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강산 기자] "더 힘내서 팀이 가을야구 할 수 있도록 돕겠다."
넥센 히어로즈 문성현의 선발 등판 하루 전날인 지난달 30일. 염경엽 감독은 "문성현을 선발로 준비시켰다.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BK' 김병현의 2군행으로 선발 한 자리가 비었다. 올 시즌 내내 부상과 부진으로 고생하던 문성현에게 드디어 기회가 찾아온 것.
문성현은 지난해 한창 중요한 7월 갈비뼈, 8월 팔꿈치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팀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 미안한 마음이 컸다. 올 시즌에 임하는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첫 승 이전까지 1군 7경기에 구원 등판했지만 1패 평균자책점 12.60을 남기는데 그쳤다. 지난달 15일 이후에는 한 차례도 1군 등판이 없었다.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 뿐이었다.
하지만 준비된 자에게는 기회가 찾아온다. 염 감독은 문성현을 비롯해 장효훈, 배힘찬, 조상우 중 누구를 선발로 내야할 지 고심했다. "준비한 선수들 중 문성현이 가장 좋다"는 보고를 받았다. 문성현은 지난 26일에 1군에 재합류해 선발 등판을 준비했다.그리고 31일 한화전 선발 등판을 통보받았다. 지난해 5월 4일 광주 KIA전 이후 무려 453일 만의 선발 출격이었다. 염 감독은 이날 경기를 앞두고 "왠지 문성현이 잘 던질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웃었다. 좋은 예감은 적중했다.
문성현은 이날 5이닝 동안 7피안타(1홈런) 1탈삼진 무사사구 2실점 호투로 시즌 첫 승을 신고했다. 지난해 4월 20일 목동 두산전 이후 무려 467일 만에 따낸 승리였다. 최고 구속 147km 직구에는 힘이 있었고, 슬라이더와 타자의 타이밍을 뺏는 커브도 효과를 봤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문성현의 표정은 무척 밝았다. 큰 짐을 덜어낸 듯한 모습이었다. 그는 "올 시즌 첫 선발 등판에서 승리를 따내 기쁘다"면서도 "4강 싸움에 힘을 보태야 한다. 늦게 올라온 만큼 더 힘내서 팀이 가을야구 할 수 있도록 돕겠다"고 말했다. 염 감독은 "문성현이 좋았을 때 모습을 보여줬다"며 "본인은 물론 팀에도 희망적이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팀 선배들도 등판 전부터 문성현에게 힘을 실어줬다. 송신영은 등판 당일 아침 문성현의 휴대전화로 메시지를 보냈다. "오늘 경기는 네가 야구 하면서 지나갈 하루에 불과하다. 신나게 즐겨라. 이전의 싸움닭 기질을 보이면 된다"는 내용이었다. 힘을 얻은 문성현은 "꼭 그러겠다"고 답했고, 기분 좋은 선발승을 챙겼다. 이날 송신영은 문성현에 이어 등판,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후배의 시즌 첫 승에 힘을 보탰다.
첫 승 기쁨에 심취해 있을 수만은 없었다. 이내 남은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다진 문성현이다. 늦게 합류한 만큼 남은 시즌 더 많은 에너지를 쏟아붓고자 하는 그의 의지가 느껴졌다. 그는 "투구수를 더 끌어올릴 것이다. 선발로 자리 잡아야 한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가 가장 빠른 것이다"며 앞으로의 활약을 다짐했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문성현 ⓒ 엑스포츠뉴스 권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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