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대표팀의 홍명보 감독이 23일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리에서 열린 알제리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2차전 도중 그라운드를 응시하고 있다. ⓒ Gettyimages/멀티비츠
[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런던올림픽 영광에 취한 쪽은 대한축구협회였다.
2014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에도 협회의 선택은 유임이었다.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을 한 번 더 신뢰했다.
허정무 협회부회장은 3일 오전 서울 신문로에 위치한 축구회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홍명보 감독의 거취에 대한 입장을 밝혔다. 허정무 부회장은 브라질월드컵 성적과 관계없이 내년 1월에 종료되는 홍명보 감독과 현 계약을 이행하겠다고 전했다.
지난해 축구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홍명보 감독은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의 사명을 띠고 브라질월드컵에 도전했지만 1무2패의 부진한 성적을 기록한 채 쓸쓸히 귀국했다.
16년 만에 월드컵 무승을 기록한 대표팀은 결과보다 내용이 안 좋아 더욱 큰 비판을 받았다. 이기는 것보다 지지 않는 경기를 택한 홍명보 감독의 소심한 전략과 제 컨디션이 아닌 선수들을 기용해 떨어뜨린 경기력, 투혼이 보여지지 않는 활동량까지 여러 부분에서 낙제점을 받았다.
잘 싸우지 못한 대표팀은 지난달 30일 귀국 현장에서 축구팬들로부터 엿 세례를 받을 만큼 여론이 좋지 못하다. 덩달아 내년 1월 호주아시안컵까지 임기가 예정된 홍명보 감독도 사퇴 압박을 받았다. 악화되는 여론에 다급하게 회의를 한 협회는 집행부 회의를 열었고 믿음을 주는 쪽으로 결정을 내렸다.
허정무 부회장은 "홍명보 감독 개인의 사퇴로 매듭지어는 것은 최선이 아니다"면서 "홍명보 감독에게 책임을 주기보다 신뢰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유임하기로 결정한 데는 아직도 런던올림픽 동메달 후광이 짙게 자리했다. 월드컵 실패의 현재보다 청소년월드컵과 런던올림픽에서 보여줬던 과거의 홍명보를 더 높게 평가했다. 당장 성인무대에서 경쟁력이 없음을 봐놓고도 협회는 오랜기간 청소년 단계에서 거둔 성공을 더 높게 평가한 셈이다.
허정무 부회장은 "한국 축구를 짊어지고 갈 분들이 많다. 그러나 역사상 올림픽에서 동메달을 딴 감독은 없었다"면서 "나도 시드니올림픽에서 실패를 했다. 홍명보 감독은 올림픽에서 좋은 성적을 올렸다. 이런 감독들이 한국 축구의 미래를 이끌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서 "홍명보 감독은 누구보다 뼈저리게 느끼고 반성하고 있다. 실패에 대한 원인을 연구하고 있다"며 "이번 실패를 거울 삼아 앞으로 교훈이 되고 발전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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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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