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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호사가 본 ‘세결여’ …슬기의 상처, 이대로 둘 것인가 (박현정의 ‘TV 가정법원’)

기사입력 2014.01.16 14:26 / 기사수정 2014.01.20 11:52

이영기 기자


이혼이나 상속, 재산분할, 부모 봉양 문제 등 가족관계에서 일어나는 분쟁이 늘고 있습니다다. 가장 화목해야할 한 가족이 파탄 지경에 이르고 결국 법정으로 문제를 끌고 가 서로 얼굴을 붉히며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너는 경우도 적지 않습니다. 어쩔 수 없이 갈등과 분쟁이 생긴다면 현명하고 원만하게 풀어야 서로에게 상처를 덜 주고 이후의 관계도 평화롭게 지속될 수 있을 것입니다. ‘박현정의 TV 가정법원’은 현실을 반영하는 TV 드라마를 통해 가족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는 법적인 문제들을 지혜롭게 풀어가는 방법을 독자 여러분에게 제시하는 코너입니다.  [편집자 주]


은수(이지아 분)는 재혼을 하면서 슬기(김지영 분)를 양육하겠다는 당초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상황이 되고, 따라서 아빠인 태원(송창의 분)이 슬기를 양육하게 된다. 슬기는 태원과 재혼한 새엄마와 잘 지내는 듯 하지만 새엄마 채린(손여은 분)의 묘한 경계에 남몰래 눈치를 보게 되고, 슬기를 잘 보살펴달라는 태원의 당부에 새엄마 채린은 슬기를 오해하여 급기야 슬기의 뺨을 때린다.

SBS에서 방영되고 있는 주말특별기획드라마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는 이혼과 재혼으로 자녀 양육문제가 발생하면서 자녀와 부모가 겪게 되는 상황을 잘 표현하고 있다.
 
‘세결여’에서 은수는 태원과 이혼하면서 자녀의 양육권 외에는 아무런 요구를 하지 않았고, 태원은 그 뜻을 받아들여 은수를 슬기의 양육권자로 인정하게 된다. 

과거에는 이혼할 경우 부부가 서로 양육을 하겠다는 경우가 많았으나, 요즘은 양육을 서로에게 미루는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특히 결혼 기간이 짧고, 연령이 낮을수록 자기 미래를 고려해 자녀 양육을 피하고자 경우가 늘고 있다.

부부가 서로 양육권을 갖고 싶어 하거나, 반대로 서로 양육을 미루어 자녀의 양육권에 대한 협의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 가정법원에 양육자 지정 심판청구를 하게 된다.

가정법원에서는 자녀의 복리를 최우선으로 고려하여 자녀에게 유리한 양육환경을 가지고 있는 부모를 양육자로 지정하게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고, 부부가 둘 다 양육하기를 원하지 않을 경우 제3자(대부분 조부모)를 양육권자로 지정하는 경우도 있다.

한편, 양육자로 지정되지 않더라도 부모로서 자녀를 볼 수 있는 면접교섭권을 행사할 수 있다. 드라마에서 태원이 슬기를 주말에 정해진 시간에 보러왔던 것처럼 말이다.

면접교섭권은 양육권자를 지정할 때 함께 결정이 되는데 대부분 정해진 날짜와 시간, 장소에서 자녀를 만나게 하고 1박 2일 동안 같이 지내게 하는 식으로 정해지게 된다.

물론 이혼하는 부부 사이에는 관계가 악화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양육을 하지 않는 상대에 대해 면접교섭권을 인정하기를 꺼리는 양육권자도 많다.

그러나 자녀를 양육하지 않는 쪽이 자녀에 대한 면접교섭을 충실히 이행하게 되면 부모의 이혼으로 인한 자녀의 충격이 상당히 완화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

그런데 면접교섭권이 인정되었는데도 자녀에 대한 미안함 혹은 기타 사정 때문에 사실상 면접교섭을 하지 않는 사례도 많다. 이런 경우 자녀는 부모로부터 버림받았다는 생각을 갖게 되기 싶다.‘세결여’에서 슬기가 재혼 후 자신을 찾지 않는 친엄마 은수에게 느끼는 감정이 바로 그런 경우라고 할 수 있다.

또한 면접교섭을 이행하지 않는 경우 자녀의 양육이 제대로 이루어지는지  파악할 수 없게 되는 측면도 있다. 최근 발생한 울산계모 사건의 경우 양육하지 않는 친모가 아이와 자주 만날 수 있는 기회만 주어졌더라도 아이의 사망을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하는 안타까움이 남는 사례다.

이혼은 당사자인 부부에게도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요한 일이지만, 자녀의 인생도 변화시키는 일임이 분명하다. 이혼이라는 중대한 변화의 길목에서 자녀의 혼란을 줄이기 위해서는 부부가 자녀에 대해 깊은 애정과 관심을 표현하고, 자녀가 좀 더 나은 환경에서 성장하도록 배려하는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자식이 잘 되기를 바라는, 부모로서의 초심을 되새겨보는 것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이영기 기자 leyoki@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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