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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우 "'정도전'은 선물 같은 작품이었다" (인터뷰)

기사입력 2014.05.18 01:02 / 기사수정 2014.05.18 01:12


[엑스포츠뉴스=김유진 기자] KBS 1TV 대하사극 '정도전'의 수많은 등장인물 속에서 최근 가장 주목받았던 인물은 단연 박진우였다. 박진우는 '정도전'에서 폐가입진(廢假立眞·가짜 왕을 폐하고 진짜 왕을 세운다, 고려 말 이성계가 우왕의 아들 창왕을 폐위하고 공양왕을 옹립한 사건)으로 희생된 비운의 인물, 우왕을 연기했다.

그는 지난 4일 방송된 '정도전' 34회에서 자신이 왕실의 후손이라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인두로 몸을 지져 자해하는 등 광기 어린 모습을 보인 뒤 결국 최후를 맞았다. 불안한 우왕의 심리를 실감나게 묘사한 박진우의 연기에 하차 후에도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박진우는 최근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정도전'에 대해
박진우는 최근 인기 고공행진을 달리고 있는 '정도전'에 대해 "이렇게 잘 될 줄 몰랐다"며 웃었다. ⓒ 벨액터스엔터테인먼트


▲ "정말 몰입했던 '정도전', 마음속으론 끝까지 하고 싶었죠"

'정도전' 하차 후 만난 박진우는 "시원섭섭하다"고 작품을 마친 소감을 전했다. 그는 "처음 드라마를 시작할 때는 걱정이 많았다. 그동안 해본 적 없는 느낌의 역할이기도 하고, 이미지와 안 어울릴 수도 있었기 때문이다. 막상 끝나고 보니 재밌고 즐겁게 마친 것 같다"며 미소를 보였다.

2010년 군 입대 전까지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며 다양한 작품에서 활약한 그는 2012년 군 제대 후 tvN 일일드라마 '유리가면'으로 예열을 마친 뒤 MBC '메디컬탑팀'에 출연하는 등 꾸준히 활동을 이어왔다. 하지만 마음속엔 꼭 사극을 하고 싶다는 바람이 남아있었다. 연기에 대한 벽에 부딪혀 군 입대를 선택했던 그였기에, 제대 후의 의지는 한껏 더 커진 상황이었다.

그 때 마침 '정도전' 출연 제의가 들어왔다. 박진우 역시 '이제까지 해보지 못했던 연기를 해보고 싶다'며 내공을 쌓자는 마음으로 더욱 열정을 갖고 드라마에 임했다. 박진우는 머릿속으로 '내가 우왕이라면'이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졌다. 그리고 우왕의 색을 표현하기 위해 대사와 표정에 집중하기로 했다. 

그는 "우왕이라면 항상 신하들의 놀림을 받고, 왕의 아들이 아니라는 주위의 조롱을 받으며 스트레스에 시달렸을 거라 생각했다. 그래서 술병이 앞에 없어도 항상 술에 취한 듯한, 또 슬픔에 잠긴 것 같은 목소리를 내려고 했고, 표정 역시 신하들 앞에서 '강한 왕'이라는 것을 어필하기 위해 좀 더 센 표정을 지었다"고 했다. 시청자들이 보기에는 '좀 과하다'는 생각이 들 수도 있었겠지만, 박진우는 '정상의 정신세계를 가질 수 없었던 실제의 우왕이라면 이보다 더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쟁쟁한 베테랑 연기자들 사이에서 실제 현장에서도 가장 막내 급에 속했던 박진우에게 '정도전' 현장은 긴장의 연속이기도 했지만, 말 그대로 '살아있는 교과서'와도 같았다. 박영규, 유동근, 서인석, 조재현 등 '정도전' 출연진들은 격려와 칭찬으로 박진우에게 힘을 불어넣어 줬다.

