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조용운 기자] "어디길래 그렇게 작게 말하니?"
FC서울의 최용수 감독은 지난 6일 고광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당황해 급히 끊었다. 당연히 쉬고 있을 줄 알았던 고광민이 뜻밖의 장소에 있었기 때문이다.
7일 부산 아이파크와의 2013 하나은행 FA컵 8강전을 앞둔 최 감독은 전날 있었던 에피소드를 털어놨다. 최 감독은 경기를 하루 앞두고 선발 출전이 예고된 고광민에게 전화했다. 아직 경험이 부족한 고광민에게 자신감을 불어넣기 위함이었다.
그런데 최 감독은 전화를 걸자마자 끊을 수밖에 없었다. 수화기 넘어로 들려온 고광민의 목소리가 너무 작아 "어디길래 조용하게 말하냐"고 물으니 "저..지금 영어학원인데요"라는 대답이 돌아왔단다.
당황한 쪽은 최 감독이었고 "어...어..."만 반복하다 황급히 통화 종료를 눌렀다. 최 감독은 "내가 전화를 이렇게 빨리 끊은 적은 처음이었다"며 "경기 전날 영어학원에 가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고 껄껄 웃었다.
맞는 말이다. 다른 팀이었이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셈이다. 하지만 서울이라 가능했다. 서울은 지난 6월 프로 구단 가운데 최초로 합숙을 폐지했다.
'프로라면 프로다워야 한다'는 최 감독의 신념 아래 서울은 홈경기 전날 합숙이 아닌 출퇴근을 통해 경기를 준비한다. 프로는 스스로 자기 관리를 할 줄 알아야 한다는 믿음이 기본 바탕이지만 훈련이 끝나고 숙소 방에 덩그러니 있기 보다 사회를 경험하라는 뜻이었다.
최 감독은 "(고)광민이가 대견하지 않느냐"며 "영어를 공부하고 있을 줄은 몰랐다. 오늘 미팅 때 영어로 지시를 할 까 생각 중이다"고 농담을 건넸다.
최 감독이 원했던 것을 선수들이 행하고 있다. 최 감독은 "축구선수라도 사회를 알아야 한다. 사람도 좀 만나고 돈도 써보고 배우고 해야 시야가 넓어진다"며 합숙 폐지를 통해 말하려던 부분이 잘 시행되고 있음에 만족했다.
그렇다고 성적이 나쁘지도 않다. 비록 부산과 경기에서는 1-2로 패했지만 서울은 합숙을 폐지한 후로 정규리그에서 4위까지 치고 올라오며 상승세를 타고 있어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조용운 기자 puyol@xportsnews.com
[사진=최용수 ⓒ 엑스포츠뉴스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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