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승현 기자] 배우 문채원(26)은 연기에 관해서는 욕심쟁이다. 동시에 그 욕심을 안방극장과 스크린에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여배우 중의 한 명으로 꼽힌다. 드라마 '공주의 남자', '세상 어디에도 없는 착한 남자', '굿 닥터', 영화 '최종병기 활' 등으로 리모컨을 사수하게 하는 흡입력과 티켓 파워를 동시에 갖춘 20대 여배우이기도 하다. 때때로 몇몇 배우들에게 도지는 연기력 논란이 그녀에게는 무심하다.
최근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한 카페에서 그녀를 만났다. 그동안 주로 비극적이고, 타인의 압력에 당하는 캐릭터를 주로 맡았지만 지난 8일 종영된 KBS2 월화드라마 '굿 닥터'에서는 완전히 다른 씩씩하고 밝은 소아외과 펠로우 2년 차 차윤서 역으로 열연했다.
"이번에 리더의 입장으로 이끄는 역할을 맡았다. 사실 여배우들에게 의학드라마는 선호도가 떨어지는 편이다. 그런데 의사 역할은 언젠가 한 번 해보고 싶었다. 평소 의사 캐릭터에 대한 열망과 '굿 닥터'의 시놉시스가 잘 맞아 떨어졌다. 여기에 차윤서는 정상인이 아닌 박시온(주원 분)과 접하는 부분이 많았고, 내가 써 내려가는 스토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출연하게 됐다"
확연히 다른 캐릭터를 맡은 문채원은 결코 착한 역할이 연기가 더 쉬울 것이라는 의견에 고개를 저었다. 차윤서가 가진 발랄함을 계속 이어가기 위해서 고심한 흔적이 역력했다.
"어두운 소재의 드라마 내에서 아픔이 있는 주인공을 소화하기가 어려운 반면, 그렇지 않은 작품이 쉽다고 느낀 적은 없다. 하지만 전자의 경우 인물이 가진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기에 끝나는 순간까지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밝았던 '굿 닥터'에서는 몸과 마음이 편한 시점이 오기까지 힘들었다. 유쾌한 장면이 많아 즐겁게 촬영은 했지만, 연기자의 노력과 고민, 그리고 동료들 간의 호흡 등 이러한 요소가 중요하기 때문에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카메라 앞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늘 힘든 일이다"
'공주의 남자' 속 세령, '착한남자' 속 은기, 그리고 '굿 닥터'의 차윤서까지…문채원은 끊임없이 성장을 위해 노력해왔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좋은 배우'에 대한 성찰 또한 놓치지 않았다. 다수 사람에게 좋은 연기를 보여주고 인정을 받는 시점은 어마어마하게 오래 걸릴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문채원은 이렇게 밝혔다.
"1~2년 만에 빠르게 '좋은 배우'로 정착하는 것은 보기 힘들다. 그렇게 따지면 '난 좋은 배우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엄습해, 때때로 무료하고 무기력할 때가 분명 있다. 끊임없이 불만족스럽고 좌절하고 실망하는 스스로 한심하게 느껴지는 순간이 잦다. 이러한 정신적인 갈등이 없으면 성장도 더딜 것이다. 하지만 나도 최근 몇 년간 너무 그런 식(성장의 측면)으로 몰고 가서 무거운 마음으로 촬영에 임한 것 같다. 이 부분에서 '굿 닥터'는 스스로 감사하고 인정해야 한다는 의미를 깨닫게 해줬다"
문채원은 드라마 시청 세태에 대해 당찬 발언을 하기도 했다. 지난해 9월 열린 '착한 남자' 제작발표회에서 문채원은 "시청자들이 1회만 보고, 시청하지 않겠다고 판단해도 그만이다. 하지만 드라마는 영화와 달리 회차를 두고 이야기가 전개된다. 앞에 드러나지 않는 것도 있고, 억지스러운 부분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초반부가 잘 나와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저는 그 한 주가 견디기 힘들다"고 털어놨다.
