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회' 유아인, 김희애 ⓒ JTBC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JTBC 월화드라마 '밀회'에서는 극중 인물들의 감정을 여실히 드러내는 폐부를 찌르는 듯한 명대사들이 이어졌다. 사랑의 시작과 완성, 파국을 섬세하면서도 직설적으로 묘사해 시청자들의 감정선을 건드린 '특급 대사'들을 모아보았다.
▲"
네 꺼 진짜 뭐 있어? 너 사는 집도 우리 꺼. 차도 우리 꺼. 가정부도 우리 꺼"(1부 오혜원에게 연하남과의 밀회현장을 급습당한 서영우(김혜은 분)의 독설)
누구나 부러워하는 서한예술재단 기획실장 오혜원 실장의 실제 삶은 허상 그 자체다. 억대 연봉에 좋은 집에서 살고 명품 옷을 입으며 좋은 차를 타고 다녔지만 재벌인 동창 서영우와 그의 아버지 서회장(김용건), 의붓 어머니 한성숙(심혜진 분)을 오가며 삼중첩자 노릇을 하는 시녀에 불과했다. 머리로는 성취감을 느끼지만 가슴은 텅 비어 있는 언젠가는 무너질 수밖에 없는 모래성 같은 삶이었다. 거친 파도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감하게 하는 대사다.
▲
"이거 특급 칭찬이야!"(2부 혜원이 선재의 피아노 연주를 처음 듣고 천재성을 발견한 직후, 선재가 소감을 자꾸 묻자 볼을 꼬집어주며)
혜원도 과거에는 전도유망한 피아니스트였다. 유학을 가고 싶어 영우의 시녀 역할을 자임하며 따라가 공부할 만큼 피아노에 대한 열정이 넘쳤다. 그러나 건초염에 걸려 포기한 후 서한예술재단에서 근무하며 성공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려왔다. 그런 그녀의 앞에 느닷없이 나타난 선재의 연주는 잠자고 있던 음악에 대한 열망을 다시금 일깨웠다. 함께 피아노를 치며 나눈 음악적 교감은 불같은 사랑의 시작을 암시했다. 두 사람의 첫 스킨십은 세상에서 가장 큰 고래도 춤추게 할 칭찬이었다.
▲
"나 지금 너 아주 무섭게 혼내준 거야!"(5부 선재가 첫 키스의 순간을 기억하지 못하는 척하는 혜원에게 서운해하자. 혜원이 갑자기 강렬하게 키스한 후)
어머니의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피아노를 포기한 선재가 안타까운 혜원.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 중인 그의 재능이 아까워 관심을 계속 보낸다. 혜원의 정성에 사랑이 커져만 간 선재는 어느 날 집으로 찾아가 키스를 하게 되고 혜원도 술김에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받아들인다. 그러나 곧 정신을 차리고 기억을 못하는 척한다. 처음 접한 여자들의 이중언어에 당황해 하는 선재의 계속된 항의에 혜원은 키스로 그 감정을 떨치려 한다. 그러나 아뿔싸. 사랑은 더욱 깊어져만 간다.
▲
"만 인민은 다 평등하다. 내가 내 주인이다. 그렇게 배운 사람이요"(7부 돈 봉투를 건네며 서회장과의 관계정리를 요구하는 혜원에게 중국 동포 식당 여종업원이 맥주를 끼얹으며)
서회장 일가의 각종 지저분한 일들을 처리하며 살아온 혜원의 삶은 고급 노비나 다름없다. 돈과 명예에 종속돼 자신을 존중하지 못하고 살아왔다. 그런 혜원에게 선재와의 만남은 삶을 되돌아볼 기회를 준다. 그러나 사회적 시선 때문에 그 사랑을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하고 주저한다. 그럴 때 중국 동포 여종업원에게 당한 봉변은 껍질을 깨고 나가게 만든다. 감정에 충실한 온전한 자기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기로 결심한다.
▲
"지혜롭게 잘 숨고, 네 집과 너 자신을 지켜줘. 더러운 건 내가 상대할게. 그게 내 전공이거든"(9부 혜원이 선재의 집에서 처음으로 사랑을 나눈 후 새벽에 일하러 나가며 문자로 보낸 러브레터)
자신이 하면 사랑, 남이 하면 불륜이란 말이 있다. 혜원과 선재의 감정도 두 사람에게는 사랑이겠지만 남이 보면 불륜이다. 혜원에게도 자신이 이제까지 성취해온 모든 걸 잃을 수 있는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일이다. 또한 앞길이 구만리 같은 선재의 미래에도 먹구름을 드리울 수 있는 일이기에 더욱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 사람은 거울 속의 나 같은 소울 메이트. 선재를 지키고 싶은 혜원의 사랑이 가슴을 울린다.
▲
"뒷모습 좀 보이지 마세요. 그거 사람 미쳐요"(11부 공사장에서 은밀히 만난 혜원과 선재. 협박 문자가 와 먼저 떠나려는 혜원에게 보내는 선재의 절규)
은밀한 사랑은 항상 아무리 숨기려 해도 이 세상 사람 모두 눈치채고 있고 본인들만 그 사실을 가장 늦게 깨닫게 된다. 혜원과 선재의 은밀한 사랑도 이제 모두가 아는 사실이 된 상황. 사랑 앞에서 겁날 게 없는 혜원은 이 상황에서 결코 물러설 수 없다. 선재에게 "나는 너한테만 서툴지. 다른 건 네가 상상할 수 없을 만큼 교활하고 능숙해. 모른 척하고 기다려봐. 어떻게 되나"라며 안심시킨다. 항상 먼저 떠나는 뒷모습만 볼 수 밖에 없는 선재의 사랑이 애절하다.
▲
"내가 이제껏 이룬 거, 앞으로 가질 거, 그리고 너까지 다, 잃고 싶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이겨 먹을 때까지, 숨죽이고 잘 숨어 있어"(13부 파국이 가까워 오자 혜원이 선재를 친구 공방에 불러 다독이며)
재단 비리에 대한 검찰의 조사가 들어오자 서회장 일가는 모든 실무를 담당한 혜원을 희생시키기로 마음먹고 선재와의 사랑을 약점으로 이용하려 든다. 선재와의 사랑을 통해 누군가의 고급 노비가 아닌 온전한 자기 자신의 주인이 된 혜원은 결코 허투루 당하지 않고 맞서 싸운다. 최고의 자리에 오르기 위해 산전수전 다 겪은 혜원이 과연 서회장 일가와의 일전에서 이길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혜원과 선재의 험난한 사랑의 종착역을 보여줄 '밀회' 15회, 16회는 각각 12일, 13일 오후 9시 45분에 방송된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