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정확히 37일 만의 출격이다. 퇴출 위기에서 살아남은 LG 트윈스 외국인투수 벤자민 주키치가 드디어 1군 마운드에 오른다. 선두 수성을 위한 최대 고비, 마운드에 오르는 주키치의 어깨는 무거울 수밖에 없다.
LG는 13일 대구구장서 열리는 2013 한국야쿠르트 세븐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전에 주키치를 선발로 예고했다. 무려 37일 만의 1군 등판. 주키치는 지난달 7일 넥센전서 5이닝 11피안타 8실점으로 무너진 이후 2군행을 통보받았다. 3군에서 투구 밸런스를 잡는데 초점을 맞췄고, 지난달 25일부터는 3차례 퓨처스 경기에 나서며 실전 감각을 끌어올렸다. 이 기간에 퇴출설도 나돌았지만 김기태 LG 감독은 "교체는 없다. 3년 동안 해준 게 있다. 같은 값이면 안고 간다"며 기회를 부여했다. 김 감독은 주키치가 퓨처스리그로 내려간 이후에도 꾸준히 상태를 체크했다. "조금 더 지켜보겠다"는 말을 반복하다 마침내 기회를 준 것. 주키치는 13일 등판에 맞춰 1군에 등록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삼성전은 LG에 무척 중요하다. LG는 12일 현재 시즌 전적 55승 36패로 선두 삼성(54승 2무 33패)에 단 한 경기 차 뒤진 2위다. 선두 수성을 노리는 LG에 이번 2연전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주키치의 어깨가 더욱 무거운 이유다. 맞상대도 올해 LG전 2승 2패 평균자책점 3.22로 비교적 강한 지난해 다승왕 장원삼이다.
주키치는 올해 1군 14경기에서 4승 6패 평균자책점 5.70을 기록했다. 지난 2년 연속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던 그와 어울리지 않는 성적표다. 특히 주자가 나가면 흔들리는 모습이 자주 노출됐다. 주키치는 올해 유주자시 피안타율이 3할 6푼 4리에 달했고, 13탈삼진-18사사구, 5폭투로 제구까지 흔들렸다. 무(無)주자시 피안타율(.269), 탈삼진-볼넷 비율(32-9)과 견줘 차이가 크다. 당연히 실점이 늘어날 수밖에 없었다. 또한 좌투수임에도 좌타자 상대 피안타율이 3할 4푼 7리로 높았다.
주키치는 올해 3차례나 1·2군을 오갔는데, 한 번 2군에 다녀오면 각성투를 펼치며 기대감을 높였지만 다음 경기에서 곧바로 무너지는 패턴이 반복됐다. 일단 최근 퓨처스 3경기서는 1패 평균자책점 3.00(18이닝 6실점)으로 그리 나쁘지 않았다. 가장 최근 등판인 7일 넥센전서는 6이닝 동안 6피안타(1홈런) 2볼넷 8탈삼진 4실점을 기록했다. 삼진 8개를 솎아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올해 삼성을 상대로는(1군 기준) 2경기 1승 1패 평균자책점 3.00, 피안타율 2할 1푼 3리로 괜찮았다.
교체 시점은 이미 지났다. LG로선 주키치의 부활만이 최상의 시나리오다. 주키치의 빈자리를 채운 좌완 신재웅은 최근 3차례 등판서 3승 평균자책점 1.06의 완벽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주키치까지 부활한다면 어느 팀에도 뒤지지 않는 선발진을 갖추게 된다. 그토록 염원하던 11년 만의 가을야구에 정점을 찍을 수 있음은 당연지사다. LG로선 선발 요원이 많으면 많을수록 나쁠 게 없다. 다다익선이다. 김 감독도 "6선발 체제로 운용할 수 있다면 정말 강팀 아니겠느냐"고 했다.
벼랑 끝에서 살아남은 주키치가 제 모습을 되찾는다면 LG는 4강뿐만 아니라 선두 다툼에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주키치가 필요할 때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는 해줘야 할 때가 온다"고 말한 김 감독의 믿음에 주키치가 응답할 것인가.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벤자민 주키치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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