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시대, 2NE1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시작은 화려했다. 데뷔 8년차 소녀시대와 6년차 2NE1은 지난달 말 나란히 새 앨범을 발표했다. 티저영상부터 뮤직비디오 그리고 방송무대까지 그들의 모든 것이 화제의 중심이 됐다. 어느새 연륜이 쌓인 두 그룹의 앨범은 완성도가 높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그러나 예전과 같은 폭발력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소녀시대와 2NE1의 이번 앨범은 확실히 공을 들인 모양새다. 소녀시대의 타이틀곡 'Mr. Mr.(미스터 미스터)'는 해외 유명 팝가수 비욘세,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작업한 프로듀싱팀 더 언더독스(The Underdogs)가 참여했다. 또 수록곡 'Good Bye(굿 바이)'는 세계적인 작곡가 린디 로빈스(Lindy Robbins)가 작업했다.
2NE1의 타이틀곡 'COME BACK HOME(컴백홈)'은 R&B, 레게, 힙합 요소를 적절히 조합해 귀를 사로잡았다. YG 엔터테인먼트 측은 수록곡 'CRUSH(크러쉬)' 작곡에 참여한 리더 씨엘(CL)의 활약을 강조했다. 소속사 대표 양현석도 "역대급 앨범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소녀시대와 2NE1 앨범은 발매되자 국내외 차트를 휩쓸었다. 소녀시대의 'Mr. Mr.'는 대만, 홍콩 등 아시아 각국에서 정상에 올랐다. 2NE1의 'CRUSH' 또한 미국 앨범차트 '빌보드 200' 61위를 기록하며 한국 가수 중 최고 성적을 올렸다.
그러나 발매된 지 보름이 지난 현재 두 앨범의 국내 음원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두 그룹 모두 음원 상위권을 독차지하는 '차트 줄세우기'는 보이지 않는다. 대부분 차트에서 1위는 소유×정기고의 '썸(Some)'이 차지하고 있는 가운데 소녀시대와 2NE1의 음원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음원 사이트 멜론의 주간차트(2014년 3월 3일부터 9일)에 따르면 소녀시대는 'Mr. Mr.'만이 6위로 유일하게 20위권에 속해있다. 2NE1은 비교적 사정이 괜찮은 편이다. 'COME BACK HOME'이 2위, '너 아님 안돼'가 3위에 올랐고 '살아 봤으면 해', 'CRUSH'가 20위권 안에 자리하고 있다.
그들의 복귀는 과연 성공적이었을까. 평론가들은 소녀시대와 2NE1 중 어떤 앨범이 더 뛰어난가에 대해서는 평가가 갈렸지만, 소녀시대와 2NE1가 이제 정점에서 내려왔다는 점에서는 의견이 일치했다. 황선업· 김반야· 박지종·신현태 등 네 명의 평론가로부터 얘기를 들어봤다.
▲황선업(대중가요평론가)=소녀시대의 이번 앨범은 전작 'I GOT A BOY(아이 갓 어 보이)'가 구성이 복잡해 호불호가 심하게 갈린 점을 의식한 듯 하다. 그래서인지 이번 앨범은 조금 쉽고 단순화한 팝 비트의 음악이다. 전반적인 흐름이 너무 단순해서 심심한 면이 있다. 수록곡들이 좋긴 하지만 안전한 길을 선택한 것 같다. 기대에는 미치지 못한다.
2NE1의 앨범은 그동안그들이 계속 해오던 음악이다. 색다른 것은 없지만 불륨을 낮추고 훅이 있는 곡들이다. 소녀시대의 'Mr. Mr.'보다 2NE1의 앨범 'CRUSH'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김반야(대중가요평론가)=소녀시대와 2NE1 모두 다소 안정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여자 아이돌에게 앞으로의 방향이나 대안을 제시하지 못했다. 소녀시대의 이번 앨범은 세련되긴 했지만 '킬링 트랙'이 없다. 그리고 2NE1도 그들의 공식에 맞는 노래만을 모아놨다.
두 그룹 모두 이제 하락세에 접어든 느낌이다. 2NE1이 원래 가지고 있던 이미지가 파격적인 것인데, 오히려 소녀시대보다 안일한 선택을 한 것 같다. '여자 빅뱅' 느낌이 특장점이 될 수 있지만 한계이기도 하다.
▲박지종(대중문화평론가)=소녀시대가 지난 앨범에서 보여줬던 차트 점령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2NE1도 씨엘의 참여가 높아졌고 앨범 퀄리티 자체는 높아졌지만 예전 같진 않아 보인다.
▲신현태(대중가요평론가)=두 팀 모두 결정력이 줄었다. 소녀시대는 과거 'Gee(지)'나 '소원을 말해봐' 같은 곡이 있었지만 이번 앨범에는 눈에 띄는 곡이 없다. 2NE1도 마찬가지다. 소녀시대와 2NE1 음악이 진일보했다기보다는 안정적인 느낌이며, 사실은 이번 앨범 전부터 한계를 드러냈다고 할 수 있다.
음악에 대한 평가는 개인의 취향에 달렸다고 할 수 있다. 자신이 듣고 선호하는 음악이 제일 좋은 음악이다. 그러나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걸그룹의 위치에 선 소녀시대와 2NE1가 자신의 틀을 깨는 시도보다는 안정적인 선택을 하고 예전만큼의 파괴력을 보여주지 못한 점은 아쉽다. 소녀시대는 올해 정규앨범 발매를 예고했고 2NE1은 전세계를 도는 월드투어 콘서트를 앞두고 있다. 두 그룹이 정점을 지났는지, 정점이 아직 오지 않았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이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소녀시대, 2NE1 ⓒ 엑스포츠뉴스 DB,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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