"'실수를 했나?'라는 생각을 했는데 공식적인 자리에서 소신 있게 얘기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했다. 드라마는 20부작이든, 50부작이든, 전체 분량에서 그려내고 보여주고 싶은 얘기가 있다. 당연히 1~2부에 보여줄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상업적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이슈와 가십거리 원하기 시작했다. 그래서 1~2부에서 얘기가 많은 것이다. 시청자 입장에서 좋은 드라마를 보고 싶은 욕구가 있고, 그렇지 않았을 때 비판을 가할 수 있지만, 1~2부만 보고서 드라마의 좋고 나쁨을 위급하게 판단하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단면만 보고 배우, 작가, 스태프를 싸잡아 욕하면 우리도 사람인지라, 위축되기 마련이다 조금 더 따뜻한 시선으로 지켜봐 주신다면 양질의 작품과 좋은 연기를 펼칠 수 있는데에 결코 실이 되지 않는다. 여하튼 너무 짧은 시간에 단언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평가는 해도 그것으로 끝을 내지 않았으면 좋겠다"
성급한 결정은 아쉬움이 있는 법이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녀의 든든한 지원군이기도 하다. 느긋한 시청 태도를 염원한 그녀는 시청자들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전했다.
"제가 느낀 것은 제가 사랑받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부쩍 나를 지켜봐 주는 눈이 많아 놀랍기도 하다. 인지도는 늘었지만 '문채원이라서 무조건 신뢰와 사랑을 준다'라고 느끼지 않는다. 몇 년 전보다 조금 더 따스한 시선을 느끼는 것이고 시청자들의 도움을 받고 있기 때문에 좋은 작품과 연을 맺는 것 같다. 그래서 고맙고, 드라마는 시청자와 함께 만드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20대 여배우 기근 현상에 시달리는 연예계에서 문채원은 입지를 공고히 했다. 그래도 우러러 보는 배우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그녀를 사로잡은 일명 '공주의 남자'는 누구일까? 그래서 함께 연기하고 싶은 배우가 누구인지 질문해 봤다.
"'언젠가 같이 연기하고 싶다'는 의도보다는 좋아하고 존경하는 배우의 연기와 호흡을 가장 가까이서 보고 싶다. 동종업계의 사람이고 함께 호흡을 맞출 기회가 다분한 것도 있지만. 가까이서 체감하는 것만으로 굉장한 학습 효과를 거둘 것 같다. 앞으로 내가 꼽을 배우들은 모두 선배님들이다. 얼마 전에 영화 '화이'를 재밌게 봤는데, 김윤석 선배님의 폭발력과 에너지가 돋보였다. 또 '신세계'에서 선보인 황정민 선배님의 연기가 굉장히 인상 깊었다. 두 사람을 꼽은 것은 내가 같이하고 싶다는 러브콜이 아니라 가장 가까이서 보고 싶다는 의미다"
'굿 닥터'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문채원이 바라는 차기작은 영화였다. 상대적으로 영화에 얼굴을 비추지 않았기에 문채원이 생소한 영역에 발을 담그려는 이유가 궁금했다. 역시나 연기 욕심이었다.
"스크린에서 흡입력 있는 배우가 있고 브라운관에서 어필하는 배우가 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시험대에 올려보고 싶다. 이후 어떤 것에 맞는 사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그래야 발전이 있기 때문에 왔다 갔다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
드라마 촬영으로 바쁜 나날을 보낸 문채원은 여행을 가고 싶단다. 일상의 안락함으로 힐링을 얻는 이 여배우에게 타 문화 사람들의 삶을 보며 느끼는 즐거움은 활력이 된다. 화려한 조명을 받는 문채원. 지금은 연기를 잘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다는 그녀는 '설거지하는 어머니를 뒤에서 안아줄 때'의 행복감을 느끼는, 평범함 속에서 삶의 질을 추구하고픈 '보통 여자'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잠시 숨을 고르고 소소한 일상을 접하며,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을 마친 뒤 차기작에서 어떤 모습을 보일지, 화려하면서도 평범한 여자 문채원의 행보를 기대해본다.
김승현 기자 drogba@xportsnews.com
[사진 = 문채원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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