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네이마르의 대항마로 생각했던 손흥민은 아쉽게도 브라질전에서 주어진 시간이 길지 않았다. 지난달 2차례 평가전을 통해 홍명보호의 왼쪽 주인이 된 것 같았던 손흥민이 브라질전 선발 명단에서 빠졌다. 한 시간 전 미리 명단을 받는 기자석도 순간 술렁였다.
벤치에서 출발한 손흥민은 후반 19분 큰 함성을 등에 업고 그라운드를 밟았다. 0-2로 끌려가는 경기에서 골을 넣어야 하는 임무를 띤 투입이었다. 홍명보 축구대표팀 감독이 생각하는 손흥민의 활용법은 조커였다.
아쉬웠다. 부족함이 느껴졌다. 26분의 부족했던 시간과 공을 잡고 내달리기 곤란했던 공간을 탓하기보다 상대 수비수와 일대일 대결에서 볼 소유권을 자주 넘겨준 부분이 더 지적받을 수밖에 없던 경기력이었다.
손흥민의 26분은 세계 최고 레벌로부터 과제를 받는 시간이었다. 브라질이 경계대상으로 꼽으며 긴장을 늦추지 않은 상황에서 손흥민이 할 수 있었던 부분은 극히 적었다.
벤치에 있던 64분도 숙제의 연장선이었다. 팬들의 기대와 달리 손흥민을 선발에서 제외한 홍 감독의 선택은 결과적으로 옳았다.
홍 감독은 손흥민 자리에 김보경을 택했다. 중앙으로 보직을 변경한 김보경을 다시 측면에 돌린 이유는 홍 감독이 중시하는 밸런스가 크게 자리했다. 강팀을 상대로 수비와 압박이 우선시 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김보경 카드는 분명 손흥민 카드보다 안정적이었다.
상대적으로 손흥민보다 더 이타적이고 수비에 가담하는 자세를 갖춘 김보경은 흡사 박지성이 그리 할듯이 헐크와 다니엘 알베스의 호흡을 차단하기 위해 공격과 수비 가리지 않고 움직였다.
더불어 대표팀은 김보경의 존재로 수비에서 공격으로 전환될 때 2선과 중원에서 안정된 빌드업까지 손에 넣는 효과까지 봤다. 강호를 상대로 조직적인 압박을 중시하는 홍명보식 한국형 축구에 이상적이었고 손흥민을 벤치로 내린 이유였다. 제아무리 손흥민이라도 주전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경고의 64분인 셈이다.
조커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 26분과 감독이 바라는 부분을 조용히 지켜봐야 했던 64분까지 브라질전의 손흥민은 많은 것을 느꼈던 90분이었다.
[사진=손흥민 ⓒ 엑스포츠뉴스 권태완 기자]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