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주가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 대기록을 세우며 월드컵행 불발에 대한 아쉬움을 털었다. 그가 벗은 것은 아쉬움만이 아니라 중앙 미드필더에 국한하는 일부 편견들도 포함됐다. ⓒ 포항 구단 제공
[엑스포츠뉴스=김형민 기자] 포항의 심장, 이명주가 대기록을 세웠다. 털어 낸 것은 월드컵행 불발에 대한 아쉬움 만은 아니었다. 그를 향한 편견들도 걷어냈다.
이명주는 10일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현대오일뱅크 K리그 클래식 2014 12라운드에서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1골 2도움을 기록하며 팀의 3-1 완승을 이끌었다.
이날 포항의 득점은 모두 이명주의 발을 거쳐갔다. 발 끝은 예리하고 정확했다. 올 시즌 리그 11경기에서 무려 14개의 공격포인트를 쌓았다. 여기에 K리그 사상 최초 10경기 연속 공격포인트라는 대기록도 얹어졌다. 공격수들도 해내기 힘든 대업을 미드필더 이명주가 이뤄낸 것이다.
그라운드에 나선 이명주는 존재만으로 날카로웠다. 전반 26분 득점포를 터트리며 맹활약에 시동을 걸었다. 고무열의 패스를 받은 이명주는 수비벽을 무력화시키는 땅볼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후반 5분에는 정확한 코너킥으로 강수일의 추가골, 후반 추가시간 절묘한 원터치 패스로 김승대의 쐐기골을 도왔다.
공격력 폭발과 함께 편견은 말끔히 사라졌다. 이명주 주위로 작은 편견 하나가 자리하고 있었다. 문제는 포지션이었다. 이명주는 올 시즌부터 공격에 흥미를 붙였다. 공격 2선으로 전진 배치되며 숨겨왔던 공격 본능을 과시하고 있다. 이전까지 중앙 미드필더였다. 득점보다는 연결에 더 치중했다. 오랜 미드필더 생활은 선입견을 만들어냈다.
이는 대표팀에서 주로 드러났다. 홍명보호는 이명주를 중앙 미드필더로 간주했다. 각종 평가전에도 잘 드러났다. 이명주는 태극마크를 달고 줄곧 중앙 미드필더로 활약했다. 대표팀은 이명주를 완벽한 공격수로 보기에는 아직 에로사항이 많다고 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불운으로 이어졌다. 홍명보 감독은 최종명단을 발표하며 이명주를 호명하지 않았다. 포지션과 경험 문제가 원인으로 자리했다. 홍 감독은 "이명주 선수가 K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고 있다는 점은 잘 알고 있었다"면서 "이명주가 들어올 경우 현재 대표팀 내 공격수와의 경쟁이 불가피했다"며 제외 배경을 설명했다.
하지만 전남전의 이명주는 달랐다. 이러한 편견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어느 공격수 못지 않게 날카로움을 선보이며 남다른 공격력을 뽐냈다. 특히 페널티박스 안에서 침착하고 정확했다. 선제골 장면도 그랬다. 전반 26분 득점 이전 고무열과 주고 받은 패스는 스틸타카의 전형을 보여줬다. 전남 수비진을 무장해제시켰다. 후반 김승대의 득점 장면에서도 이명주는 김승대의 움직임을 정확히 간파하는 침투 패스로 진가를 과시했다. 코너킥은 덤이었다. 직접 전담하며 도움 하나를 기록하기도 했다.
경기 후 이명주는 홀가분한 모습을 보였다. "내가 부족해서 탈락한 것"이라며 불운에 대해 자신을 낮췄다. 이어 이명주는 다음을 기약했다. 언젠가 있을 기회를 위해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밝혔다. K리그 대기록과 함께 이명주의 도전은 다시 시작됐다.
김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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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형민 기자 sports@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