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이 자랑하는 시스템 야구는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이 아니다. 류중일 감독도 마찬가지. 이미 수비코치 시절부터 매뉴얼을 만들기 시작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삼성 류중일 감독이 남몰래(?) 책을 썼다.
류중일 감독은 27일 잠실 LG전을 앞두고 구단 운영 체계에 대해 이야기하던 중 "예전에는 매년 책을 만들어 선수들에게 나눠줬다"고 이야기했다. 수비코치 시절 선수들을 효율적으로 지도하기 위해 '상황별 수비 시프트·로테이션'을 설명한 책을 만들었다는 설명이다.
그는 "신인 선수나 새로 삼성에 들어온 선수들이 수비 로테이션이나 시스템에 금방 적응할 수 있게 하려고 만들었다"며 "말로 설명하다 보면 입 아프다"며 웃었다. 이어 '그 책 유출돼도 괜찮느냐'라는 말에 "물론이다. 밖으로 나가면 안 될 자료는 아니다. 아마추어 팀이 써도 좋다. 보고 괜찮다 싶으면 쓰면(적용하면)되는 거다"라고 말했다.
류 감독이 이 자료를 책으로 만들기 시작한 계기는 말 그대로 '입이 아파서'였다. 주루코치로 시작해 수비코치로 자리를 옮긴 그는 매번 같은 상황에 대해 입으로 설명하는 것이 불필요한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다. 선수 시절 메이저리그 구단 시스템을 보고 배운 것도 영향을 미쳤다. 그는 "예전에 LA 다저스를 갔다가 수비 로테이션에 대해 쓴 책 하나를 사왔다"고 전했다. 그는 수비코치를 맡게 된 뒤 이 책에서 영감을 받은 '류중일 표 수비 시프트·로테이션 자료'를 책자로 만들어 선수단에 나눠줬다.
분량이 많지는 않다고 한다. 선수단이 이해해야 할 기본적인 것들만 담았다. 류 감독은 미소를 지으며 "내가 직접 손으로 다 그렸다"고 말했다. 컴퓨터로 다시 만들면 편하지 않겠느냐는 말에는 "내 흔적 남기고 싶어서"라며 또 한 번 밝게 웃었다.
류 감독은 "대대로 수비코치들은 모두 삼성 출신이다. 선수때 하던 것들을 그대로 이어오고 있기 때문에 혼선이 없다"며 "나 다음에 누가 감독할지 모르고, 바뀔 수도 있지만 누가 오더라도 트레이닝과 수비 시스템에 대해서는 '잘 만들어졌구나'라는 소리를 듣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11연승으로 독주 체제를 갖추기 시작한 것에 대해 "아직 아니다. 엄살도 아니다"라며 손사래를 치던 류감독은, 이때만큼은 자신 있게 삼성이 갖춘 '시스템 야구'를 자랑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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