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목동, 강산 기자] "컨디션에 따라 나가거나 둘 다 나갈 수도 있다."
넥센 히어로즈 염경엽 감독이 행복한 고민에 빠졌다. 지난 27일 대구 삼성전서 프로 무대에 첫발을 내디딘 '원더보이' 안태영 때문이다. 안태영은 지난 2경기서 8타석 7타수 6안타(타율 .857)의 맹타를 휘둘렀다. 데뷔전인 27일에는 홈런 포함 4타수 4안타 맹활약으로 인상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반짝 활약이 아니었다. 전날(30일) 한화전까지 3경기 연속 멀티히트를 작성했다. 이런 복덩이가 없다. 고양 원더스 출신 선수로 또 하나의 신화를 쓰고 있는 안태영이다.
문제는 이성열과 안태영의 공존. 두 선수 모두 지명타자 요원이다. 이성열은 안태영의 1군 등록 전까지 주로 지명타자로 73경기에 출전, 타율 2할 3푼 7리 16홈런 40타점을 올렸다. 한 방을 갖춘 이성열을 쉽게 빼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염 감독이 제시한 해법은 간단하다. "둘 다 나갈 수도 있다"는 것. "지명타자가 겹친다"고 운을 뗀 염 감독은 "당분간 컨디션 좋은 선수가 주전으로 나가야 한다"며 "다른 한 명은 대타다. 상황에 따라 (이)성열이가 수비를 나가고, (안)태영이가 지명타자로 나가면 된다. 둘 다 나가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안태영의 최대 약점은 수비. 그는 마무리캠프에서 1루 수비 연습을 했다. "외야 수비는 힘들다고 판단해 1루로 바꿨다. 방망이 하나만으로는 쉽지 않았기 때문에 힘들어도 해내야 했다"는 염 감독의 설명이 이어졌다. 그런데 현재 넥센의 주전 1루수는 다름아닌 박병호. 지난해 홈런-타점왕을 거머쥔 그는 올해도 81경기 타율 3할 1푼 7리 21홈런 69타점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이제 1군 3경기를 치른 안태영이 당장 넘어서긴 쉽지 않은 게 사실.
전날 한화전에는 이성열이 선발 라인업에서 빠지고 안태영이 7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다. 이날도 3타수 2안타 1사구 1득점으로 맹활약하며 팀 공격에 활기를 불어넣었다. 비록 3-10으로 패하긴 했지만 안태영의 활약이 '반짝'이 아니었음을 확인하기엔 충분했다. 7회초부터 대수비로 들어간 이성열은 한 타석에 등장해 1루수 땅볼로 물러났다. 최근 타격감만 놓고 보면 분명 안태영이 우위지만 이성열의 한 방도 쉽게 간과할 수 없는 매력이다.
넥센으로선 최근 안태영의 타격감에 이성열의 '홈런 본능'을 더한다면 더욱 무시무시한 타선을 구축할 수 있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선의의 경쟁으로 시너지효과를 내는 것. 염 감독이 남은 시즌 안태영과 이성열을 어떻게 활용할지 지켜보는 것도 하나의 체크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강산 기자 posterboy@xportsnews.com
[사진=이성열, 안태영 ⓒ 엑스포츠뉴스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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