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2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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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리뷰] '클로저' 미칠 듯 아프니까 사랑이다

기사입력 2013.11.18 15:40 / 기사수정 2013.11.18 22:04



▲ 클로저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낯섦과 친근함은 딱 한 끗 차이다. 극명하게 다르지만 언제라도 뒤바뀔 수 있다. 마치 동전의 양면과 같다.

낯선 사람도 우연한 계기로 둘 도 없는 친구가 되고, 둘도 없이 친한 이에게 갑작스런 거리감을 느끼기도 한다. 인간관계에서 보편적으로 일어나는 현상이지만 연인 사이라면 서로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만다. 하지만 상처도 사랑의 일부이기에 많은 이들이 고통을 감내하고 사랑을 지속한다.

연극 '클로저'의 네 남녀도 다르지 않다. 뉴욕 출신의 스트리퍼 앨리스(이윤지 진세연 한초아 분)와 부고 전문 기자 댄(신성록 최수형 이동하), 사진작가 안나(김혜나, 차수연), 피부과 의사 래리(서범석 배성우 김영필)는 시종 낯섦과 친근함을 오가며 각자 자기 식대로 사랑을 하고 이별을 한다.

댄은 '낯선 사람' 앨리스와 횡단보도에서 우연히 만나 운명 같은 사랑을 나누지만 또 다른 매혹적인 사진작가 안나에게 반한다. 안나 역시 수족관에서 만난 래리와 결혼하지만 댄의 자유분방함에 이끌려 만남을 계속한다.



흔히 사랑의 유통기한은 3년이라고 한다. 불 같이 사랑하다가도 언제 그랬냐는 듯 그 설렘은 확 식어버린다. 극작가 패트릭 마버는 이들의 엇갈린 관계를 통해 달콤한 사랑이란 말이 허울 좋은 껍데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사랑이 과연 변하는 것인지, 두 사람을 동시에 사랑한다는 것이 가능한 일인지 의문을 던지는 이 작품은 집착, 욕망, 미움 등도 사랑의 한 부분이라는 것을 실감하게 한다.

댄과 래리, 두 남자는 애인이 다른 남자와 잤느냐에만 관심을 둔다. 래리 역시 아내 안나가 댄과 하룻밤을 보냈다는 사실을 알고 격분해 두 사람의 섹스에 대해 캐묻는다. 이혼 도장을 찍어주는 대가로 자신과 하룻밤을 보내자고 요구하기까지 한다. 댄 역시 앨리스가 입을 상처는 생각도 하지 않은 채 본능만 좇는다.

주인공 앨리스는 이런 댄과 완전한 사랑을 꿈꿨지만 그의 이기적인 사랑 앞에 결국 차갑게 돌아선다. 자유분방하지만 상처가 가득한 여자, 가짜 이름으로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의 아픔까지 숨기려는 앨리스의 모습은 그래서 더 연민을 준다.



'클로저'는 거친 대사와 욕설, 수족관과 전시회, 사진관 등 곳곳에 자리한 상징적 장치들 만큼 심오한 작품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남녀의 소통과 사랑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단지 그 사랑이 로맨틱하지 않을 뿐이다.

사랑에 대해 판타지를 갖게 하는 여느 달달한 멜로드라마와 달리 날 것 그대로의 사랑으로 인간의 원초적인 욕망과 집착을 다룬다. 한국 정서와 어울리지 않는 부분이 많음에도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데는 이런 현실성 때문일 것이다.

극이 진행될수록 등장인물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귀 기울여지고 공감하게 되는 데는 배우들의 역할도 크다. 아프면서까지 사랑을 할 수 밖에 없는 남녀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 몰입하게 만든다.

런던을 찾은 뉴욕 출신 스트립댄서 앨리스 역을 맡은 한초아는 제멋대로지만 순수한 소녀와 관능적인 여인을 이질감 없이 오갔다. 댄 역의 신성록 역시 나쁜 남자의 능글맞고 찌질한 면모를 잘 살려낸다. 차도녀 안나 역의 차수연과 솔직한 변태(?) 래리를 연기하는 김영필의 존재감도 이에 뒤지지 않는다. 

12월 1일까지 대학로 아트원씨어터 1관에서 열린다. 110분. 만 18세 이상. 공연 문의: 02-764-8760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클로저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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