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28 17: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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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차 배우 정우성, 왜 '신의 한 수'였을까 (인터뷰)

기사입력 2014.07.08 22:28 / 기사수정 2014.07.09 13:33

정희서 기자
영화 '신의 한수'로 관객들을 찾은 정우성, 화보인생 뒤에 가려진 그의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호호호비치
영화 '신의 한수'로 관객들을 찾은 정우성, 화보인생 뒤에 가려진 그의속 이야기를 들어봤다. ⓒ 호호호비치


[엑스포츠뉴스=정희서 기자] "비트' 이후 땀냄새 나는 액션이 간절했다" 어느덧 데뷔 20년을 맞은 배우 정우성이 영화 '신의 한 수'로 액션의 한을 풀었다. 정우성에게 2014년은 그 어느 해보다도 특별하다. 지난 2일 개봉한 '신의 한 수'를 시작으로  9월 개봉 예정인 '마담 뺑덕', 현재 촬영 중인 '나를 잊지 말아요'까지 줄줄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최근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난 정우성은 그동안 쌓아온 연기관과 왜 지금 '신의 한 수'여야만 했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털어놨다.

'신의 한 수'는 내기 바둑판에서 살수(이범수 분)의 음모에 의해 형을 잃고, 살인 누명까지 쓴 정우성(태석)이 벌이는 복수를 담은 작품이다. 바둑을 소재로 한 영화일 뿐 아니라 안성기부터 김인권까지 내로라하는 배우들의 멀티캐스팅으로 개봉 전부터 많은 화제를 불러 모았다. 정우성은 가장 먼저 영화에 합류한 인물로 캐스팅부터 촬영까지 스태들과 호흡하며 합을 맞췄다. 완벽하게 짜인 합 속에 방점을 찍은 것은 바로 정우성의 열연이었다.

"'놈놈놈' 이후에 4, 5년의 공백이 있었어요. 작품에 의미를 둔 영화들을 계속 작업하다 보니 상업영화를 보여드리지 못한 것이 또 다른 공백으로 느껴졌어요. 그동안 작품을 통해  제가 입고 싶었던 옷을 골라 입었어요. 관객들이 나에게 바라는 모습들은 전혀 배려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데뷔 20주년이 다됐는데 관객들에게 보여줄 만한 영화가 뭘까, 관객들이 보고 즐거워했던 장르는 뭘까'라고 고민했었죠."

정우성의 고민 끝에 나온 해답은 액션과 멜로였다. 관객들이 기억하고 있는 정우성은 '비트'(1997), '놈놈놈'(2008), '감시자들'(2013) 등에서 우월한 기럭지를 자랑하는 액션연기와 '내 머릿 속의 지우개'(2004), '새드무비'(2005), '데이지'(2006), '호우시절'(2009) 등에서의 우수에 젖은 멜로 연기로 크게 나뉘기 때문. 

"멜로는 정서적인 동요를 구하기 힘들어요. 액션의 타당성이 있고, 새로운 스토리가 전개된다면 멜로보다는 액션 영화가 감정 동요가 쉬우니 액션을 해보자고 마음먹고 시나리오를 찾았어요. 우선 캐릭터가 나에게 자극을 줘야 했죠."

정우성은 차기작을 두고 깊은 고민을 하던 찰나에 '신의 한 수'의 시나리오를 접하게 됐다. 바둑이 모르는 사람이 봐도 흥미로운 전개와 다음 편을 기약하는 것 같은 엔딩이 신선하게 다가왔단다. 고스톱을 소재로 한 '타짜'와 비슷할 것 같다는 시선도 존재했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완전 달랐다. 정우성은 타짜와의 비교에 대해 "고스톱이잖아요"라고 웃어넘기며 "바둑을 모르는 사람에게 재미를 주기란 더 어려워요. '신의 한 수' 시나리오를 봤을 때 바둑을 이렇게 풀 수 있구나 호기심이 생겼어요"라고 전했다.

"의도치 않은 4,5년의 공백, 그 기간이야말로 저에겐 갈증이었죠" ⓒ 호호호비치


'신의 한 수'는 마치 액션 히어로의 탄생 비화를 다루는 듯하다. 형을 잃기 전 지질한 남자였던 태석이 일련의 사건들을 겪으면서 외모, 격투 실력 등 모든 면에서 진화해간다. 또한 패착-착수-회도리치기-사활-계가 등 키워드와 함께 복수를 진행하는 점이 흥미롭다. 특히 잔인하게 느껴질 만큼 피 튀기는 액션들은 관객의 손에 땀을 쥐게 한다. 정우성은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복수의 시작을 알리는 딱밤신을 꼽았다.
 
"긴장감 넘치는 장면들이 이어지다가 나오는 딱밤신은 '이게 오락영화구나'라고 마음을 풀게 하는 장면인 것 같아요. 영화로 확 들어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요. 바둑기사들이 손가락으로 모든 수를 움직이기 때문에 손가락 힘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위트였죠."

정우성의 20년 관록은 영화 촬영장에서 유감없이 발휘됐다. 조범구 감독은 액션의 합, 의상 등 정우성의 의견을 존중해줬다. 하지만 그는 한 명의 배우로서 연기 외에 영화에 관여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확고한 신념을 지니고 있었다.

"영화에서 샷을 구성하는 일은 오롯이 감독의 몫이에요. 액션의 디자인도 액션감독이 콘티를 짜오면 다듬고 의견을 제시하는 정도죠. 원래 시나리오부터 다양한 부분을 고려해 만들어진 영화기 때문에 크게 의견을 낼 필요도 없었죠. 어떻게 흡입하느냐가 배우의 역량인 것 같아요."

"아침에 된장찌개를 먹으면 저녁에 다른 게 먹고 싶잖아요. 액션 했으면 다음에 멜로하고 싶은 마음. 연기를 하면서 재미를 느껴야 하지 않겠어요?" ⓒ 호호호비치


액션, 멜로, 시대극 등 어떠한 장르라도 제 것으로 소화해내는 정우성에게 꺼려지는 장르를 물었더니 코미디 영화를 꼽았다. 이미 '똥깨'에서도 코믹 연기를 보여줬던 터라 그 이유가 궁금했다. "무조건 '코미디'여야만 하는 영화는 힘들 것 같아요. '신의 한 수'에서도 태석이 프롤로그에서 울고 불며 비는 장면은 '정우성이 저랬네?'라고 보실 수 있지만, 캐릭터의 변화에 있어 절대적으로 필요했던 장면이에요. 망가짐에 대한 걱정이 있기 보다 어떤 꾸밈을 위한 망가짐은 꺼려지는 거죠."

언제까지 액션이 가능하겠냐고 물었더니 "체력적으로 문제가 없어요. 걱정하면서 살고 있지 않아요"라고 호탕한 웃음을 지어 보였다.

배우로 20년, 정우성은 어느덧 40대에 접어들었다. 앞으로의 20년은 '준비된 신인'의 자세를 보여주고 싶다고 밝혔다. "20년 전으로 되돌아보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고 의욕과 꿈에 대한 열정으로만 뛰어들었죠. 앞으로는 뭐든지 할 수 있는 신인의 자세로 작품에 임하고 싶어요. 선배라기보다는 동료 열심히 하는 동료로 남고 싶어요"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정희서 기자 hee108@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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