박진우는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으로 이인임(박영규 분)에게 활을 겨누던 모습(18회)을 꼽았다. 그는 "이전까지 우왕은 이인임이 눈앞에 보이면 벌벌 떨었는데, 활을 겨누고 고함을 치며 처음으로 대들었던 것이다. 그 신으로 시청자들에게 '우왕이 정말 제대로 미친 애구나'라고 캐릭터에 대해 알려줄 수 있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촬영 후에는 텔레비전으로 모니터를 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박진우는 "이전 작품들에서는 연기했던 내용을 전부 기억했는데, '정도전'에서는 워낙 몰입했던 탓인지 녹화 후에도 내용이 잘 기억나지 않아서 모니터에 더 신경을 썼다. 그만큼 우왕에 빠져 있었다"고 얘기했다.

애정이 컸던 만큼 아쉬움도 큰 것이 사실이다. 그는 "한창 물오른 느낌으로 연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마음속으로는 끝까지 하고 싶었다. 그런데 내가 죽어야만 극이 전개되는 상황 아닌가"라며 웃었다.

박진우는 3개월 동안 우왕으로 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 벨액터스엔터테인먼트
박진우는 3개월 동안 우왕으로 살기 위해 많이 노력했다고 말했다. ⓒ 벨액터스엔터테인먼트


▲ "겸손하고 꾸준한 배우로 남고 싶어"

2004년 영화 '어린 신부'에서 문근영의 마음을 빼앗은 '꽃미남' 야구부 선배로 데뷔한 뒤 어느덧 11년 차 배우가 됐다. 올해 서른두 살이 된 박진우는 자신이 살아온 모든 순간들을 '영화 같다'고 표현하며 학창시절의 자신은 배우의 길을 걷게 될 것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고 했다.

아버지를 닮아 스스로도 감사하게 생각할 만큼 빼어난 외모를 가졌지만, 학생 때는 여학생들의 편지가 서랍 가득히 쌓여있어도 무심히 지나칠 만큼 그게 '인기의 신호'인줄도 몰랐단다. 박진우는 자신을 '좋아하는 농구와 축구를 하러 가기 바빴던, 까무잡잡한 피부에 깡말랐던 소년'이라고 회상하며 "어떻게 보면 운명 같다. 원래 의사를 꿈꿨는데, 이렇게 연극영화과가 있는 학교에 들어온 것도 그렇고, 재미로 봤던 타로점 내용처럼 이렇게 배우의 길을 가게 된 게 신기하다"고 얘기했다.

박진우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다소 까칠해 보인다고 많이 얘기하지만, 실제의 그는 낯을 좀 가릴 뿐이다. 곱상한 외모와는 달리 좌우명이 '아닌 건 아니다'일 정도로 맺고 끊는 것이 확실한 것도 그의 성격이다. 술·담배를 전혀 하지 않는 그는 여가시간에는 영화나 미국드라마를 보며 시간을 보내는 편이다. 유건, 온주완 등 절친한 배우 친구들과 마음을 나누는 것도 또 다른 일상 중 하나다.

'정도전' 출연에 앞서 그가 걱정했던 것들은 방송을 마친 후 해답을 얻을 수 있었다. 박진우는 "이전까지는 사람들이 고운 이미지로만 봐주셨다면, 앞으로는 '박진우'라고 했을 때 광기 어렸던 우왕을 연기했던 사람이라고 떠올려 주실 것 같다. 평소 이미지와는 정 반대되는 색깔을 시청자에게 각인시킬 수 있었기에 내게 '정도전'은 굉장히 고마운 작품이다"라고 애정을 드러냈다.

얼마 전 본 영화 '표적'에서 유준상의 악역 연기가 기억에 남았다는 그는 "사이코패스처럼 제대로 된 악역에 도전하고 싶다. 거지같은 역할도 환영이다"라며 "배우로서는 겸손하고 꾸준한 모습으로 대중에게 기억되고 싶다"고 미소를 지었다.

김유진 기자 slowlife@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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