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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방송 결산②] 기지개 켠 군대 예능, 근무 중 이상 무

기사입력 2013.12.26 21:28 / 기사수정 2013.12.26 22:27

김승현 기자


[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MBC '우정의 무대'에서 "저기 뒤에 계신 분이 저희 어머니가 확실합니다!"라는 외침과 함께 한복을 곱게 차려입은 어머니와의 포옹은 시청자들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그 이후 군대 관련 콘텐츠는 TV 프로그램과의 접점을 찾지 못하며 기별없는 '정기휴가'를 떠나야만 했다.

뜨거운 모자(母子)지간의 정을 뒤로하고, 군 관련 프로그램은 전쟁 발발 가능성과 사고사례 등 부정적인 측면만이 간간이 이어졌다. 그러던 브라운관에 조명탄을 쏘아 올리며 군대 예능프로그램을 재점화한 것은 '푸른거탑'이었다. 지난해 3월부터 12월까지 tvN의 예능 프로그램 '롤러코스터'의 코너로 방영됐으나, 인기가 치솟자 올해 1월부터 독립 편성됐다.

'푸른거탑'은 예비역 남성들이 펼쳐 놓는 전설적인 일화와 추억의 에피소드를 세밀하게 포착, 공감이 가는 선에서 우스꽝스럽게 표현해냈다. 장교들이 탑승하는 '군용 레토나', '스팸 뽀글이', 추억의 활동복인 일명 '태권브이' 등을 유행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 설명하기도 했다.

최종훈, 김재우, 김호창, 백봉기, 이용주 등 월등한 인지도를 지닌 스타는 없었지만, 이들은 이등병에서 병장까지 주어진 계급장에 맞게 행동하며 계급 사회가 지닌 단면을 잘 표현해냈다. '푸른거탑'은 후속작인 '푸른거탑 제로'와 '푸른거탑 리턴즈'로 이어지며, '군풍'의 위력을 실감케 했다.  

과거의 에피소드를 '푸른거탑'이 재창조했다면, MBC '일밤-진짜사나이'는 연예인들이 위병소를 거쳐 일주일간 막사에서 현재의 군대를 몸소 체험하는 리얼리티에 중점을 뒀다. '진짜 사나이'는 먼저 휘파람을 부르고 있던 '아빠 어디가'와 함께 일밤의 쌍두마차로 떠오르며 침체기에 빠졌던 MBC 일요 예능의 부흥을 알렸다.

군대 문화에 생소한 샘 해밍턴의 어리버리한 면은 웃음 포인트가 됐고, 예비역 손진영은 '구멍병사'로 낙인이 찍히며 재미를 더했다. 이와 달리 김수로, 장혁 등은 진지하게 일반 병사로 입대를 권유하고 싶을 정도로 놀라운 적응력을 보였다.

이들 외에도 일반 병사들과 간부들이 조명되며, '군대에는 팔도에서 온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다'는 말을 일깨워줬고, 이 '진짜사나이'들은 프로그램의 주연급 조연으로 활약하며, 소재 고갈에 대한 우려를 씻어냈다.

국방색 '브레이브맨'(군대 보급품 명칭으로도 쓰임)들의 등장은 2013년 예능의 한 조류라 할 만하다. '전우', '행군의 아침', '멋진 사나이' 등 흔히 말하는 10대 군가는 철조망을 뚫고 나와 안방에서도 울려 퍼졌고, 더욱 친숙하게 다가왔다.

시청자들에게 한걸음 다가온 군대 예능 프로그램으로 인해 남성들은 군대 시절의 아련한 향수에 빠졌고, 여성들은 '남성들의 전유물'로만 여겨졌던 군대 이야기의 지루함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복학생 오빠들의 영웅담에서 탈피해 군대의 모습을 실제로 지켜보며 궁금증을 해소하는 계기가 됐다.

국방부가 추구하는 선진 병영 문화와 맞물려, '푸른거탑', '진짜사나이' 등의 방영은 폭력과 억압 등 부정적인 이미지로 점철됐던 군대의 이미지를 쇄신하며 일반인들에게 가까이 다가가는데 크게 일조했다. 또한 막사와 보급품의 현대화로 인한 시청자들의 군복무 시절과의 비교도 가능토록 했다. 

애증의 대상이지만, 분명 친숙하게 다가왔다. 추억을 새록새록 돋아나게 하고, 한바탕 웃을 수 있었다. 일각에서는 "실제 군대는 저런 곳이 아니다. 병영 생활에 대한 환상을 지나치게 강조한다"며 의문을 제기하기도 한다. 물론 이는 무시할 수 없는 측면이다. 그러나 나라의 부름을 받고 복무한 군인들의 '춥고, 배고프고, 졸리고, 힘든' 애환을 살려낸 군대 예능 프로그램의 희소 가치는 인정해야 할 듯 싶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푸른거탑, 진짜사나이 ⓒ tvN, MBC]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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