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0분을 참은 반 할의 인내심, 이러니 그가 명장이다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루이스 반 할 감독은 분명 소심했다. 그러나 그 판단 하나가 네덜란드를 4강으로 이끌었다.

반 할 감독이 이끈 네덜란드는 6일(이하 한국시간) 브라질 사우바도르에 위치한 아레나 폰타노바에서 열린 코스타리카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8강전에서 승부차기로 힘겹게 승리했다.

전후반 90분을 0-0으로 마친 네덜란드는 연장전까지 코스타리카와 팽팽하게 맞섰지만 영의 균형을 깨지 못했다. 불운했다. 네덜란드는 전반부터 연장 후반까지 골대만 3번을 때렸다. 골대불운이 없었다면 쉽게 끝낼 수도 있었던 경기였다.

하지만 승리의 여신은 쉽사리 네덜란드에게 웃음을 보여주지 않았고 시간은 계속해서 흘렀다. 전광판의 시계가 전후반 90분을 향해 가고 있었지만 반 할 감독은 좀처럼 움직이지 않았다.

가능한 빨리 끝내려 공격자원을 넣어야 함에도 반 할 감독은 급하지 않았다. 90분 동안 교체 자원이라고는 후반 21분 제레마인 렌스 한 명이었다.

무승부로 연장을 바라보는 듯한 모습이었다. 분명 소극적이었다. 연장전이라고 다르지 않았다. 반 할 감독은 연장 전반에야 클라스 얀 훈텔라르를 투입했다. 이미 3장의 카드를 다 쓴 코스타리카와 달리 반 할 감독은 계속해서 1장을 아껴뒀다.

승부차기까지 각오한 반 할 감독의 마지막 카드는 팀 크룰 골키퍼였다. 반 할 감독으로선 이미 경기의 흐름을 무승부로 파악하고 마지막 승부수를 띄운 셈이다. 객관적 전력에서 앞선 네덜란드가 보여주기엔 다소 소심한 선택이었지만 효과는 대단했다.

크룰 골키퍼는 코스타리카 선수들의 페널티킥 습성을 모조리 파악한 듯 승부차기 내내 코스를 완벽하게 읽어냈고 브라이언 루이스와 미차엘 우마냐, 2명의 페널티킥을 막아내는 수훈을 펼쳤다.

경기를 짧게 보지않고 길게 내다본 반 할 감독의 인내심은 소극적이라는 평가를 단숨에 뒤집었고 명장다운 용병술로 네덜란드를 준결승으로 이끌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