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타이중(대만), 김덕중 기자] 유명한 도시학자 케빈 린치는 도시의 이미지를 결정하는 요소로 도로(path), 경계(edge), 지역(district), 접함점(node), 랜드마크(landmark) 등 5개 요소를 꼽았다. 도로부터 건축물은 물론 그들의 형태, 색채, 조명 등 수많은 시설물이 여기에 포함된다. 주요 건축물은 방문객들에게 도시, 나아가 국가 이미지를 심어주는 중요한 척도가 된다. 스포츠라고 예외가 아니다. 특히 스포츠 건축물은 해당 종목의 수준과 저변을 나타내는 잣대로 종종 입에 오르곤 한다.
삼성 라이온즈가 참가하는 2013 아시아시리즈가 대만 타이중시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야구장에서 개막한다. 국내 야구팬들에게도 익숙한 곳이다. 한국이 참가해 아쉽게 탈락했던 지난 3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본선 1라운드가 이 곳에서 열렸다. 2005년 2월 1일 착공해 이듬해 11월 9일 개장했다. 수용규모는 최대 2만명이며 중앙 펜스까지 121.9m 양쪽 날개 99.1m로 잠실야구장과 비교하면 관중석이나 그라운드나 조금은 작은 규모다.
그러나 최근에 건설된 구장인 만큼 전체적인 이미지는 쾌적하고 깔끔하다. 녹색의 천연잔디와 2층 내야 좌석의 짙푸른 색이 어우러지며 시원한 느낌을 준다. 스타디움 외관은 더욱 그렇다. 본부석 중앙 상단에서 시작해 1,3루를 향해 두 갈래로 쭉 뻗은 철골 구조물은 야구공의 실밥을 형상화했다. 최신 시설을 갖췄고 멋드러진 디자인으로 이미지를 높이고 있다. 대만 야구가 최근의 WBC 부터 아시아시리즈까지 이 곳 경기장을 개최 장소로 택한 이유다.
대만야구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대만에는 프로 경기 허가를 받은 야구장이 전국에 걸쳐 16군데 있다고 한다. 4팀 체제인 대만 프로야구를 고려하면 제법 많다. 좌석은 대부분 1만석에서 2만석 사이. 대만 인구와 도시 밀집도를 고려하면 실용적이다. 증축 가능성을 고려해 착공시부터 재건축 여지를 남겨둔다고 한다. 1990년대 후반, 2000년대 초반 건설된 최신식 경기장이 많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시가 야구장 소유권을 갖고 있고 구단은 임대하는 형태다.
돔구장 건설에도 적극적이다. 대만은 수용규모 4만명 이상의 타이베이 빅돔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타이베이 빅돔을 타이베이101 빌딩과 더불어 대만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로 삼는다는 야심찬 계획을 실천으로 옮기는 중이다. 타이베이 빅돔은 2014년 6월 완공될 예정이었으나 협의 과정과 구조 문제로 2년 정도 지연될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빅돔을 제외한 호텔, 쇼핑몰, 문화공간 등의 시설물은 계획대로 내년 6월 완공된다.
한국의 경우 1990년대 이후 건립해 개장한 야구장은 2002년 인천 문학구장이 유일하다. 광주구장은 1965년, 대구구장은 1981년, 대전구장은 1964년 개장됐다. 그나마 낫다는 잠실과 사직, 목동도 1980년대 완공된 경기장들이다. 물론 광주와 대구가 새 야구장을 짓고 있고 적지않은 논란에도 고척돔이 건설 중에 있어 위안이 되기는 하지만, 그래도 야구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한국이 대만 보다 한 발 뒤쳐졌다는 사실에 변함은 없다.
15일 타이중 인터콘테넨탈 야구장에서 열리는 포르티투도 볼로냐와 A조 조별리그 첫경기를 앞두고 취재진을 만난 삼성 류중일 감독은 "이 정도만 되도 야구하기 좋겠다. 관중석도 경사가 낮아 경기 보기 좋을 것"이라고 말한 뒤 "외관, 시설 뿐 아니라 경기장도 선수들이 운동하기에 좋다. 특히 잔디도 부드럽다. 잠실야구장만 해도 잔디가 딱딱한 편이라 내야수비에 어려움이 있고 선수들 부상 위험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덕중 기자 djkim@xportsnews.com
[사진=대만 타이중 인터콘티넨탈 야구장(위)과 도류 야구장 ⓒ 엑스포츠뉴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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