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나지완 ⓒ 엑스포츠뉴스DB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호랑이들이 '잔인한 4월'에 눈물짓고 있다. 해법은 있을까.
29일 SK와 KIA의 시즌 4차전이 열린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KIA의 선발 한승혁이 2회 아웃카운트를 잡지 못하고 마운드를 내려갔고, 신창호-박경태-임준혁으로 이어지는 중간 계투 투수들이 줄줄이 올라왔다.
최악의 순간은 5회였다. 6타자 연속 안타를 포함해 한 이닝에 무려 11점을 내줬다. 챔피언스 필드 전광판에는 SK의 11득점을 뜻하는 'A'가 표기됐다. 1이닝에 두자릿수 실점을 하는 것은 길고 긴 프로야구의 시즌 중에도 좀처럼 보기 드문 장면이다.
마운드에서 좋지 않은 모습은 다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경기였다. 선발이 이닝을 소화하지 못하고 무너졌고, 계투진은 볼넷과 안타를 연달아 허용하며 끊임없이 '잽'을 얻어 맞았다. 이른 아침부터 비가 내렸음에도 챔피언스 필드를 찾은 5000명이 넘는 팬들은 경기 내용에 실망해 일찍 자리를 뜨기도 했다.
이미 전세가 SK쪽으로 기운 뒤에도 KIA 투수들의 승부는 어려워보였다. 볼 카운트를 유리하게 끌고가지 못했고, 자신의 구위를 배짱있게 선보이지 못했다. 이날 경기에서 정점을 찍었지만, 최근 KIA의 페이스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목이다.
30일 현재 KIA는 팀 평균자책점 최하위(5.49)에 머물러 있다. 피안타율(0.301)은 가장 높은데, 가장 많은 볼넷(105개)까지 허용했다.
KIA 양현종 ⓒ 엑스포츠뉴스DB
타자들의 성적은 더 초라하다. 팀 타율 8위(0.264), 팀 출루율 최하위(0.330), 장타율 최하위(0.372), 홈런 최하위(14개)에 머물러 있다. 볼넷도 9개구단 가운데 가장 적다(72개).
한마디로 투수들은 너무 많은 점수를 내주고, 타자들은 점수를 만들어낼 기회조차 만들지 못하고 있다.
시즌 개막 후 KIA는 두산을 상대로만 2승 1패 '위닝 시리즈'를 거뒀고, 나머지 7개 구단에게는 모두 '루징 시리즈'나 1승 1패 동률을 이뤘다. 체감상 29일 경기처럼 대량 실점으로 무너지는 경기를 제외하면 승기를 내준 경기들이 대부분 '해볼만 하다'는 인상이 있었다. 그러나 면면히 살펴보면 어느 부문 하나 내세울 수 없을만큼 리그 최하위권 성적이다.
홀튼-양현종으로 이어지는 KIA의 '원·투 펀치'는 분명 최정상급이지만, 선발 로테이션의 나머지 3자리가 여전히 물음표다. 송은범-임준섭은 롤러코스터 피칭을 이어가고 있고, 기대주 한승혁이 지난 2경기에서 자신의 가능성을 재확인 했지만 여전히 다듬어야 할 부분이 있다.
'만년 숙제' 불펜은 더욱 심각하다. 김태영과 하이로 어센시오를 제외하면 사실상 필승조, 추격조, 패전조를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해 보인다.
아주 근원적인 문제까지 파고들어 간다면 KIA의 고질적인 문제인 부상이 현재 상황을 만들었다고해도 과언이 아니다. 김진우를 비롯해 이범호, 김주찬, 유동훈, 박지훈, 곽정철, 최희섭 등 기다리고 있는 선수들의 이름만 봐도 화려하다. 마냥 손놓고 이들의 복귀만 기다리고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건만 부상 선수들의 공백을 메울만한 2군 백업 요원도 마땅치 않아 선동열 감독의 고민이 깊을 수 밖에 없다.
그래도 아직은 시즌 초반이다. 여전히 100경기가 넘게 남아 있다. 어느 팀에게나 한번씩 반등 기회는 찾아오기 마련이다. 그 기회가 KIA에게는 언제쯤 찾아올까. 잔인한 4월도 저물어간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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