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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스포츠뉴스+ 커버스토리] 여왕 떠난, 韓피겨 '죽느냐, 사느냐'

기사입력 2014.05.09 12:13 / 기사수정 2014.05.13 01:17

조영준 기자
김연아가 '올댓스케이트 2014'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김연아가 '올댓스케이트 2014' 공연에서 관객들에게 손을 흔들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어느 시인의 시집 제목처럼 잔치는 끝났다. 또 다른 축제를 즐기려면 새롭게 판을 짜야 한다. 뜻하지 않게 하늘에서 뚝 떨어진 '피겨 천재'는 전 국민들에게 환희를 선사했다. 그러나 여왕은 떠났고 그를 빈자리를 채울 시간이 다가왔다.

'피겨 여왕' 김연아(24)가 기나긴 선수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김연아는 지난 4일부터 6일까지 서울 송파구 방이동 올림픽공원에서 진행된  '삼성 갤럭시★스마트에어컨 올댓스케이트 2014'를 모두 마쳤다. 이번 공연은 그의 은퇴를 기념하는 무대였다.

17년 동안 김연아는 세계 피겨사를 바꾼 업적을 남겼다.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에서 여자싱글 역대 최고점(228.56)으로 금메달을 획득했다. 여자싱글 최초 200점을 돌파(2009년 세계선수권)했고 세계선수권에서 2차례(2009 2013) 정상에 올랐다. 그리고 올포디움(출전한 모든 대회 메달 획득)을 기록했다. 이는 피겨 역사상 김연아 만이 세운 유일무이한 성과다.

이제 더 이상 김연아가 안겨준 환희에 들떠있어서는 안 된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위해 고민해야할 시간이 왔다. 김연아의 등장으로 피겨 유망주들은 꾸준히 늘었다. 그러나 이들이 훈련할 수 있는 공간은 오히려 줄었다. 훈련할 수 있는 빙상장은 지어지지 않고 선수들만 늘어났기 때문이다. 공간은 한정됐는데 부쩍 늘어난 선수들로 링크 대관은 더욱 힘들어졌다.

김연아의 등장 이후 '피겨 전용 아이스링크' 준공은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지금까지도 공허한 메아리일 뿐이다. 링크 건립은 몇 차례 추진됐지만 예산 부족으로 백지화됐다. 가장 최근에 빙상장 건립을 추진하던 시기는 2010년이었다. 당시 서울시는 빙상장 건립을 계획했지만 막대한 예산으로 결국 취소했다.

피겨 전용 아이스링크의 필요성은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사안이다. 수익을 포기하고 막대한 운영비를 투자하려는 이들은 쉽게 등장하기 않는다. 또한 무더기 빚을 감안하며 이를 운영하려는 지자체들도 부담스럽기는 마찬가지다. 2018 평창동계올림픽을 유치한 상황에서는 민간기업과 지자체를 넘어 국가차원의 지원이 필요하다.

김연아(오른쪽)가 '올댓스케이트 2014' 공연에서 후배들과 함께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김연아(오른쪽)가 '올댓스케이트 2014' 공연에서 후배들과 함께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피겨 현장에 있는 선수들과 학부모 그리고 지도자들은 오래 전부터 전용 아이스링크의 필요성을 호소했다. 김연아 역시 후배들의 발전을 위해 마음 놓고 훈련 할 수 있는 공간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014 소치동계올림픽에 한국 스케이터는 여자싱글에서만 3명이 출전했다. 김연아는 2013 세계선수권에서 우승을 차지하면서 올림픽 출전권 3장을 확보했다. 이러한 기회를 잡은 이는 박소연(17, 신목고)과 김해진(17, 과천고) 97년생 동갑내기인 이들은 노비스(만 13세 이하) 시절부터 차기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당시 97년생 중에서는 유독 유망주들이 많았다. 한 때는 국가대표 절반을 차지할 정도였다. 그러나 현재 국제대회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는 박소연과 김해진 밖에 없다. 한국 피겨 선수들은 열악한 훈련환경으로 잦은 부상에 시달린다. 빙상장 대관 시간이 일정하지 못하기 때문에 훈련 스케줄이 자주 변동된다. 또한 이른 아침과 늦은 밤에 차가운 아이스링크에서 훈련을 하는 경우도 많다. 한창 성장 중인 선수들에게 이러한 훈련 환경은 치명적이다.

피겨 스케이팅에 대한 행정도 체계적으로 개선돼야 한다. 뛰어난 인재가 지속적으로 성장하려면 올바른 행정력이 받쳐줘야 한다. 국내 유망주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개선된 훈련 환경과 더불어 국제대회 경험이다.

박소연이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박소연이 '올댓스케이트 2014'에서 연기를 펼치고 있다 ⓒ 엑스포츠뉴스 김한준 기자


근래 피겨 스케이팅에 가장 적극적으로 지원하는 국가는 일본과 러시아다. 이 국가들은 많은 유망주들에게 국제대회 경험을 제공하고 있다. 러시아 선수들은 유럽 지역에서 열리는 각종 국제대회에 출전해 눈도장을 찍었다. 소치올림픽 여자싱글 동메달리스트인 캐롤리나 코스트너(27, 이탈리아)도 국제빙상경기연맹(ISU) 공인 그랑프리뿐만 아니라 B급대회에도 자주 얼굴을 비쳤다. 

박소연은 지난 1월에 열린 4대륙선수권과 2월 진행된 2014 소치동계올림픽 무대를 경험했다. 그동안 큰 대회 경험이 적었던 점이 약점으로 지적됐다. 그러나 2번의 큰 대회를 거치면서 자신의 껍질을 벗어던졌다. 결국 지난 3월 일본 사이타마에서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176.61점으로 9위에 올랐다.

이 대회를 통해 자신감을 얻은 박소연은 이번 올댓스케이트 아이스쇼에서도 세계적인 선수들과 비교해 떨어지지 않는 경기를 펼쳤다. 3일 공연 동안 모든 점프를 성공시켰고 기술의 퀄리티도 실전대회 못지않았다. 4년 뒤 평창에서 또다시 잔치를 열려면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 대한체육회와 빙상경기연맹 그리고 평창동계올림픽 유치위원회와 선수들을 관리하는 매니지먼트사들이 모두 깊이 고민해 뜻을 도모해야할 시기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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