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최종편집일 2024-11-1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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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의 부귀영화] 반갑다. 오랜만에 보는 '찐한' 사극 '관상'

기사입력 2013.09.11 15:16 / 기사수정 2013.10.24 16:08

나유리 기자


[엑스포츠뉴스=나유리 기자] 사람의 얼굴을 한 번만 보면 그의 신상을 줄줄 읊는 실력을 가진 관상가 김내경(송강호 분).

상처 후 처남, 아들과 함께 바닷가 촌구석에서 동물의 털로 붓을 만들어 파는 내경은 몰락한 양반의 자제다. 자세히 말하면 대역죄인의 집안이라 양반의 신분이라고는 하나 벼슬을 꿈꿀 수도, 부자가 될 수도 없다.

그러던 어느날 한양에서 찾아온 최고의 기생 연홍(김혜수 분)의 솔깃한 제안을 받고 고민에 빠진 내경은, 운명을 거슬러 벼슬을 하고 싶다는 아들 진형(이종석 분)이 집을 떠나자 결심을 굳혀 한양으로 떠난다.

극 속에서 '진형'은 비중은 크지 않지만 내경을 어느 방향으로든 이끌게 하는 원동력이 되는 역할이라 임팩트가 있다.



아쉬운 것은 '진형'을 연기한 배우 이종석. 이미 여러 편의 영화와 드라마 등에 출연한 경력을 가지고 있는 이종석이지만, 브라운관 속 모습과 스크린 속 모습 사이의 거리감은 여전히 남아있었다. 도입부에서 긴 생머리로 등장 할 때의 현대적인 외모는 연기력까지 가리는 듯 했지만 중반 이후 사모관대 차림으로 나서며 정돈된 모습을 보였다.   

겉도는 느낌의 이종석을 제외하면 다른 주연 배우들은 풍문으로 들은 만큼 제 몫을 해낸다. 조정석은 영화의 '숨구멍'처럼 귀여운 처남 ‘팽헌’을 맡았다. '건축학개론' 납뜩이가 한복을 입은 듯한 느낌을 지울 수는 없지만, 그것 나름대로 깊이가 생겨 보는 재미는 있었다.

한양 최고의 기생 '연홍'을 연기한 김혜수는 역할 자체의 포지션이 다소 애매하지만 '섹시함의 대명사' 답게 이미지 구현은 완벽하게 완성된 것처럼 보인다.


이정재는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수양대군' 캐릭터를 선보이는데, 등장 인물 가운데 가장 스타일리시하면서도 힘이 꽉 들어찬 인물이다. 그의 얼굴을 확인하기 까지 약 1시간의 러닝타임이 소요되지만 ‘수양’의 등장 이전과 이후로 나뉜다고 해도 무방할 만큼 무게감을 보여줬다. 

'최연장자' 백윤식이 가진 안정감은 '관상'이 정통 사극이라는 사실을 또 한 번 끄덕이게 하며, 튀지 않더라도 관객들로 하여금 편안한 호흡을 유지하게끔 해준다.



물론 이렇게 걸출한 배우들이 한 자리씩 차지하고 있는 와중에도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인물은 단언컨대 '내경'이다. 송강호는 희로애락을 아우르는 깊이 있는 연기가 무엇인지 증명하는 듯 적극적으로 캐릭터를 만들어 내며 극을 지탱했다.

그래서 '관상'은 전지적 '내경' 시점으로 봤을 때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영화다. 수양대군, 김종서, 한명회 등 주요 인물들이 철저히 '내경'의 관점으로 그려져 있어 그의 감정선을 놓치지 않고 따라가다 보면, 역사의 소용돌이 앞에 선 개인의 무력감을 절절히 느끼게 된다.

한재림 감독은 극 초반에 유머러스한 대사를 집어넣어 관객들을 자연스럽게 극 속으로 빠져들게 한 뒤, 중후반부에서 무겁고 진지한 메시지를 던진다. 보는 이에 따라서 불편하고 지루할 수도 있지만 우리네 인생이 으레 그렇듯 별 것 아닌 일로 시작했지만 시나브로 겉잡을 수 없게 커지는 예시를 적절히 본 것 같아 집중도는 크게 흐트러지지 않는다. 그래서였을까. 139분이란 상영 시간도 길지 않게 느껴졌다. 11일 개봉.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사진 = 관상 ⓒ 쇼박스]
 

나유리 기자 NYR@xports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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