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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준의 피겨 인사이드] '포스트 김연아' 무리한 기대…갈 길 먼 韓피겨

기사입력 2013.10.07 08:43 / 기사수정 2013.10.07 08:47

조영준 기자


[엑스포츠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3)는 오른 쪽 발등 부상을 당하면서 올 시즌 복귀를 미뤘다. 그리고 한국 피겨의 앞날을 짊어질 유망주들은 자신의 재능을 마음껏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2010년 밴쿠버 동계올림픽 피겨 여자 싱글 금메달 획득 국가인 한국 피겨는 위기에 몰렸다. 말 그대로 '하늘에서 뚝 떨어진' 피겨 천재의 선전으로 흥분에 들떴다. 하지만 피겨 발전을 위한 근본적인 문제는 해결하지 못하고 있다.

차세대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던 김해진(16, 과천고)은 5일(한국시간) 체코 오스트라바에서 열린 2013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그랑프리 6차대회 여자 싱글을 8위로 마쳤다. 김해진은 지난해 9월에 열린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김연아 이후 주니어 그랑프리 여자 싱글에서 나온 첫 금메달이었다.

김해진은 재능과 성실함을 모두 갖춘 기대주였다. 몇몇 피겨 전문가들은 "성장 속도가 김연아 못지않다"는 평가도 내렸다. 점프에 대한 감각이 탁월했던 그는 10대 초반 일찌감치 트리플 5종 점프(토루프 살코 루프 플립 러츠)를 완성했다. 그리고 지난해 주니어 그랑프리에서 금메달을 목에 거는 쾌거를 올렸지만 마음껏 쭉쭉 뻗어나가지 못하고 있다.

3년 전 그는 경기도 과천아이스링크에서 훈련 도중 다른 선수와 크게 충돌해 부상을 당했다. 그 뒤에도 그는 줄곧 각종 부상에 시달렸다.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훈련 환경

한국 피겨 발전을 위한 숙원 과제는 '전용 아이스링크 건립'이다. 이러한 희망은 이미 오래전부터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피겨 스케이팅은 일반적인 맨 바닥에서 진행되는 스포츠가 아니다. 딱딱하지 않고 어느 정도 부드러운 빙판과 적정의 온도가 유지되는 환경이 갖춰줘야 한다.



어린 시절의 김연아도 최적의 환경 속에서 훈련하지 못했다. 그는 언제나 철저하게 지상훈련을 하며 부상을 대비했다. 그러나 김연아도 차갑고 딱딱한 링크와 불규칙한 훈련 일정 속에서 오는 고통을 피하지 못했다.

특별한 재능과 피나는 노력으로 모든 것을 이겨낼 수밖에 없었다. 세계 정상에 오른 뒤 한층 여건이 좋은 캐나다로 메인 훈련 장소를 바꾼 그는 부상의 악몽을 떨치고 피겨 역사를 새롭게 써나갔다.

유망주들도 김연아처럼 모든 것을 스스로 극복하기를 바란다는 것은 무리다. 국가대표로 발탁되면 서울 공릉동에 위치한 태릉실내아이스링크에서 지정된 시간에 훈련을 할 수 있다. 하지만 쇼트트랙과 아이스하키 등 타 종목과 함께 링크를 번갈아가며 써야 한다. 오전과 오후에 배정된 시간이 끝나면 나머지는 각자 스스로 다른 훈련 장소를 찾아야 한다.

잦은 이동과 불규칙한 훈련 시간의 반복은 선수들의 피로를 높인다. 여기에 몇몇 링크는 매우 춥기 때문에 부상의 위험은 더욱 높아진다. 그나마 최신 시설이었던 태릉실내아이스링크는 천장에서 물이 떨어진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떨어진 물이 빙판에 얼어붙어 이물질이 되면 선수들의 훈련에 지장을 줄 수 있다.

태릉을 벗어나면 선수들의 훈련 환경은 더욱 심각해진다. 정해진 대관 시간을 잡기 어렵고 최악의 경우 늦은 밤이나 새벽에 훈련해야 하는 현실이 닥친다. 서울과 수도권 곳곳에 있는 아이스링크는 시와 지자체가 관리한다. 빙상장 시설의 관리 및 운영이 지자체에 있다 보니 연맹도 어쩔 수 없는 형편이다.

지원은 생겼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제자리

오래전부터 피겨에 대한 저변이 넓은 일본의 경우 지방 단체나 일부 기업이 투자하고 있다. 동계 스포츠가 생활의 일부인 러시아와 캐나다 그리고 미국의 일부 지역은 선수들이 훈련할 수 있는 아이스링크가 모자라지 않다.

북미와 유럽 그리고 일본 등과 비교해 국내 피겨 선수들의 생명력은 짧다. 이들이 성인으로 성장할 때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는 소속 단체가 없는 것. 천문학적인 비용을 매년 투자해야 한다는 경제적인 압박감. 그리고 어린 시절부터 쌓인 부상의 여파 등이 선수들의 생명을 단축시키고 있다.

김연아라는 최고의 선수로 인해 피겨 지망생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그러나 국내 피겨 시장 및 환경은 여전히 열악하기 때문에 투자자들은 쉽게 나서지 않고 있다. 연맹에서는 평창동계올림픽을 대비해 '꿈나무 발굴과 육성사업'의 일환으로 일부 선수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매니지먼트에 소속된 몇몇 선수들은 소속사로부터 후원을 받고 있다.

그러나 가장 근본적인 해결책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피겨 저변이 열악한 국내 환경의 특성을 생각할 때 정부적인 지원책 외에는 다른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또한 선수들이 전지훈련을 떠난 지원책도 필요하다. 부상에 시달리지 않고 좀 더 나은 환경에서 훈련을 하고 싶은 선수들의 목소리는 메아리처럼 반복되고 있다.



조영준 기자 spacewalker@xportsnews.com

[사진 = 김연아 김해진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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