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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사' 신원호 PD "나는 참 이별이 촌스럽다"(인터뷰)

기사입력 2014.01.10 09:39 / 기사수정 2014.01.10 10:54

한인구 기자


[엑스포츠뉴스=한인구 기자] "나는 참 이별이 촌스럽다."

신원호 PD는 한 작품을 끝낼때 마다 다이어리에 꼭 이처럼 적는다고 했다. 지난해 복고 열풍을 불게 했던 tvN '응답하라 1994' PD답다.

'응답하라 1994'는 주인공 성나정(고아라 분)의 남편 찾기와 지방출신들의 고단한 상경기, 1990년대 이야기로 사랑받았다. 마지막회 시청률은 11.9%. 시청자들도 '응답'한 셈이다. '응답하라 1994'를 떠나 보내는 신원호 PD를 9일 만났다.

"미련이 많아 마지막을 힘들어한다. 그렇다고 착하진 않다. '응답하라 1994' 배우와 스태프들과 헤어질 때도 울컥했다. 각자 다른 일터로 가야 하니까." 신 PD가 뜻하는 '촌스러움'는 '아련함'과 맞닿아 있었다. 제작 기간 동안 살을 비비며 지낸 사람들과의 이별은 그에게 늘 힘든 일이었다.

아련함을 남긴 '응답하라 1994'는 90년대를 배경으로 30, 40대의 추억을 자극했다. 하지만 과거를 미화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있었다. 이와 관련해 신 PD는 "지금 현실이 거지 같아서 옛날이 좋았다는 식으로 비치지 않았으면 했다"면서도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간에 대한 그리움을 부정할 수는 없다"고 아쉬움을 내비쳤다.

또한 시청자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성나정과 쓰레기(정우), 칠봉이(유연석)의 삼각관계는 오히려 극 초반과 달리 드라마가 지루해진 이유로 꼽히기도 했다. "러브라인에 집중하기 보다는 주변인물들의 이야기를 다 살리려다 보니 '나를 변화시킨 사람들'과 '사랑, 두려움' 에피소드가 두 편으로 쪼개져 에피소드가 늘어진 것 같다." 신 PD는 주변인물 이야기를 담으려고 노력했지만 오히려 러브라인이 늘어진 결과로 이어졌다고 자평했다.

이어 신 PD는 회의에서 한 명이 생각을 툭 던지면 거기에 살이 덧붙여지고 아이디어가 쌓이며 '응답하라 1994'가 완성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국 '응답하라 1994'는 계속 완성해가는 드라마였다"면서 드라마를 제작하며 잡스러운 느낌의 예능적 기질이 도움이 됐다고 강조했다.

예능 PD 출신이라는 장점은 되레 고난의 시작이기도 했다. 신 PD는 "드라마를 제작하는 예능 PD가 경쟁력이 있기 위해선 예능에서 잘하던 것을 해야 했다. 편집 작업이었다. 촬영과 편집을 모두 하다 보니 '응답하라 1994' 제작하며 반나절도 쉬지 못했다. 지금 죽어도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신 PD는 마지막에는 숨이 턱까지 찼었다고 했다.

호흡이 가빠질 만큼 힘들었던 작업에서 힘이 된 것은 동료들의 '맑은 눈빛들'이었다. 신 PD는 "힘이 된 것은 함께 고생하면서도 언제든 깔깔거리며 웃을 수 있게 해준 스태프와 배우들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또한 "아내가 그동안 만들었던 프로그램 중에 '응답하라 1994'를 제일 좋아했다. 밖에서만 있고 연락도 못 했지만 모두 이해해준 아내가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신 PD는 힘들고 고된 작업이지만 드라마 제작을 계속할 뜻을 보였다. 그는 "'응답하라'는 놓기 힘든 브랜드가 됐다"면서 "'꼭 해야 한다'는 이유로 '응답하라' 후속작을 내놓진 않을 것이다. 다만 전작과 맥락을 같이 하는 아이디어가 나오면 연도가 어떻게 됐든 후속작이 나오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렇다면 '응답하라'의 성공신화를 쓴 신 PD에게 영감을 주는 것은 무엇일까. 그는 단순히 제작 회의에서 영감을 받는다고 했다. 이어 "책이나 드라마를 봐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고 가끔 생각나도 금방 잊어버린다"고 말하며 평소에는 넋놓고 산다고 답했다.

94학번 신 PD의 꿈은 영화감독이었다. 그는 "삶이 끝나기 전에 딱 영화 한 편만 만들어 보고 싶다"고 밝혔다. 이어 "학창시절 PD가 되겠다는 생각을 한 번도 안 했다. 군 제대 후 영화판 조감독 형들이 얼마나 힘든지 알았다. 영화 2편을 말아먹어도 3년을 놀아도 될 만큼 돈이 쌓이면 나오자는 생각으로 입사했지만 엉덩이도 무거워지고 하는 일이 재밌어 여기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신 PD는 '예능 PD'라는 이름표가 자신에게 박혀있길 바란다며 예능 PD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예능은 처음 내가 배운 것이자 텃밭이고 뿌리다.'응답하라 1994'가 성공한 것도 예능PD로 배웠던 것들 덕분이다. 후배들이 답답하고 짜증 나는 길목에서 나를 보며 청사진을 그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한인구 기자 in999@xportsnews.com

[사진 = 신원호 ⓒ CJ E&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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