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경기 무승 2패, LG 류제국의 올 시즌 성적표다. 양상문 감독이 점찍은 에이스 류제국은 언제 첫 승을 올릴 수 있을까 ⓒ 엑스포츠뉴스 DB
[엑스포츠뉴스=신원철 기자] 첫 승으로 가는 길은 때로 너무 길다. LG 류제국이 8경기째 승리를 챙기지 못했다.
류제국은 15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전에 선발 등판했다. 앞서 7경기에서 41이닝을 투구하며 평균자책점 3.95, WHIP 1.17을 기록한 그는 3차례 퀄리티스타트에도 승리 없이 1패만 가져갔다. 팀은 4-9로 완패했다.
LG 양상문 감독은 경기 전 팀 내 에이스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류제국"이라고 대답했다. "가장 안정적인, 믿고 맡길 수 있는 투수"라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결과는 아쉬웠다. 류제국은 이날 5회를 버티지 못했다. 4⅔이닝 7피안타 3볼넷 5탈삼진 5실점이 그의 성적표다. 8경기에서 무승 2패, 지난 시즌 승률 1위(0.857)와 등판 시 팀 승률 8할 5푼(17승 3패)을 기록한 승리의 아이콘은 적어도 아직은 그 행운을 불러오지 못하고 있다.
지지 않았다는 점이 다행인 경우도 있었지만(4월 1일 SK전 4⅓이닝 6실점) 3일 두산전 6이닝 퍼펙트(최종 기록 6⅓이닝 4실점)처럼 아까운 경기도 있었다. 피안타율 2할 3푼 3리(7위), WHIP 1.27(7위), 피OPS 0.633(4위) 등 투구 내용 자체는 나쁘지 않다. 에이스급 성적이다. 그런데 뭔가 풀리지 않는다는 느낌이다.
'수비 무관 평균자책점(FIP)'에서도 류제국의 불운이 여실히 나타난다. 평균자책점(ERA)이 4.53인 반면 FIP은 3.34로 낮다. 규정 이닝을 채운 투수 27명 가운데 'ERA-FIP'이 0보다 큰 선수는 총 11명, 류제국은 여기서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낸 투수다. 갖춘 능력에 비해 성적이 나지 않는다는 의미다(KBreport 참조).
류제국은 지난 시즌 승률 0.857(12승 2패)로 승률왕 타이틀을 수상했다. ⓒ 엑스포츠뉴스 DB
물론 투구 내용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한 경기 안에서도 좋고 나쁜 내용이 번갈아 나왔다. 지난달 1일 첫 등판부터 그랬다. 류제국은 SK 타선을 상대로 1회 타자일순을 허용하며 5실점한 뒤 2회 삼진 2개 포함 삼자범퇴에 성공했다. 그러나 3회 두 타자 연속 볼넷을 내주며 흔들렸고, 이날 5회를 채우지 못한 채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제국이 등판할 때마다 비슷한 장면이 반복됐다. '빅 이닝'의 기준을 3점으로 보면, 류제국은 올 시즌 5차례 상대에게 '빅 이닝'을 선사했다. 수비 실책이 동반된 예도 있었지만(실점 30점, 자책점 23점) 반복되는 대량 실점은 분명 에이스에게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다.
승리와 패배가 투수의 능력을 전부 보여주지는 않는다. 메이저리그에서도 마찬가지. 제프 사마자(컵스)는 8경기에서 3패만 가져갔는데 평균자책점은 1.45로 리그 전체에서 두 번째로 낮다(FIP 2.93).
'승=투수의 능력'이라는 공식의 비합리성과 상관없이 승수는 투수로서 신경 쓰일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류제국은 3월 개막을 앞두고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지난 시즌 승률이 높았다. 팬들이 올해 더 높은 승률에 대한 기대를 할 텐데 그게 부담스럽기는 하다. 첫 경기가 중요할 거 같다. 잘 던지든 못 던지든 승리하면 자신감을 가질 수 있을 듯하다"라고 말했다.
첫 단추가 문제였다면 이제라도 바로 잡으면 된다. 류제국이 다시 제자리를 찾는다면, LG도 한 걸음 더 도약할 수 있다.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
신원철 기자 26dvd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