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햇빛 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엑스포츠뉴스=김현정 기자] 노인 문제를 담담한 시선으로 담아낸 '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이 소소한 웃음과 감동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2일 방송된 MBC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첫 회 '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극본 노해윤, 연출 이성준)에서 김구봉(백일섭 분)과 최옹식(이호재) 일당은 혈혈단신인 절친 송노인의 폐암수술 비용을 마련하게 위해 가짜 장례식을 마련해 조의금을 받았다. 하지만 노인정 친구들의 노력에도 송노인은 결국 유명을 달리하고 말았다.
웃음과 감동을 버무린 단막극이었다. 햇빛아파트 노인정에서 벌어지는 노인들의 좌충우돌 가짜 장례식은 씁쓸하면서도 비교적 유쾌하게 그려졌다. 암에 걸린 친구의 죽음, 버려진 노인들의 신세 등 소재 자체는 무거웠지만 눈물을 짜내는 억지감동이 배제돼 부담스럽지 않았다.
가짜 장례식을 무사히 치르기 위해 산송장 역할을 자처한 최옹식이 찬물에 몸을 담가 체온을 떨어뜨리고 죽은 척을 한다거나, 노인정 멤버들이 염을 하러 온 김구봉의 장의사 아들 김해식(박혁권)과 아파트 주민들을 속이기 위해 머리를 맞대는 에피소드는 황당하면서도 기발해 웃음을 터뜨리게 했다.
결말 역시 '햇빛' 노인정이라는 이름처럼 따뜻했다. 화장된 유골을 뿌리러 송노인의 고향에 가는 이들은 슬퍼하기 보다 담담하게 친구의 마지막 길을 배웅하는 모습이었다.
반면 노인 문제의 어두운 뒷면을 그대로 담아낸 직설적인 대사들은 울림과 함께 공감을 줬다. "네가 버려지는 심정을 알기나해?", "이놈의 팔뚝 이젠 아무짝에도 쓸모없다. 옛날엔 자식들이 대롱대롱 매달려 놀기도 하고 마누라 팔베개도 해줬는데 이제는 밥숟가락 들 때만 필요하지" 등 부질없는 세상을 한탄하는 노인들의 말은 지극히 현실을 반영한 것이어서 더 짠했다.
가게 홍보에만 눈이 먼 장의사 아들이 자신을 속였다며 화를 내자 "그깟 소문은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한테는 친구가 없어진 것을 왜 아무렇지 않게 생각해? 내가 산송장이 아닌데 내 친구, 내 돈, 내 욕심은 왜 송장 취급을 해? 나도 너처럼 행복하게 살고 싶어. 나는 죽지 못해 사는 것이 아니야"라며 묵은 감정을 토해내는 김구봉을 통해서는 소외된 노인들의 씁쓸한 실태가 투영됐다.
이 드라마는 죽음을 눈앞에 둔 노인들의 복잡 미묘한 삶을 어둡지 않게 표현하면서도 자식에게 버림받고 모진 병에 걸린 송노인과 사회에서 쓸모없어진 김구봉 일당을 통해 고령화 사회 속 소외된 노인들의 현 주소를 비췄다. 이렇게 한 회에 웃음과 감동 그리고 사회성까지 버무릴 수 있었던 데는 단막극이라는 장르의 힘이 컸다. 신인 작가와 젊은 감독의 의기투합 덕에 벌, 출생의 비밀, 기억상실증 등이 난무한 기존 드라마들과 다른 참신한 작품이 탄생할 수 있었다.
2007년 이후 6년 만에 선보이는 MBC의 단막극 시리즈 '드라마 페스티벌'의 포문을 연 '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은 소재와 극본, 연출 면에서 꽤 높은 점수를 받을 만 하다. 주연 백일섭을 포함한 관록 있는 중년 배우들의 연기도 완성도에 큰 힘을 보탰다.
3일 오후 10시에는 총 10부작으로 기획된 '드라마 페스티벌'의 두 번째 단막극이자 강하늘, 양진우, 손병호, 진태현, 서현진이 출연한 사극 '불온'(극본 정해리 문수정 연출 정대윤)이 방송된다.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
[사진 = 햇빛노인정의 기막힌 장례식 ⓒ 방송화면]
김현정 기자 khj3330@xports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