부자 이야기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동부 소속 선수 가운데 누구도 9번을 달 수 없다. 전신 TG삼보에서 뛰었던 허 감독이 달던 이 번호는 그의 은퇴와 함께 영구결번으로 지정됐다. 아버지가 선수로 활약하던 모습을 지켜보던 허웅에게 동부는 그 자체로 동기부여가 될 수 있다. 그 역시 "원주는 아버지가 현역으로 뛸 때 자주 가본 곳"이라고 이야기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