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박지윤 기자] 드디어 한국 영화계에 단비 같은 작품이 찾아왔다.
상반기 한국 영화의 성적은 처참했다. 대형 스타들의 줄이어 컴백했지만, 성적은 신통치 않았다. 현빈 주연의 '역린'이 384만 명을 동원한 것이 그나마 최고의 성과였다. '우는 남자'의 장동건과 '하이힐'의 차승원은 각각 60만 명, 23만 명을 불러 모으며 체면을 구겼다.
국내 4대 메이저 배급사(쇼박스·CJ·롯데·NEW)는 이제 침통한 분위기를 반전시킬 카드를 꺼내 들었다. 여름 성수기 대목을 잡아 상반기 부진을 깔끔하게 털어버린다는 계획이다. '명량', '해적', '해무' 등 사활을 걸고 준비한 대형 영화들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그중에서도 쇼박스의 '군도: 민란의 시대'(이하 '군도')가 오는 23일, 가장 먼저 스타트를 끊는다.
'군도'는 배우 하정우와 강동원의 캐스팅 그리고 '범죄와의 전쟁: 나쁜 놈들 전성시대'의 윤종빈 감독의 조합만으로도 기대감을 만들기에 충분한 영화였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고? 그렇지 않았다. 스크린에 펼쳐진 '군도'는 관객들을 제대로 '들었다 놨다' 할 줄 아는 영화였다.
영화는 지리산 추설 '군도' 일행이 탐관오리들을 응징하는 시퀀스로 시작한다. 쇠뭉치를 휘두르는 괴력의 천보(마동석)와 양반 출신의 지략가 태기(조진웅), 유일한 여성캐릭터인 명궁 마향(윤지혜) 등 '군도' 일당은 자신만의 개성 있는 액션을 선보이며 매력을 뽐낸다. 자칫 존재감을 잃기 쉬운 멀티캐스팅 영화 속 조연 캐릭터들을 관객에게 먼저 각인시키는 전략이다. 덕분에 하정우와 강동원 등장 이후에도, 조연 캐릭터들이 빛을 잃지 않는다.
이제 '군도'는 메인캐릭터인 강동원(조윤)과 하정우(돌무치&도치)의 이야기를 조금씩 풀어나간다. 조윤을 악랄한 '백성의 적'으로 길러낸 서얼제도 그리고 최하층민 백정으로 살아가는 돌무치의 설움과 고통이 하나하나 그려진다.
하지만 '군도'는 주제의식을 정면으로 내세우는 촌스러운 실수를 범하지 않는다. 한 장면에서는 백성의 설움이 북받치다가도, 바로 다음 장면에서는 나이를 갖고 싸우거나, 상투를 자르며 익살스러운 표정을 짓는다. 진지하게 웃기는 '내레이션'도 단단히 한몫을 한다. 마치 영화 '레미제라블'에서 느꼈던 혁명의 비장함과 케이퍼 무비의 통쾌함이 믹스된 느낌이랄까? 액션과 코믹 그리고 무게감 있는 스토리텔링이 적절하게 한데 버무려진다. 시시각각 장르가 변하는듯 변화무쌍 하지만, 결코 산만함이 느껴지지 않는다. 치고 빠지는 타이밍을 귀신같이 찾아내는 윤종빈 감독의 장기가 그대로 드러난다.
이 영화의 팔색조다움은 장르적인 측면에서 그치지 않는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들리는 저 전자기타의 사운드는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조선을 배경으로 현대적인 사운드가 흘러나오지만, 결코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음악뿐만이 아니다. 초원 위를 달리는 말타기 신에서는 서부 영화가 떠오르고, 도치가 대나무 숲에서 무술을 연마할 때는 중국 무협 영화가 생각난다.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전자음악을 깔고, 웨스턴 스타일의 그림을 만들어낸 이 영화. 그야말로 팔색조 매력이 흘러넘친다.
10명의 주·조연 캐릭터들의 개성 강한 매력, 장르적인 변화무쌍함, 음악과 연출의 신선함까지. 배우 하정우, 강동원 그리고 윤종빈 감독으로 시작됐던 관객들의 호기심은 200%의 만족도로 돌아오기에 충분하다. 메인 포스터의 분위기는 무채색에 가깝지만, 영화는 137분의 러닝타임 동안 다채롭게 무지개를 만들어냈다. 오는 23일 개봉.
박지윤 기자 jyp9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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