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스포츠뉴스=김영진 기자] 연기파 배우들이 만나니 시청자들은 긴장감을 놓지 못했다. 박근형과 손현주의 팽팽한 대립은 시청자들의 더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했다.
22일 방송된 SBS 월화드라마 '황금의 제국' 7회에서는 성진그룹 회장 자리를 놓고 최동성(박근형 분)과 최민재(손현주)가 대립하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최민재는 성진그룹의 사장단 회의에 참석해 자신을 성진그룹의 부회장으로, 형인 최원재(엄효섭)를 회장 자리에 놓는 선임안을 내놓았다.
이어 최민재는 치매에 걸린 최동성을 약점 잡아 그의 병명을 대주주들 앞에서 폭로했다. 하지만 최동성은 떡하니 회의장의 문을 열고 들어왔다. 최민재는 그의 등장에 당황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지만 "오늘 안에 처리해야 하겠죠. 내일이면 금치산자 판결이 날 거니까요. 최동성 회장님"이라며 "최동성 회장님은 역핵성 손상 세포종을 앓고 있습니다. 쉽게 말하죠. 기억력, 언어, 판단력 장애, 중증의 치매입니다"라고 폭로했다.
곧 최동성은 자리에 앉은 채 책상을 손가락으로 내리 치기 시작했다. 최민재는 그것을 치매증상의 하나로 보고 보이지 않게 미소를 지으며 "보고 계십니다. 역행성 손상 세포종 환자 최동성 회장"이라며 다시 한 번 못 박았다.
박근형의 연기력이 빛났던 건 그 후의 장면이었다.
한 손으로 책상을 내리치던 최동성은 양손으로 책상이 부서지도록 치고 일어나 "늙은이 기억이 가물가물한 거 가지고 치매라고?"라고 되물으며 대주주들의 과거를 하나하나 되짚었다. 또한 성진그룹의 처음을 회기하려는 듯 큰 목소리로 하나하나 지시를 내리기 시작했다. 쩌렁쩌렁한 그의 목소리에 계열사 사장들은 하나가 된 듯 대답했고, 결국 최민재의 계획은 무너져 회장직은 최서윤(이요원)에게 돌아갔다.
모든 임무를 마치고 나오는 최동성 회장의 모습은 당당하지만 어딘가 위태로운 모습이었다. 그는 잠시 삐끗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부축하려는 손길을 뿌리치고 스스로의 힘으로 걸어갔다. '가족'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돈'을 두고 내분이 일어났다. 죽음을 앞둔 최동성 회장에게는 편하게 아플 여유도 없이 마지막 정신력을 다해 일을 처리해야 했다.
방금 전까지만 해도 승리의 미소를 짓고 있던 최민재는 보이지 않는 좌절감에 휩싸였다. 눈 밑은 빨갛게 충혈됐고,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던 그의 입술이 굳게 다물어져 있었다.
팽팽한 이 두 사람의 대립은 시청자까지 긴장하게 만들었다.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는 연기력의 향연이었다. 화면에 손현주가 비춰지면 최민재가 되었다가 최동성이 비춰지면 박근형이 됐다. 그 만큼 몰입도가 뛰어났다. '명품 배우'의 힘이란 바로, 박근형과 손현주처럼 시청자들을 극 중의 인물로 만드는 것 아닐까.
김영진 기자 muri@xportsnews.com
[사진 = 손현주, 박근형 ⓒ SBS 방송화면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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